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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⑪

전통태교 연구하는 물리학자 김수용 KAIST 교수

“태교 연구에 국비 지원하면 금세 선진국 된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전통태교 연구하는 물리학자 김수용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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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보다 힘든 인터뷰였다. 인터뷰이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답이 20분 넘게 이어졌다. 한참을 지나고야 알았다. 그가 이 시간을 무척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걸.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에 귀 기울여주기를,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과학에 대해 소개할 순간이 오기를, 김수용 교수는 17년을 하루같이 기다려왔다.
전통태교 연구하는 물리학자 김수용 KAIST 교수
“논어에 ‘생이지지자 상야, 학이지지자 차야, 곤이학지 우기차야(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면서부터 저절로 아는 사람이 최고요, 배워서 아는 사람은 그 다음이며, 막힘이 있어 배우는 자는 또 그 다음이라는 말이죠. 이게 태교의 비밀입니다. 주위를 보면 별로 노력하는 것도 없는데 일이 술술 되는 사람이 있죠. ‘생이지지자’, 부모가 태교에 성공한 사람이에요.”

김수용(57)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논어’를 줄줄 읊었다. 조선 후기의 태교 지침서 ‘태교신기’ 중에서는 ‘사교십년 미약모시월지육(師敎十年 未若母十月之育)’ 즉 ‘스승의 10년 가르침이 어미가 배 속에서 열 달간 가르친 것만 못하다’는 구절을 좋아한다고 했다. 막 첫인사를 나눈 참인데, 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김 교수는 전통태교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한문으로 기록된 옛 문헌을 뒤져 그 안에 담긴 ‘지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 태아의 뇌파를 검사해 모체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살핀다. 물리학 교수가 왜 태교를,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우주의 원리를 파헤치는 플라스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욱 그렇다. 우주로 상징되는 첨단 과학의 세계와 먼지 더께가 하얗게 덮여 있을 것 같은 한문 고서 사이의 간격은 넓고 깊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뇌는 우주 못지않게 신비롭고 깊이 있는 탐구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전통태교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고 작동하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교본입니다. 연구할 내용이 무궁무진해요.”

좋다. 거기까지는 인정하자. 그런데 그 연구를 왜 하필 물리학과 교수가 하느냐는 말이다.

生而知之

김 교수가 처음부터 태교에 관심을 뒀던 건 아니다. 그는 박사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한동안 무척 열심히 전공 분야를 연구했다. 1993년에는 국내 기술만으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을 개발했다. 지금은 일반인도 널리 아는 일상적인 기술이지만, 당시는 언론에서 ‘위치측정시스템이란 인공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처리해 현재의 위치와 속도, 그리고 시간 등을 알아내는 장치’라며 ‘자동차를 타고 낯선 지역을 갈 때나 지하에서 전기선 등의 공사를 할 때, 외진 곳 또는 산속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등 현재 위치파악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서나 활용이 가능하다’고 상세히 소개할 만큼 첨단 기술이었다. 김 교수는 같은 해 역시 인공위성 신호를 받아 기상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과학기술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잘 나가던’ 시절이다. 자신감이 넘쳤다. 그때 불쑥 뇌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갑자기는 아니었어요. 미국 유학 갔을 때부터 뇌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한국에서는 제가 아주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시간에 보니 서양 애들은 뭔가 다른 거예요. 아주 희한한 생각들을 하고, 재미있는 질문도 막 해요. 시험을 보면 성적은 저만 못한데, 뭔가 특별한 게 있어 보였죠. 쟤네의 뇌는 나랑 뭐가 다른 걸까. 그게 궁금했어요.”

궁금할 만하지만, 뜬금없기는 하다. 김 교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렵게 간 유학길에서 전공 공부를 미루고 친구들의 뇌를 연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고 생각했지만, 공부에 쫓겨 언제부턴가 자신에게 그런 호기심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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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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