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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특별함 ⑥

스티븐 호킹

“신체적 장애 있으면 심리적 장애를 가질 여유가 없다”

  • 전원경│주간동아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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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물두 살에 루게릭병 진단과 함께 2년을 넘기지 못할 거란 선고를 받은 스티븐 호킹. 그는 지금 70세를 바라보고 있다.온몸이 굳어가는 시련에도 그는 파티에서 밤새도록 전동휠체어를 빙빙 돌리며 춤출 만큼 삶을 즐긴다. 그가 타고난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천재적 성과를 가능케 한 낙천적 성격이다.
스티븐 호킹

스티븐 호킹
● 1942년 영국 옥스퍼드 출생
● 1962년 옥스퍼드 대학 물리학과 우등 졸업
● 1963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진단
● 1965년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 박사학위 취득, 제인과 결혼
● 1974년 ‘네이처’에 ‘호킹 복사’ 논문 발표
● 1979년 케임브리지 대학 루카시안 석좌교수 취임
● 1985년 ‘시간의 역사’ 출간
● 1995년 일레인 메이슨과 재혼
● 2001년 ‘호두껍질 속의 우주’ 출간
● 2006년 영국왕립협회 코플리 메달 수상
● 2007년 전신마비 장애인 최초로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

4월중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67) 박사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그가 44년째 재직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발표에 따르면 애리조나 대학 초청으로 미국 방문길에 오른 호킹 박사의 흉부 질환이 급작스레 위중해졌다는 것이다. 급히 영국으로 돌아와 케임브리지 근처 아덴브룩스 병원으로 후송된 박사는 다행히 하루 만에 고비를 넘겼다. 호킹 박사는 1985년에도 이 병원 중환자실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당시 병명은 급성 폐렴. 이때도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으나, 기관지절개술을 받은 끝에 살아났다.

사실 호킹 박사의 생존은 그 자체로 ‘기적’이다. 스물한 살 때인 1963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으로 2년 이상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미국의 야구선수 이름을 따서 흔히 루게릭병이라고 하는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전신이 서서히 마비되다 마침내 호흡기 근육이 마비되면 질식해 죽는다. 보통의 루게릭병 환자는 발병 후 5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호킹 박사는 발병 후 46년 동안이나 생존해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의 병은 여타 루게릭병 환자들에 비해 아주 느리게 진행됐고, 스물네 살에 죽을 것이라던 의사들의 예언을 뒤엎고 칠순이 다 된 지금까지 살아있다.

호킹 박사의 위대함이 병마를 이기고 살아 있는 데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걸출한 연구 업적을 거둔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이며 일찍이 아이작 뉴턴이 역임했던 케임브리지 대학의 ‘루카시안 석좌교수’다. 또한 일반 독자를 위한 과학서적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 등을 통해 대중과 과학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어찌 보면 그의 삶은 병을 진단받은 후부터 비로소 꽃피기 시작한 셈이다. 현재 67세이니, 그는 건강한 몸을 갖고 산 시간보다 2배 이상 긴 시간을 병과 장애에 갇혀 살았다.

생각보다 심각한 장애

호킹 박사를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의 장애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1998년 즈음, 케임브리지에서 호킹과 마주친 기억이 있다. 어느 초여름날 저녁, 호킹 박사 집 근처에 주차해둔 차를 몰고 가다 갑자기 자동차 전조등 불빛 속으로 들어온 호킹 일행과 맞닥뜨렸다. 나는 몹시 놀라 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고, 박사 일행은 곧 불빛에서 벗어나 사라졌다.

위대한 과학자에게는 다소 미안한 표현이지만 예기치 못했던 그 만남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불빛에 놀란 상처 입은 짐승’이었다. 휠체어에 앉은 그의 몸은 열두 살 정도의 아이처럼 작았고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상반신과 목이 한쪽으로 심하게 틀어진 채 기울어져 있었다. 별로 차갑지 않은 날씨인데도 호킹의 몸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다. 그의 전동 휠체어를 두 사람의 간호사가 밀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1995년에 재혼한 아내 일레인이 분명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일레인의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만약 호킹 박사가 자동차 사고 등으로 인해 몸이 마비된 장애인이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 나았을지 모른다. 팔이나 목, 아니 최소한 목 윗부분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말도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병이 악화되면서 전신이 완전히 마비된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손가락 두 개뿐이다. 웃음소리는 낼 수 있지만 말은 못한다. 1985년 기관지절개술을 받을 때 성대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컴퓨터음성합성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기관지절개술을 받기 전에도 거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학회나 세미나 연설 때는 늘 통역을 대동해야 했다. 그는 컴퓨터 화면에 빠르게 지나가는 단어들을 보고, 원하는 단어를 손끝으로 눌러 선택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이 문장 내용을 컴퓨터가 음성으로 합성해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1분에 10단어 정도 ‘말할’ 수 있다. 강연을 할 때는 미리 원고를 만들어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하지만, 강연 후 질문을 받을 때는 한 질문에 대답하는 데 10분씩 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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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경│주간동아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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