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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⑤

국내 유일의 이종격투기 의사 김정훈

“단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링에 오른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국내 유일의 이종격투기 의사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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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홍만과 싸워도 이길 자신 있다
  • ● 나는 루저(loser), 최강의 무술 주짓수는 루저들이 해야 하는 운동
  • ● 진료 마치고 울산에서 대전으로 달려가 나이트클럽 야간경기 출전
  • ● 공포감 뒤에 오는 안도감
국내 유일의 이종격투기 의사 김정훈
울산파이트짐은 지하 1층에 있었다. 말이 체육관이지 그래플링(Grappling·엉켜 싸우기)이 가능한 매트 하나와 옷 갈아입는 공간이 고작이다. 매트 한구석에 샌드백이 매달려 있고 매트 밖으로 벤치프레스와 석유난로가 놓여 있다. 그 주변에 헤드기어와 글러브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정면 벽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다.

우리의 주인공은 곧바로 웃통을 벗었다. 처음 봤을 때 체구가 작아(키가 170㎝가 안 돼 보였다) 실망했는데 뽀빠이처럼 우람한 상체 근육을 보면서 조금 안도(?)했다. 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앞니가 하나 빠져 있는 것도 신뢰감을 주는 데 한몫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물어보니 경기 도중 펀치에 맞아 나간 것이라고 한다.

김정훈(42). 그는 의사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울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그는 낮에는 고상한 의사 선생님이다가 밤이 되면 격투가로 변신한다. 매트 위에서 구르고 샌드백을 두들긴다. 단순히 취미 삼아 운동하는 게 아니다.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종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는 의사다. 주로 밤에 운동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쯤은 점심시간을 이용한다. 오늘은 특별히 ‘신동아’ 취재팀을 위해 시간을 더 냈다. 진료는 다른 의사에게 맡기고 왔다. 촬영이 끝나면 물론 병원으로 돌아가 다시 의사 가운을 입을 것이다. 그는 이 체육관의 고문이다. 낮 1시가 다 돼가지만, 식사는 아직 안 했다. 밥을 먹고 운동하면 토하기 때문이다.

“기자님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촬영을 위해 부른 스파링 파트너들이 하나 둘 체육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먼저 그보다 10㎝는 커 보이는 사내와 붙었다. 그의 전공은 주짓수(Jiu-jitsu). 실전 최강의 무술로 꼽히는 주짓수의 뿌리는 일본의 유도다. 브라질에서 발전했다고 해서 브라질리안 유술(柔術)이라고도 한다. 주된 기술은 관절기와 조르기다. 잡고 메치는 유도의 기술에 팔다리를 비틀고 목을 조이고 관절을 꺾는 기술이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그와 상대는 상체를 수그린 채 붙었다 떨어지기를 되풀이했다. 머리를 잡아 아래로 짓누르기도 하고 다리를 잡아 넘어뜨리기도 했다. 매트 위에서 안고 구르고 내던져지기를 몇 번. 썰렁하던 체육관은 곧 열기로 뒤덮였다. 쉭쉭 거친 숨소리와 더불어 엷은 땀 냄새가 빠르게 번져나갔다.

잠깐 쉬는 동안 그가 말했다.

“마흔이 넘으니까 프로대회에는 안 끼워줍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프로대회에도 나갈 생각입니다.”

두 번째 스파링 상대는 외국인이었다. 랜스키 알텀(29)이라는 러시아인으로 현재 울산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전공은 한국 무기. “아까 건 몸 푼 것이고 진짜 스파링은 지금부터”라고 김씨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처음보다 강도 높은 스파링이 전개됐다. 키가 178㎝쯤 돼 보이는 랜스키는 날렵했다. 두 마리의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상대의 몸을 넘어뜨리기 위한 거친 몸싸움이 계속됐다. 어느 순간 랜스키가 두 다리로 김씨의 상체를 휘감아 엎어뜨린 후 암바(arm bar·팔 관절 꺾기)를 시도했다. 김씨가 견디기 힘든 듯 탭(tap)을 했다. 탭이란 상대방이나 자신의 몸, 혹은 바닥을 두드리는 것으로 항복을 뜻한다.

그가 일어난 후 스파링이 재개됐다. 이번엔 그가 랜스키에게 트라이앵글 초크(triangle choke)를 시도했다. 두 다리로 상대의 목과 한 팔을 조여서 숨을 막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번엔 랜스키가 탭을 했다. 두 사람은 이어 기무라(kimura), 롤링 니바(rolling knee bar) 따위의 기술을 선보였다. 기무라는 두 다리로 상대의 팔을 고정시켜 꺾는 기술이고, 니바는 상대의 다리 하나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고정시켜 무릎관절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중년에게 좋은 운동입니다. 기자님도 할 수 있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가 말했다. 아까부터 몸이 근질거리던 터라 주저 없이 그의 상대로 나섰다. 그가 기자에게 몇 가지 관절기를 가르쳐줬다. 그의 기술이 들어오자 어깨에 참기 힘든 통증이 밀려왔다. 새삼 지능적이고 효율적인 무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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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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