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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공수특전교육으로 훈센 총리 사로잡다

캄보디아 특수전 부대 代父 전병만

  • 장인석 jis1029@hanmail.net

한국식 공수특전교육으로 훈센 총리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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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전동지회 사무총장을 지낸 전병만씨. 서울 석촌호수 주변의 포장마차 철거에 참여했던 그가 뜻밖에도 캄보디아에서 특수부대를 교육시키고 있다. 특전사에서 배운 특전 교육을 수출하며 캄보디아 군 최고사령관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실패하고 캄보디아에서 성공한 전씨의 드라마틱한 인생 유전을 공개한다.
2001년 11월12일 캄보디아의 콤퐁솜(시아누크빌) 해군기지에서는 ‘네이비 스쿠버 트레이닝 오픈 세리머니’가 열렸다. 콤퐁솜은 수도 프놈펜에서 자동차로 3시간 반 떨어진 거리에 있는 이 나라 최대의 휴양지. 이 세리머니는 약소국 캄보디아에겐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스쿠버 트레이닝과 UDT훈련

사실 이 행사는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수중폭파대) 창설식’이라고 해야 옳았다. 캄보디아 해군의 정예장교 252명을 선발해 3개월간 실시한 UDT 프로그램 기초과정에 대한 이수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캄보디아군이 정예화하는 것을 꺼리는 주변국과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이 훈련을 ‘스쿠버 트레이닝’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설명이다. UDT 교육은 스카이다이빙 교육과 함께 특수전 교육의 최고봉이다. 내전으로 국력이 약화된 캄보디아군이 UDT 교육을 실시한다면 주변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까닭에 ‘스쿠버 트레이닝 세리머니’ 치고는 매우 거창했다. 훈센 총리의 오른팔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총사령관 개금얀 대장을 비롯해 중장 3명, 소장 9명, 준장 15명 등 총 1천여 명의 해군과 1백여 명의 민간인들이 참석했다. 민간인 중에는 예비군복을 입은 한국인 교관과 한국 경제인들 20여 명이 눈에 띄어 이채로웠다. 캄보디아 국영방송을 비롯한 일간지 기자 10여 명도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해군참모총장 음섬칸 중장의 축사에 이어 교육대장이 나와 답사를 했다. 교육대장은 놀랍게도 한국인이었다. 김종학 교육대장은 1950년 생으로 한국 해군 UDT 16기. 1970~74년 사이 하사로 근무했으며, 청와대에서도 복무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잠수협회 부회장, UDT전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씨는 이번 교육을 맡으며 캄보디아 군으로부터 대령 계급을 받았다. 그는 “한국과 캄보디아가 이번 교육을 계기로 보다 가까워지길 바란다”며 “캄보디아군에서 UDT 훈련을 시키게 돼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개금얀 총사령관의 훈시가 시작됐다. 훈센 총리와 함께 크메르 루즈의 하급장교 출신으로 갖은 고생을 한 개금얀은 캄보디아군의 유일한 4성 장군이다. 한국의 합참의장과 비슷한 직책이지만 캄보디아는 군부독재 국가이기 때문에 그의 권력은 막강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장관 4∼5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고, 집무실에서도 그를 만나려는 경제인과 각료들이 줄을 이을 정도라고 한다.

20여 분 동안 계속된 그의 연설은 교육의 중요성과 한국에 대한 소개로 일관했다. 그는 교육을 충실히 받을 것을 강조하면서 한국인 ‘미스터 전’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후 사열대 맨 앞쪽의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뒤의 스리스타 3명을 제치고 다음 자리의 투스타 9명 중 가운데 앉아 있던 민간인 복장의 한국인을 옆에 대동하고 연병장으로 내려갔다. 한국인과 사열을 마친 그는 대기하고 있던 벤츠 슈퍼클래스의 문을 열고 한국인만 태운 뒤 리셉션장으로 향했다.

그 한국인이 바로 캄보디아군은 물론 헌병대·경호실로부터 ‘은인’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는 전병만(49·田炳萬)씨다.

군사령관 특별보좌관은 차관급

3개월 전 개금얀은 전씨의 공로를 인정해 공식적으로 준장 계급장을 달아주겠다고 제의했다. 전씨가 완곡히 사양하자, 개금얀은 그를 총사령관 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집과 쪽문으로 연결된 사택을 아주 싼 값으로 제공했다. 사택은 건평만 1천 평이 넘는 2층 양옥으로 방이 22개이며, 1층 한가운데 300평이 넘는 실내체육관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50달러도 안되고 국민 대다수가 방 한 칸짜리 판잣집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대저택이다.

전병만씨를 보좌하는 수행원 욱잠티(37)씨의 설명에 따르면 총사령관 특별보좌관은 차관급에 해당한다고 한다. ‘미스터 욱’으로 불리는 이 수행원은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과 의과대학 등에서 13년간 유학하고 돌아온 의사이자 캄보디아에서는 몇 안되는 한국통이다. 평양 표준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미스터 욱은 월 700달러씩 주겠다는 외국기업을 마다하고 개금얀의 요청에 따라 월급도 없는 전병만씨의 비서가 됐다(캄보디아 공무원의 평균 월급이 30달러, 해외유학파로 가장 월급을 많이 받는 캄보디아 오렌지족들이 월 250달러를 받는다). 그는 전병만씨로부터 매월 활동비를 조금씩 받지만, ‘높은’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 더 큰 이익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전병만씨 또한 월급이 없다. 공식적인 지원도 없다. 개금얀 장군의 월급이 300달러, 소장 월급이 100달러라고 한다. 하지만 월급이 200~300달러에 불과한 장군들 중에는 벤츠나 렉서스·랜드크루즈 같은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팔뚝에는 롤렉스는 물론이고 카르티에 같은 고급시계를 차고 다니는 이도 많다. 이는 캄보디아 군과 정부의 부정부패가 그만큼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의 예산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장군이 먹여 살려야 하는 사병(私兵) 조직이 바로 캄보디아군이다. 그래서 능력 있는 장군 밑에는 병사가 많지만 돈 없는 장군들은 부하도 없다.

캄보디아 한인회 무역협회장을 맡고 있는 유세하씨는 “캄보디아에서는 연줄 없이는 사업할 수가 없다”며 “연줄을 제대로 잡고 돈을 써야 일이 진행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외국 기업인들은 군과 정부 요직의 인사들과 인연 맺는 일을 가장 중요시한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이 오가는 것은 물론이다. ‘미스터 전’이 월급도 공식적인 지원도 없는 캄보디아에서 자비를 들여가며 은인이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러한 캄보디아의 실상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개금얀 장군은 한국에서 온 기업인들과 필자에게 “미스터 전이 없었다면 캄보디아군은 아직도 어린아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캄보디아 군을 정예화시켜 주고 있는 미스터 전 때문에 한국에도 각별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는 전병만씨에게 연신 위스키를 부어주며 “원샷”을 연호했다.

한국인 교관 중의 한 명인 김경환(35)씨는 대북 첩보부대인 HID 출신. 그는 1년 전 동료 7명과 함께 캄보디아에서는 최정예군이라는 911코만도부대의 장교 107명에게 6개월간 레인저교육을 시켰다고 했다. 이날 그의 테이블에 합석한 캄보디아장교들은 레인저교육을 이수한 교육생 중 UDT 교육에 훈련조교로 선발됐던 인재들.

김경환씨는 “스쿠버 장비가 없어 수중교육을 못시킨 것을 제외하곤 유격과 침투교육은 다 시켰다”며 “이제 UDT 교육까지 이수한다면 캄보디아군 전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총장(전병만씨를 모두 이렇게 부른다. 특전동지회 초대 사무총장 출신이기 때문이다)의 요청에 따라 후배들을 이끌고 레인저교육을 시키러 왔을 때만 해도 정말 이들이 군인인가 의심스러웠어요.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아서인지 군기가 형편없었어요. 상관 앞에서 차렷 자세도 취하지 않는가 하면 담배도 피우는 식이었죠. 캄보디아 내에서는 최정예로 통하는 코만도부대 장교들이라는 데도 말이죠. 하지만 얼차려를 주고 계속 굴렸더니 보름 정도 지나자 눈빛이 달라지더군요.”

섬에 가둬놓고 훈련시킨 레인저교육에서 4명이 죽었다. 워낙 기초체력이 약한 탓에 훈련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훈센 총리를 비롯한 군 장성과 정부관료들이 참석한 졸업시범에서 절도 있는 동작과 강한 군기를 선보였다. 그러자 훈센 총리가 교관들을 불러올려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크게 치하했다고 한다. 교관들 모두 공로훈장을 받았다. 전병만씨는 다섯번째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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