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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⑧

잡동사니 수집가 현태준

“남들이 뭐라든 내 맘대로 산다, 뽈랄라~”

  • 송화선│동아일보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잡동사니 수집가 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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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시는 일이 정확히 뭐죠?

“뭐 보시다시피. 이거 관리하고, 책 쓰고, 그림 그리고, 시간 나면 이거저거 사러 다니고 그럽니다.”

▼ 명함에 ‘뽈랄라수집관’ 관장이 빠진 걸 보면 이 일로는 돈을 못 버시나봐요.

“못 버는 정도가 아니라 이거 운영하느라 생계가 위험할 지경이지요. 문 연 지 1년 됐는데 매일매일 적자가 쌓입니다. 이거 없을 때는 룰루랄라 살았는데….”

▼ 그런데 이걸 왜 하시는 거예요?



“한 10년 잡동사니를 모았거든요. 그동안 연희동 창고에 쌓아뒀는데, 수집한 걸 한번 정리할 때도 된 것 같아서 전시장 겸 작업실을 꾸민 거예요. 그런데 웬걸, 쌓인 짐 정리하는 데만 1년이 걸렸고, 아직도 연희동엔 여기 전시한 것보다 훨씬 많은 잡동사니가 남아 있어요. 내가 그동안 뭘 얼마나 많이 모아왔는지 나도 몰랐던 겁니다. 결국 이거 만들면서 월세는 두 군데서 나가게 됐고, 그동안 정리한 거 아까워 문은 못 닫겠고…. 완전히 판단미스였어요.”

▼ 창고에 쌓여 있는 것도 다 이런 물건들인가요?

“그렇죠. 성냥갑, 양초 같은 것도 있고, ‘사기의 기법’ 같은 특이한 책들, 장난감, 조립식…. 뭐 온갖 게 다 있어요.”

▼ ‘뽈랄라’가 그런 뜻인가요? 남들 안 모으는 잡동사니?

“그런 건 아니고, 나 좋아하는 거 남 눈치 보지 말고 하자는 뜻으로 제가 만든 말이에요. ‘포르노 랄랄라’를 줄여서, 하고 싶은 대로 살자, 뽈랄라~ 뭐 그런 거죠.”

잡동사니 천국, 문방구

잡동사니 수집가 현태준

‘최첨단 홍대 앞의 서브컬처 명소’ 뽈랄라수집관 전경.

사실 ‘뽈랄라수집관’을 왜 만들었는지 보다 더 궁금한 건 도대체 이런 걸 왜 모았을까 하는 쪽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누구나 한번쯤 이사하며 탈탈 털어버리고 왔을 법한 잡동사니를 빈틈없이 촘촘하게 정리해놓은 풍경을 보게 된다. 다른 공간에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잡동사니가 있다니, 그는 대체 뭘 얼마나 모은 걸까 싶다.

현씨의 수집벽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미대 공예과를 졸업한 그는 당시 홍대 앞에 ‘신식공작소’라는 공방을 열고 초록색 때밀이 타월로 만든 핸드백, 돈을 넣으면 감격한 듯 움직이는 ‘감격의 저금통’, 돈을 넣고 지퍼를 잠그면 입을 다무는 ‘입닥쳐 지갑’ 따위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원래 ‘시시껄렁한’ 걸 좋아하는 성미인지 모른다. 그때 바로 옆 가게는 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문방구였다(표준어는 ‘문구점’이지만, 현씨는 모든 어린이가 ‘문방구’라고 부르던 그 공간을 이렇게 부르고 싶어했다. 이 글에서는 학교 앞에서 꼬맹이들을 상대로 학용품, 장난감, 불량식품 등을 파는 잡화가게를 ‘문방구’라고부르기로 한다). 왔다갔다 인사나 드리던 차에 어느 날 할아버지가 가게 문을 닫는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싸게 가져가라고 했다. 33㎡ 남짓한 공간을 뒤적이다 그는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물건들을 만났다. 반갑고 신기했다.

▼ 그때부터 수집가의 길로 들어선 건가요?

“그때는 그냥 ‘재밌다’ 하고는 말았어요. 제대로 모으기 시작한 건 훨씬 뒤부터죠. 1998년 IMF가 오면서 하던 일이 끊기고 돈벌이가 시원찮아졌을 때예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아내와 함께 석 달 동안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미국 캐나다에서 우연히 앤티크 장난감 가게에 들렀어요. 반듯하고 깔끔한 신식 가게에서 온통 구닥다리 물건을 파는 모습이 신선하데요. 내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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