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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괴짜들 <마지막회>

기·풍수 연구가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2년 대권은 깜짝 놀랄만한 인물이 잡고, 한반도 통일은 2020년 전후해 이뤄진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기·풍수 연구가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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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송하비결은 틀리지 않았다”
  • ● 연구실 곳곳에 강돌 가져다놓은 까닭
  • ● 하늘·땅·사람의 기(氣)로 읽는 ‘삼원지리풍수’
  • ● 올 하반기 한반도 격변 시나리오
  • ● “마음 비워야 복 받는다”
기·풍수 연구가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송하비결(松下秘訣)’이라는 예언서가 장안의 화제였다. 그 해 한반도에서 국지전쟁이 발발하고 2007년에는 핵전쟁이 벌어져 북한이 붕괴하며 그 결과 통일이 이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제 모두 거짓으로 판명된 이 예언이 눈길을 끈 건, 책을 펴낸 이가 통일연구원에 몸담은 정통 사회과학자였기 때문이다. 황병덕(58) 박사. 그는 ‘황남송’이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이 책을 통해 그해 온갖 매스컴을 장식하며 떠들썩한 명성을 얻었다. 이제는 다 잊혔지만, 당시 유력 언론이 앞 다퉈 보도한 ‘송하비결’의 주요 내용은 이랬다.

△2004년 : 미국의 북한 폭격, 한반도 국지전쟁 발발, 미국 대통령 피격, 미국 민주당 대선 승리

△2006년 : 북한 붕괴 시작, 북한 난민 유입, 행정수도 이전

△2007년 : 한반도 전쟁, 핵 투하, 북한 붕괴, 한반도 통일

이 예언을 황 박사 본인이 내놓은 것은 아니다. 송하비결의 원저자는 1845년생으로 평안남도 대동군에 살았던 ‘송하(松下)노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 김씨인 그는 평생 은거하면서 천문 지리 주역을 탐구한 뒤 1910년부터 2030년까지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국운을 내다본 비결서를 남겼다고 한다. 그중 한 부를 동학도였던 이석(1900년생)이 보관하고 있다가 세옹(世翁·1919~96)에게 전했고, 황 박사는 세옹의 아들인 김성욱씨를 통해 처음 이 책을 알게 됐다고 했다.

“2000년 말 김성욱씨가 펴낸 ‘매화역수(梅花易水)’라는 책 부록에 2001년 9·11테러를 예견한 대목이 있었어요. 테러 발생 후 그 책을 보고는 신기해서 김씨를 찾아갔고, 그때 ‘송하비결’을 처음 봤습니다.”

황 박사가 말하는 구절은 ‘滄海大島(창해대도) 柏石化赤(백석화적) 白屋賊侵(백옥적침)’이다. 직역하면 ‘넓은 바다 큰 섬나라 큰 건물이 붉게 변하고 흰 집에는 도적이 침입한다’는 뜻. 이듬해 가을 미국(大島)의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柏石)은 항공기 테러로 붉게 변했고(化赤), 펜타곤(白屋)도 공격(賊侵)을 받았다.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엉터리’ 예언가

황 박사를 놀라게 한 예언은 하나 더 있다. 김씨와 만난 날 그는 예언서의 2002년 부분에서 ‘목하첨자(木下添子) 목가병국(木加丙國) 존읍정복(尊邑鼎覆)’이라는 구절을 봤다. 김씨에게 ‘이(木+子=李)씨가 나라(國)를 잡으려(木+丙=柄)하는데 정(尊+邑=鄭)씨가 솥단지를 뒤엎는다(鼎覆)’로 풀면 어떻겠느냐고 얘기했다. 이 해석을 2002년 대선 정국에 대입해보자. 초반 우세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가 정몽준·노무현 단일화와 이후 정몽준 후보의 변심으로 대권 획득에 실패하는 상황이 묘하게 들어맞는다. 대선이 끝나자 이번엔 김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예언서에는 은유와 상징이 많아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풀이하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지요. 김씨가 ‘그 대목을 제대로 해석한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다’며 같이 책을 번역해보자고 합디다. 저는 일단 한자를 정확히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한학·주역 공부를 오래했으며, 정치학 전공자라 국내외 정세를 읽는 눈이 있어요. 저도 이 비결이 놀라운 예언을 담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함께 해석 작업에 들어갔지요.”

황 박사가 밝힌 ‘송하비결’ 출간 뒷얘기다. 황 박사는 조선조 실학자 황인석 선생의 자손으로, 일찍부터 한학과 밀접한 환경에서 자랐다. 독일 베를린대에서 정치학 학사,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통일연구원에서 일하면서도 주역 풍수 등 동양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일찍부터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사주 고수’로 이름을 날렸고, 통일연구원 내에서는 김일성 사망 1년 전 그의 죽음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단다. 이러니 그가 내놓은 전쟁 예언이 화제를 모을 수밖에 없었을 게다. 황 박사의 인상도 도인의 풍모를 강화하는 데 일조했을 듯싶다. 그는 50대 후반의 나이를 믿기 어려울 만큼 환한 낯빛에 천진한 미소를 갖고 있다.

▼ 결국 ‘송하비결’ 내용이 상당부분 거짓으로 판명됐는데, 가짜 예언서에 속아 학자로서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질문을 던지자 그는 예의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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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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