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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21)

무료 전원주택, 축령산 ‘세심원’ 지킴이 변동해

“먹이고 재워줄 테니 마음이나 닦고 가소”

  •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무료 전원주택, 축령산 ‘세심원’ 지킴이 변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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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원생활은 현대인의 꿈이자 생의 종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담 변동해 선생은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조선 송진방이 부럽지 않은 세심원을 활짝 열어놓았다. 누구나 찾아와 지친 심신을 위로받고 돌아가길 바라며 그는 오늘도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군청에서 꼬박 30년을 일한 그는 “‘철밥통’을 포기하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보니 이제야 사는 맛이 느껴진다”고 한다.
무료 전원주택, 축령산 ‘세심원’ 지킴이 변동해
“장성(長城)에는 변만리(邊萬里)요, 고산(高山)에는 백운기(白雲起)라!”

예부터 전라도 지역의 풍속에 조예가 깊은 어른들에게서 많이 들은 말이다. 전남의 장성에선 변씨가 유명하고, 전북 고산에선 백씨가 유명하다는 말이다. ‘긴 성’이라는 뜻을 가진 장성이라는 지명에는 ‘변방이 만리’라는 의미를 지닌 ‘변만리’라는 이름이 대구(對句)가 되고, ‘높은 산’이라는 뜻을 가진 고산이라는 지명에는 ‘흰구름이 일어난다’는 뜻을 지닌 ‘백운기’라는 이름이 대구가 된다.

장성은 문사들이 좋아하던 곳이다. 그래서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라고 일컬어진다. ‘문장은 장성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며, 장성에서 문사가 많이 배출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산세를 봐도 인물을 많이 배출할 듯하다. 호남고속도로 장성IC에서 들어와 장성군의 전체 산세를 바라다보면 가히 선비가 많이 배출될 만한 산세다. 둥그런 금체(金體)의 산봉우리나 목체(木體)의 문필봉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문필봉이 있으면 학자가 나온다. 이러한 봉우리들이 단정하면서도 힘있게 솟아 있다. 산세를 보고 그 지역의 인물을 짐작하는 감여가(堪輿家)의 관점에서 보면 장성은 학자가 한번 살아볼 만한 형국인 것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주변 30리를 둘러봐도 모양을 갖춘 볼 만한 봉우리가 포진해 있다.

장성군청 앞에 ‘文不如長城’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이 서 있는 것은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보여준다. 영남을 대표하는 서원이 퇴계의 도산서원(陶山書院)이라면, 호남을 대표하는 서원은 장성에 있는 필암서원(筆巖書院)이다. 필암서원은 전국의 서원이 수난을 겪던 대원군 때에도 훼철되지 않고 보존됐다. 호남 최고의 대학이던 필암서원이 장성에 자리잡고 있음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문향(文鄕)의 고을 장성에서 오랫동안 터 잡고 살아온 집안이 바로 변씨 집안이다. 필자는 어느 곳이든 ‘그 지역에서 수백년 동안 터 잡고 살아온 집안에는 반드시 들어볼 만한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청담(靑潭) 변동해(邊東海·51) 선생은 그 지론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열쇠 100개를 나눠주다

그에 대한 소문을 처음 접한 것은 작년 가을 무렵이다. 장성에 사는 어떤 사람이 산속에다 ‘세심원(洗心院)’이라는 하는 별장을 만들어놓고 그 열쇠를 100개나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것이 소문의 내용이었다. 세심원을 이용해본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그 이야기가 내 귀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열쇠를 100개나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은 누구나 원할 때 제 것처럼 편하게 사용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엉뚱한 일을 벌였을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도록 만든 주인공을 마침내 만났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중년남자다. 다만 중년남자의 얼굴치고는 근심과 세파에 찌든 구석이 별로 없다. 인생을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건강함이다.

인터뷰하기 전, 지인지감(知人之鑑)을 위해 생년월일시를 물어보니 갑오(甲午)년, 기사(己巳)월, 기사(己巳)일, 경오(庚午)시가 나온다. 지지(地支)가 모두 불이다. 불이 이렇게 많은 사람은 자기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고스톱을 치다가 패에 고도리 원단이 들어오면 기뻐하는 기색이 바로 얼굴에 나타나는 스타일이다. 감정에 솔직하다 보면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

한편 불이 많다는 것은 아이디어가 많다는 의미다. 불은 스파크가 튄다는 것을 뜻하고, 스파크는 곧 아이디어로 연결된다. 그런데 밑바닥이 모두 불이면 욕심이 없어서 자기 것을 모두 퍼주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성직자의 사주’다. 신부님이나 목사님, 스님의 사주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런가 하면 불은 직감력을 상징한다. 불이 많은 사주는 직감이 대단히 발달해 논리에 앞서 직감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판단하는 수가 있다. 이렇게 ‘감 잡는’ 능력은 예술품에 대한 안목으로도 연결된다. 그림이나 공예품에 대한 안목을 타고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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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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