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외꺼풀’ 토종미인의 고순도 개성미 한지혜, ‘살아 있는 바비인형’의 발랄한 섹스 어필 한채영

  • 글: 조성아 일요신문 기자 ilyozzanga@hanmail.net

    입력2005-03-24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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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한씨 스타가 주목받고 있다. 쌍꺼풀 없는 눈매가 매력적인 한지혜, ‘몸짱스타’에서 ‘대박스타’로 발돋움한 한채영이 바로 그들. 두 사람은 드라마에 ‘대타’로 기용됐다가 스타덤에 오른 공통점도 갖고 있다. 요즘 트렌드에 걸맞은 새로운 여배우상을 선보이고 있는 두 스타의 인기 요인을 따져본다.
    ‘외꺼풀’ 토종미인의 고순도 개성미 한지혜, ‘살아 있는 바비인형’의 발랄한 섹스 어필 한채영
    ‘외꺼풀’ 토종미인의 고순도 개성미 한지혜, ‘살아 있는 바비인형’의 발랄한 섹스 어필 한채영
    ‘낭랑18세’라는 제목부터가 심상찮았다. 옛 가요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 드라마는 어딘가 구태의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사극에 현대물의 신선함을 가미한 ‘퓨전 사극’이야 이미 여러 차례 선보였지만 이건 그 반대의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는커녕 ‘과연 될까?’ 하는 걱정이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를 부추긴 것은 어쩌면 드라마의 기획 의도보다는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남자 주인공 이동건은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인기스타가 되기 전이었고, 오랫동안 조연만 해오던 터였다. 그래도 이동건은 차라리 나았다. 여주인공 한지혜(21)는 여느 드라마들이 내세운 스타급 배우들에 한참 못 미쳤다.

    더구나 그는 ‘대타’로 투입됐다. 애초 여주인공으로 예정된 건 현재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금순’으로 출연하고 있는 한혜진이었다. 그러나 방영 일주일 전 갑자기 여주인공이 한지혜로 바뀌었고, 이는 배우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남녀 주인공 모두 처음 주연을 맡은 데다 준비기간이 고작 일주일이라 이래저래 악재만 넘쳐났다.

    드라마의 히트 요건으로 꽤나 중요한 방영시기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비관적이었다고 해야 맞다. 당시는 MBC드라마 ‘대장금’이 시청률 50%를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때로,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낭랑18세’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깨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기적’만을 바라던 제작진에게 시청률 15%는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여고를 갓 졸업한 열여덟 나이에 종손가로 시집와 온갖 사고를 치는 천방지축 처자 ‘정숙’에게 시청자들은 호응했고, 팬들의 사랑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식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숙’을 연기한 한지혜의 변신이 놀라웠다. 첫 주연을 어렵사리 따낸 그는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대로 날라리 고등학생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 기존 스타가 아닌 신선한 얼굴을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 극중 정숙의 촌스럽기 그지없는 머리 모양과 귀마개를 따라 하는 팬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이때 결성된 ‘동지사모(이동건과 한지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이후 한지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지혜는 유독 ‘대타 캐스팅’과 인연이 깊다. KBS 드라마 ‘여름향기’에서는 신애가 연기한 송승헌의 첫사랑 ‘은혜’역을 맡기로 했다가, 영화 ‘은장도’ 촬영과 스케줄이 겹친 신애와 배역이 서로 바뀌었다. 덕분에 한지혜는 꽤 비중이 높은 ‘정아’ 역을 맡게 돼 대중에 얼굴을 알리는 행운을 얻었다. SBS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에서는 주인공으로 내정됐던 장나라가 고사하는 바람에 그에게 배역이 돌아갔다. 그러나 한지혜는 덤덤하게 말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요. ‘누구의 대타’라는 생각을 빨리 잊어버려야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캐스팅이 번복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외부로 알려지는 일이 극히 드물 뿐. 한지혜는 보란 듯이 대타의 이미지를 씻고 연기에 몰입했고 첫 주연을 따낸 ‘낭랑18세’를 통해 당당히 주연급 연기자로 급부상했다.

    이동건과 환상의 ‘연기궁합’

    한지혜와 이동건의 ‘연기궁합’은 흥미롭다. 이들이 커플로 출연한 ‘낭랑18세’를 통해 인기배우로 거듭난 것은 각자의 연기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상승효과’의 힘도 컸다. ‘낭랑18세’는 장르를 구분하자면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드라마라고는 해도 두 주연배우의 비중이 높은 장르적 성격을 띤다. 따라서 주연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지혜는 이동건을 상대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여주인공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연기뿐 아니라 외모에서도 그랬다. 쌍꺼풀 짙은 눈매를 가지고 있어 ‘예쁘다’는 소리까지 듣는 이동건에 비해 한지혜의 얼굴을 다소 밋밋한 편이다. 그런데 ‘예쁜’ 남자배우 곁에 선 한지혜의 얼굴은 예상 외로 보기 좋은 조화를 이뤄낸다.

    ‘외꺼풀’ 토종미인의 고순도 개성미 한지혜, ‘살아 있는 바비인형’의 발랄한 섹스 어필 한채영

    한지혜는 ‘대타 캐스팅’과 인연이 깊다. 하지만 보란 듯이 대타 이미지를 벗고 연기에 몰입했고 첫 주연을 맡은 ‘낭랑18세’를 통해 주연급 연기자로 급부상했다. 이후 출연한 영화 ‘B형 남자친구’도 흥행에 성공해 주가를 더욱 높였다.

    외모를 평하자면, 한지혜는 상당히 개성적인 마스크를 지녔다. 170cm의 늘씬한 키에 귀염성 있는 얼굴 생김새는 발랄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쌍꺼풀이 없는 눈매는 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한지혜는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노 쌍꺼풀’ 미인으로, 데뷔 이후 내내 ‘칼’ 대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얼굴이 부해 보이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의 색다른 마스크는 천편일률적인 쌍꺼풀 성형미인 속에서 오히려 돋보인다. 혹 쌍꺼풀 수술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지 물었더니 한지혜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쌍꺼풀 없는 눈이 더 마음에 들어요. 팬들도 좋아해주시는 것 같고요. 앞으로도 눈에 손을 댈 생각은 전혀 없어요.”

    성형도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해야 배우로서의 수명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 그러려면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한지혜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미인의 기준이 많이 달라진 덕에 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자신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이동건과의 연기호흡은 ‘낭랑18세’에 이어 영화 ‘B형 남자친구’를 통해 진가를 드러냈다. 지난해 하반기에 촬영해 올초 개봉한 ‘B형 남자친구’는 오랜만에 히트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혈액형 신드롬’과 맞물려 제작된 이 영화는 일부 억지스런 장면이 없지 않았으나 젊은 세대의 취향과 기호를 적절히 반영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까다롭고 이기적인 B형 남자친구 ‘영빈’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소심한 A형 여자 ‘하미’ 역의 한지혜는 무척 사랑스러웠다. “100을 셀 때까지 무조건 나오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입을 옷이 하나도 없던 하미는 장롱 속에 처박아뒀던 한복을 꺼내 입고 나오는 열성을 보인다.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이수영의 뮤직비디오에도 함께 출연한 두 사람의 ‘그림’은 ‘동떨어져’ 생각하기 싫을 만큼 만족스럽다. “서로 너무 잘 알아 연기하기가 편하다”는 두 사람은 덕분에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한지혜에게 마이너스 요인은 아닌 듯싶다.

    슈퍼모델에서 배우로

    한지혜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이후 한동안 공백기가 이어졌다. 모델치고는 키가 작아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 가까이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던 그의 가치를 알아본 곳은 가수 이수영이 몸담았던 ‘이가 엔터테인먼트’다. 정식 소속사를 갖게 된 한지혜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지도를 받는다. 당시 한지혜에게 연기를 가르쳤던 연기강사 김지수씨는 그의 데뷔 초기를 이렇게 기억했다.

    “지혜는 보기와 달리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모델로 뽑히긴 했는데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자 자신감을 많이 잃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낯선 곳에도 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에 상당한 흥미를 갖게 됐다. 요즘 모습을 보면 연기에 한창 물이 오른 것 같아 뿌듯하다.”

    고향인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 적응을 잘하지 못했던 한지혜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한동안 방황했다고 한다. 연기에 자신도, 욕심도 없었던지라 전공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많았던 것. 대입 원서도 뒤늦게 내는 바람에 두 곳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다행히 세종대 연극영화과에 합격한 그는 이후 ‘여름향기’에 캐스팅되면서 배우로서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한지혜와 한예슬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데, 그렇게 된 사연이 재미있다. 두 사람은 처음 슈퍼엘리트모델 선발대회에서 같은 조에 소속돼 친분이 생겼다. 둘 다 모델로선 키가 작은 편이라 같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고, 서로 고민을 나누다 친하게 됐다는 것이다. 둘은 결국 배우의 길을 택하게 된다. 단신 콤플렉스가 결과적으로는 이들에게 행운이 된 셈.

    두 사람 사이는 정말 남다르다. 한지혜가 ‘섬마을 선생님’ 촬영 당시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전남 목포의 한 섬에 들어가 있을 때도 두 사람은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한지혜가 태어나 가장 술을 많이 마신 것도 한예슬과 함께였다고 한다.

    ‘외꺼풀’ 토종미인의 고순도 개성미 한지혜, ‘살아 있는 바비인형’의 발랄한 섹스 어필 한채영
    애교가 많고 발랄한 한예슬에 비해 한지혜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촬영이 없는 날엔 거의 집에서만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연기를 알아가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젠 자신이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 “애교와 몸매 때문”이라고 웃으며 대답할 정도다.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춤솜씨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 그러나 한때 그는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낭랑18세’에서 깻잎머리와 무릎 위로 한참 올라오는 짧은 미니스커트 교복 차림을 한 한지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때문이었다. 그가 고등학교 시절 이른바 ‘날라리’였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던 것. 이로 인해 마음고생을 한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수차례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농담처럼 ‘고백’하는 솔직한 방법을 택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저 고등학교 때 잠깐 놀아봤어요. 사실 담도 넘어봤고요. 제 연기가 그렇게 자연스러웠나요?”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며 세상과 그 속의 사람들과 부딪치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맛을 알게 됐다”는 한지혜의 앞날이 자못 기대된다.

    도도함 벗고 망가지다

    ‘외꺼풀’ 토종미인의 고순도 개성미 한지혜, ‘살아 있는 바비인형’의 발랄한 섹스 어필 한채영

    한채영은 지독하게도 ‘흥행운’이 없었다. 화려한 얼굴과 몸매 덕분에 꾸준히 주연급에 캐스팅됐고 작품 자체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 하지만 ‘쾌걸춘향’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연기색깔을 찾게 된 그는 흥행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연기자로 인정받게 됐다.

    한채영(25)이 춘향의 이미지에 어울릴까? 가당치도 않다. 지고지순하고 다소곳한 전형적인 한국 여인상인 춘향을 연기하기에 그는 너무 당당하고 밝다. 그러나 현대극의 분위기를 가미한 KBS 드라마 ‘쾌걸춘향’에선 얘기가 달랐다. 애초부터 ‘쾌걸춘향’은 순종적인 정통 춘향이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요구했다. 그러니 춘향 역을 맡은 한채영이 얼마나 ‘망가지는가’가 관건일 수밖에 없었다.

    한채영은 그간 보여온 도도함을 포기하고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말괄량이 삐삐라도 된 양 현대판 춘향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일명 ‘걸리시 룩’을 유행시키는가 하면 ‘남이사’ ‘신경 끄셔’ 등 10대들의 어투를 자연스레 소화해냈다. ‘쾌걸춘향’은 한지혜가 출연한 ‘낭랑18세’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받았으나 이 드라마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요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쾌걸춘향’의 성공이 돋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섹시스타 이효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SBS 드라마 ‘세잎클로버’는 ‘쾌걸춘향’ 때문에 시청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쟁시간대는 아니지만 김희선·권상우와 SBS 드라마 ‘올인’의 유철용 PD가 손잡은 MBC 드라마 ‘슬픈 연가’와 김하늘·이동건·이창순PD의 조합인 SBS 드라마 ‘유리화’ 역시 예상을 깨고 내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 터였다.

    ‘쾌걸춘향’에는 스타급 배우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한채영도 주연배우로서는 어딘가 부족한 듯했고, 상대역인 재희는 주목받는 신인에 불과했다. 악역을 맡은 엄태웅과 박시은 또한 인지도가 미미했다. 더구나 한채영은 드라마 촬영 직전 긴급 캐스팅된 상황이었다. 애초 ‘춘향’역으로 예정됐던 인물은 KBS 드라마 ‘애정의 조건’에서 은파 역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던 한가인. 흥행 가능성만을 놓고 보자면 한채영이 한가인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쾌걸춘향’의 성공요인엔 여러 가지가 있다. 식상한 춘향전을 신선하게 재해석한 극본, 긴박하게 돌아가는 화면처리, 절묘하게 어울리는 배경음악 등 제작진의 아이디어는 경쾌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방학기간에 방영돼 청소년 시청자들을 겨냥한 흥행전략이 주효했다. 어쨌거나 ‘재미있어야 한다’는 드라마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다 보니 자연스레 흥행 돌풍을 불러왔음이 분명하다.

    물론 이것이 한채영 홀로 만들어낸 성과는 아니지만 드라마의 흥행으로 가장 ‘뜬’ 인물은 바로 그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도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점이 한채영에게는 가장 큰 수확이다.

    ‘외꺼풀’ 토종미인의 고순도 개성미 한지혜, ‘살아 있는 바비인형’의 발랄한 섹스 어필 한채영
    한채영의 취미는 바비 인형 모으기다.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도 ‘바비 인형’이다. 여배우의 별명 중 으뜸이 아닐까 싶다. 한채영이 인기 정상에 올랐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 별명만큼은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고 있다.

    한채영의 몸매는 최고로 평가받는다. 한 설문조사에서 ‘누드집을 보고 싶은 여배우’ 1위로 꼽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대한민국 대표 미인들의 부위를 합성한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당시 ‘몸’을 ‘빌려준’ 이가 바로 한채영이다.

    한때 “가슴이 너무 커서 고민”이라는 고백도 했지만, 요즘 시대에 ‘큰 가슴’은 고민거리도 아니다. 다만 그런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것이 배우로서는 불만이었을 터. 데뷔 때보다 살이 10kg이나 빠진 덕분에 한채영은 지금과 같은 환상적인 몸매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한채영 자신은 “배우로서 벗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베드신을 찍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너무 기대가 커 몸매를 보고 난 뒤 실망할까봐”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오랫동안 자신이 ‘몸짱’ 배우의 이미지로만 인식된 것에 대해 적잖이 불만과 아쉬움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요즘 여성들에게는 부럽기만 한 일인데도 말이다.

    여하튼 그 때문에 한채영은 언제나 ‘연기’보다는 ‘몸’을 보여주는 캐릭터에 만족해야 했다. 본인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도시적인 이미지나 콧대 높고 도발적인 여성의 역할만 주로 맡았고, 자연스레 한 이미지의 배우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 ‘와일드카드’만 해도 매력적인 여형사로 등장, 엘리베이터 안에서 양동근에게 기습적으로 열정적인 키스를 해 눈길을 끌었다. 시나리오에 ‘격렬하게 퍼부어라’는 설명이 붙어 있을 정도의 과격한 키스였다. 형사라는 직업상 몸매를 드러내는 차림은 아니었지만, 그의 볼륨 있는 몸매는 가려진 옷 속에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역할은 충분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몸뿐 아니라 얼굴 또한 한채영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 성형의학 전문의는 “한채영의 코는 감탄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코의 길이와 콧잔등의 선, 코끝 기둥과 입술이 이루는 각도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것. 단지 코를 세우는 일은 성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처럼 조화가 잘 이루어지려면 타고나지 않고선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한채영은 ‘쾌걸춘향’을 찍기 전 쌍꺼풀 수술을 ‘감행’했다. 너무나 달라진 눈매 때문에 드라마 방영 초부터 ‘쌍꺼풀 성형 의혹’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성형수술 사실을 인정했다. 다행히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한채영의 달라진 외모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긴 했으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그는 여배우로서 최고의 몸매와 외모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쾌걸춘향’에서 보여준 것 같은 새로운 연기를 계속 보여주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는데, 정형적인 외모를 갖게 됨으로써 배우의 개성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낮은 시청률에 상처 입어

    한채영은 1999년 서울 인사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가 개그맨 전유성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입문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데뷔 초기엔 한국 문화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했다. ‘쾌걸춘향’에 캐스팅되고서도 춘향과 심청을 헷갈려 했을 정도.

    2000년 영화 ‘찍히면 죽는다’로 데뷔한 한채영은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를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당시 한채영이 이 드라마에 출연한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밖에 드라마 ‘정’ ‘아버지와 아들’,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도 출연했지만 역시 주목을 받지는 못했고, 한중합작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북경 내사랑’ 역시 흥행에 실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특히 ‘북경 내사랑’ 종영 이후 한채영은 한동안 고민에 빠져 지냈다. 겉으로는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많이 속상한 듯 보였다. 인터뷰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시청률이 좋으면 본인도 신이 나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터. 하지만 그 무렵 그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것 같았다. 매니저 또한 “시청률이 잘 안 나오니까 인터뷰 스케줄 잡기도 미안하다”며 기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한채영을 내내 괴롭힌 것은 ‘얼굴이나 몸매는 괜찮은데 연기가 별로’라는 평가였다. 그가 작품과 작품 사이에 긴 공백기를 가졌던 것도 연기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별다른 히트작을 내지 못하다가 비로소 ‘쾌걸춘향’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연기색깔을 찾게 된 것이다.

    ‘쾌걸춘향’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한채영은 요즘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인기를 얻게 됐다는 것보다 ‘연기자’로 인정받게 됐다는 사실이 기쁜 것이다. 부디 그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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