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호

“심장이 먼저 알아챌 운명의 짝 기다리는 중”

‘응사 여걸’ 고아라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4-01-22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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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도우려 오디션 백댄서 나섰다 데뷔
    • ‘응사’ 명장면은 ‘쓰레기’의 프러포즈 신
    • 취하면 눈 풀리는 습성 ‘나정’ 닮아
    • 서른 살 넘어 시집 내고 싶다
    “심장이 먼저 알아챌 운명의 짝 기다리는 중”
    말이 참 빠르다. 그야말로 속사포다. 서울 말씨에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간간이 섞인다. 그래서일까. 기자와 마주한 사람은 배우 고아라(24)지만 마치 ‘성나정’과 인터뷰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나정은 지난해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케이블방송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여주인공. 털털하면서도 까칠하고 꼼꼼하면서도 덜렁대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캐릭터다.

    ‘응사’는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농구대잔치 열풍이 몰아치던 1994년,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성나정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신촌하숙’에 모여 사는 연세대학교 94학번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렸다. 2.5%로 출발한 ‘응사’의 시청률은 마지막 21회에서 10.4%를 기록했다. 케이블방송 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 고아라는 이 작품에서 그간의 여성적인 이미지를 벗고 선머슴 같은 캐릭터로 연예계 데뷔 10년 만에 스타덤에 올랐다.

    고아라가 인기를 끌자 그의 연기력뿐 아니라 외모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네티즌들은 그의 2003년 데뷔 시절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10년 동안 변치 않은 방부제 미모” “타고난 자연미인” 등 호평을 쏟아냈다. 1월 3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과연 10년 세월을 무색게 하는 ‘천연미인’이었다.

    목발 투혼의 힘



    ▼ 실물이 화면보다 더 곱네요.

    “아이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젖살이 빠지면서 얼굴 윤곽이 좀 더 또렷해지긴 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은 외모예요. 사실 이마가 굉장히 납작해요. (앞머리를 들어올리며) 이봐요. 밋밋하죠(웃음)?”

    ▼ 눈동자가 한국인에겐 흔치 않은 밝은 갈색이라 볼 때마다 신비한 느낌이 들었어요. 혹시 렌즈의 힘?

    “안 그래도 렌즈 끼었느냐는 말을 자주 들어요.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서 원래 눈 색깔이 이래요. 우리 가족 중에서도 저만요. 엄마 눈동자도 약간 밝은 갈색이긴 한데 저 정도는 아니에요.”

    ▼ ‘응사’가 끝난 지 엿새밖에 안 됐네요. 이 드라마로 열렬한 사랑을 받아 2013년을 보낸 소감이 특별할 것 같아요.

    “되게 행복했어요. ‘응사’는 촬영 현장에서 배울 것도 많고, 배우들과의 유대감도 남다른 작품이었어요. 제 부모 역을 연기하신 성동일, 이일화 선배님은 진짜 가족 같았어요. 특히 성동일 선배님은 애드리브(즉흥 대사)를 많이 하셨는데 극 흐름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적기에 활력을 불어넣었어요. 그걸 옆에서 지켜보며 같은 배우로서 부럽고 존경스러웠어요.

    ‘응사’ 덕에 소중한 인연을 여럿 만났고, 평생 잊지 못할 대표작을 얻었어요. 이런 기회를 제게 주신 신원호 감독님, 이우정 작가님, 드라마에 공감해준 모든 시청자에게 감사해요. 나정이와 쓰레기(정우 분)를 가리키는 ‘나레기 커플’, 칠봉이(유연석 분)와 성나정을 일컫는 ‘사이다 커플’ 같은 애칭이 다 시청자가 붙여준 거예요. 그런 별칭이 캐릭터를 좀 더 폭넓게 보여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고아라는 촬영 도중 다쳐 한쪽 발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부상이 심각한지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복사뼈 부분의 인대가 끊어졌어요. 18회에서 성동일 선배님(성나정 아버지)이 주차장 하수구에 빠져서 실려 간 병원에 칠봉이가 절 데려다주는 장면을 찍을 때, 화면에는 안 나오지만 전력질주를 했어요. 사실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먼 거리여서 전력질주까진 안 해도 됐는데 제 딴엔 다급한 심정을 표현하려다 그만…. 추운 날에는 조금만 부주의해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더라고요. 잠깐 삐끗했는데 인대가 파열돼서 수술을 해야 해요. 우선 ‘명동 공약’부터 지키고 나서 수술 날짜를 잡을 거예요.”

    “심장이 먼저 알아챌 운명의 짝 기다리는 중”

    ‘응답하라 1994’의 하숙생들이 ‘신촌하숙’에서 회포를 푸는 모습.

    ▼ 명동 공약이 뭔가요.

    “‘응사’ 시청률이 10%를 넘으면 서울 명동에서 ‘프리 허그’를 하겠다고 모든 출연진이 공약했거든요. ‘칠봉이’ 유연석 오빠는 얼마 전에 그 약속을 지켰어요. 저도 시청자와 한 약속이니만큼 수술하기 전에 지키려고요.”(부상 때문에 공약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고아라는 1월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다.)

    ▼ 남은 촬영 분량을 다친 몸으로 소화했나요.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12월 초에 다쳤는데 그 때문에 제작에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어요. 인대가 끊어져서 몹시 아팠지만 당장의 통증보다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더 막중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촬영할 땐 늘 웃으면서 찍었어요. 시청자들의 열렬한 성원 덕분에 아픈 것도 잊게 되던 걸요.”

    1994년에 네 살

    그의 연기 데뷔작은 2003년 방영을 시작한 KBS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이다. 이 드라마로 한때 그는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이후 국경을 넘나들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꾸준한 연기활동을 펼쳤다. 드라마 ‘반올림2’ ‘눈꽃’ ‘누구세요?’ ‘맨땅에 헤딩’, 영화 ‘푸른 늑대-땅 끝 바다가 다하는 곳까지’ ‘스바루’ ‘페이스 메이커’ ‘파파’ 등이 그것. 그럼에도 배우로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그는 ‘응사’ 출연을 계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안기는 ‘국민 조카’로 등극했다.

    이런 그에게 인기에 민감한 광고계의 러브콜과 드라마, 영화 출연 제의가 쇄도하는 건 당연지사. 그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관계자는 “나정이를 통해 다양한 면을 보여줘서 그런지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작품의 장르도, 배역의 캐릭터도 저마다 다르다”고 귀띔했다.

    ▼ 극중에서 심하게 망가지는 걸 봤어요. 쓰레기와 머리채를 잡고 우악스럽게 싸운다든지, 민낯에 헝클어진 머리로 돌아다니는 건 아무리 연기라도 여배우로선 좀 꺼려지지 않던가요.

    “원래 겁이 없어요.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더구나 제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외모를 포기하기 위한 용기나 다짐이 필요치 않았어요. 작품 할 때는 이유 불문하고 캐릭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나정이 역을 맡으며 체중을 좀 불렸어요. 감독님이 5~7kg을 찌우면 좋겠다고 하셔서요. 지금은 다른 활동 때문에 살을 다시 빼는 중이에요.”

    영화 ‘장군의 아들’의 박상민이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처럼 작품 속 이미지가 너무 강하면 다른 캐릭터로의 연기 변신이 쉽지 않다. ‘응사’ 헤로인 고아라 역시 성나정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두려울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내 이미지는 앞으로 만들어가기 나름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진한 멜로가 됐든, 사극이든, 액션이든 간에 이제 시작이니 두렵기보다 설렐 것 같다”고 말했다.

    ▼ ‘응사’가 1994년 이야기라 그 당시 문화에 공감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사실 그 점이 딜레마였어요. 1994년에 제 나이가 네 살이었어요. ‘응답하라 1997’ 세대의 아이콘이던 HOT 오빠들은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데뷔해서 저도 무척 좋아했어요. 그런데 ‘응사’에서 성나정이 열렬히 좋아한 이상민 오빠나 농구대잔치의 인기는 와 닿지 않더라고요. 나정이의 ‘빠심(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뜻하는 신조어)’을 어떻게 표현할지 난감했어요. 그래서 농구대잔치 영상을 찾아보고, 관련 신문자료를 뒤지고,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해 당시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게 그나마 도움이 됐어요.”

    ▼ 학창시절 나정이처럼 ‘빠심’을 가진 대상이 있나요?

    “한창 빠심을 가지기 시작할 나이인 중2때 연예계에 데뷔해서 누군가를 열렬히 쫓아다닌 적은 없어요. 다만 초등학교 때 채림 언니와 장동건 선배님이 나오는 ‘이브의 모든 것’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을 정도로 두 분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장동건 선배님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고소영 선배님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데뷔 후 중학교 때 집 앞에서 고소영 선배님을 우연히 뵀는데 순간 숨이 멎는 듯했어요. 새하얀 털옷에 우윳빛 피부, 코에 점이 콕 박힌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후광이 비쳤다니까요. 정말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소영 선배님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제 심장을 뛰게 만드는 두 분이 결혼하셨으니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PD와 작가만 보고 출연 결정

    “심장이 먼저 알아챌 운명의 짝 기다리는 중”

    2003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연기를 시작한 고아라.

    ▼ ‘응사’엔 어쩌다 출연한 건가요.

    “신원호 PD님이 원래 KBS에 계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제 성격이 굉장히 활달해요. 데뷔 때부터 방송국에 가면 만나는 분들에게 인사를 했어요. 누군지도 모르고. 신 PD님은 당시 제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한 것을 잊지 않고 소속사를 통해 연락을 해오셨어요. 아라를 한번 보고 싶다고. 첫 미팅 때 신 PD님이 날 기억하느냐, 내가 누군지 알고 인사했느냐고 물으셨어요. 처음 본 사람에게 아는 사람처럼 인사를 하니까 그런 오지랖 때문에 절 기억하신 것 같아요.”

    ▼ 그 자리에서 출연 제의를 수락했나요.

    “제가 KBS ‘해피투게더’에서 막춤을 춘 적이 있는데 작가님이 그걸 보고 나서 고아라라는 배우의 성격이 궁금했다, 그런 풀어진 모습을 드라마에 녹여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 내면에까지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작가님과 막연한 기억 속의 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신 PD님에게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때는 시놉시스도 나오기 전이었지만 바로 출연을 결정했죠.”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매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쓰레기가 나정이에게 무릎 꿇고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그 신은 배우 간의 호흡도 남달랐어요. 서로 핑퐁처럼 마음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감정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프러포즈를 받아 연기 몰입도가 굉장했어요. 정우 오빠와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든 교감이 있었어요. ‘나레기 커플’스럽게 예쁘게 잘 표현돼서 보면서 흡족했어요.”

    ▼ 극중에선 술이 꽤 세던데 실제 주량은?

    “언제 저와 소주한잔 하시죠(웃음). 사실 와인이나 차를 들며 얘기 나누는 건 좋아하는데 술은 그다지 즐기지 않아요. 하지만 마실 기회가 있으면 끝까지 가는 편이에요. 특히 친구들과 모이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리를 파할 때까지 마셔요. 주량이 정해져 있진 않아요. 기분에 따라 달라져요.”

    ▼ 재미있는 술버릇은 없나요.

    “술을 마시면 눈이 먼저 풀려요. 그래도 나정이처럼 윙크까지 하지는 않아요. 술이 들어가면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버릇이 있긴 해요. 술병과 접시가 비면 바로 치워요. 집에 가서도 다 치우고 자고. 원래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인데 술 마시면 더 유별나게 해요.”

    극중 ‘신촌하숙’에는 경남 마산이 고향인 성나정과 쓰레기, 서울토박이인 칠봉이 외에도 경남 삼천포에서 태어난 삼천포(김성균 분), 전남 순천 출신 해태(손호준 분), 전남 여수 출신 조윤진(걸그룹 타이니지 멤버 민도희 분), 충북 괴산에서 나고 자란 빙그레(그룹 B1A4 멤버 차선우 분)가 함께 산다. 전도유망한 연세대 의대생인 쓰레기는 유일한 90학번이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한 뒤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우정을 다진다. 14세에 데뷔한 고아라에게도 지금까지 만나는 학창시절 친구가 있을까.

    “있죠. 완전 친했던 친구들은 지방에 있어요. 중학교 때 ‘반올림’으로 데뷔하면서 지방에서 상경했거든요. 고향은 경남 진주예요. 거기서 몇 년 살다가 지방을 여러 군데 옮겨 다니며 살았어요. 서울에 오기 전엔 전라도 광주에서 1년 정도 살았고. 그러다 보니 지방 곳곳에 친구가 있어요.”

    ‘6명 패거리’의 우정

    ▼ 지금도 만나나요.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자주 볼 수 없지만 서울에 올라온 친구들과는 종종 봐요. 6명의 패거리가 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친구들이에요. 데뷔 전 사귄 마지막 친구들이라 가장 끈끈해요.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나오고 서울에서 살아 자주 모여요. 최근 몇 달 동안 저도 촬영하느라 바빴고 친구들도 인턴 생활하고 취직 고민하느라 바빠서 못 만났어요. 대신 간간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사람들은 저게 너의 실제 모습이라는 걸 모르겠지?’ 하면서, 하하. 그래서 제가 ‘열연한다 그래’ 하면 친구가 ‘열심히 해라’ 하고 응원해주고. 제가 원래 털털해서 친구들이 방송 보면서 공감한 부분이 많은가 봐요. 수술 끝내고 빨리 보고 싶어요.”

    ▼ 그럼 못 하는 사투리가 없겠네요.

    “어릴 때 지방 곳곳을 다니며 들어서 가능할 것 같아요. 특히 경상도 사투리에 자신 있어요. 지금도 경상도에 사는 친척이 꽤 있어서 어릴 때부터 쓰던 사투리가 ‘응사’에서도 자연스럽게 되살아났어요.”

    ▼ 언어 감각이 뛰어난가봐요. 외국어도 잘한다고 들었거든요.

    “과찬이십니다. 회사에서 교육을 받아서 영어, 일어를 조금씩 하는 정도예요.”

    ‘응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성나정이 예비 의사 쓰레기와 야구스타 칠봉이 중 ‘누구와 맺어지나?’였다. 작가는 첫 회에 “성나정은 과연 누구와 결혼할까요?”라는 문제를 내놓고 시청자들의 ‘정답 맞히기 대결’을 끝까지 즐겼다. 극중에서 결국 성나정은 쓰레기와 결혼하지만 여성 시청자 중에는 칠봉이와 맺어지기를 바라는 이가 적지 않았다. 같은 과 동기인 해태와 잘 어울린다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만약 고아라가 성나정과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를 배우자로 선택했을지 궁금했다.

    ‘고아라’식 사랑법

    “저도 나정이처럼 첫사랑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처음 마음을 줬을 만큼 남다른 ‘필(Feel)’이 꽂혔을 테고, 그래서 더 애틋하지 않을까 싶어요.”

    ▼ 실제 상황이었더라도 쓰레기를 선택했을 거라는 얘기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삼천포가 됐든, 해태가 됐든 ‘신촌하숙’ 하숙생들은 저마다 매력이 있기 때문에 누가 더 매력적인지 저울질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나정이의 사랑의 작대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쓰레기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쓰레기를 선택한 것처럼, 저도 누구를 특정할 순 없지만 처음에 필이 꽂히는 사람을 선택할 것 같아요.”

    ▼ 이상형이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느낌을 중요시해요. 운명을 믿기 때문에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람이요.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마음에서 신호를 보낼 것 같아요.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이 사람이다 싶은 강한 느낌이요.”

    ▼ 신촌하숙 하숙생들과는 모두 초면이었나요.

    “해태를 연기한 (손)호준 오빠와는 광주에 살 때부터 알던 사이예요. 교회 오빠였어요. 중학교 때 두 번 뵌 적이 있는데 당시 오빠는 연예계 데뷔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지역에서 나름 유명했어요. ‘꽃미남’이잖아요.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에 연극을 했는데 오빠가 직접 연기 지도를 해주셨어요. 해태가 의리남이라서 남성 시청자에게 인기가 많던데, 호준 오빠는 실제로도 의리가 있어요.”

    ▼ 서울남자와 지방남자 다 사귀어봤나요.

    “아직요. 이제 사랑을 해봐야죠.”

    ▼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인데 아직 사랑 경험이 없다는 말? 되게 심심하게 살았네요.

    “맞아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찍으며 대리만족을 했어요(웃음).”

    ▼ ‘응사’에도 나오지만, 지방남자는 서울여자에게 환상을 갖는데 지방여자인 고아라 씨도 지방남자보다 서울남자에게 더 호감이 가나요.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지, 출신 지역이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아요. 지방남자와 서울남자의 차이는 앞으로 만남을 좀 가져봐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추후 만나본 다음에 기자님과 인터뷰할 때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반올림’의 추억

    고아라가 직접 부른 ‘응사’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수록곡도 음원 시장에서 인기가 뜨겁다. 첫사랑을 시작한 성나정의 마음을 대변한 이 노래의 제목은 ‘시작’. 가수 박기영이 1999년 발표한 2집 앨범 ‘프로미스(Promise)’의 타이틀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고아라는 영화 ‘파파’의 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이들은 “당장 가수로 데뷔해도 좋을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 한때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면서요? 소녀시대 멤버가 될 뻔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희 회사(SM)에서는 모든 소속 연예인에게 춤과 노래, 연기 지도를 해줘요. 그 덕에 저도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요. 춤과 노래를 배우며 소녀시대의 일부 멤버와 연습한 적은 있지만 소녀시대라는 그룹을 염두에 두고 데뷔를 준비한 적은 없어요. 물론 ‘소녀시대라는 9인조 걸그룹을 만들자’는 방침이 정해지기 전에 팀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보는 과정에서 제가 멤버로 고려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연기가 적성에 맞고, 첫 출발도 연기로 해서 배우를 고집했어요. 회사에서도 제 뜻을 존중해줬고요. 비록 가수를 꿈꾸진 않았지만 그 친구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건 재미있었어요.”

    ▼ 2003년 SM청소년베스트선발대회에서 춤으로 2등을 했던데, 가수가 되려고 출전했던 게 아닌가요.

    “원래 꿈은 아나운서였는데 친구 따라 오디션에 백댄서로 나간 거예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제가 중학교 때 춤으로 한가락했거든요. 농담이고요, 학교에서 치어리더도 하고 릴레이선수로도 활동했지만 연예계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친구의 도와달라는 한마디에 도우미로 나섰는데 나중에 SM에서 전화가 왔어요. 함께하고 싶다고.

    학생이기 때문에 처음엔 SM에 들어가는 걸 망설였어요. 학업에 좀 더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연예계 경험이 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작은어머니의 조언을 듣고 나서야 이 길로 가서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SM이나 ‘반올림’을 만나지 못했다면 배우가 적성에 맞는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그래도 돌고 돌아 배우가 됐을 것 같긴 해요”

    ▼ 친구는 오디션에 붙었나요.

    “떨어졌어요.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심장이 먼저 알아챌 운명의 짝 기다리는 중”
    ▼ 원래 배우 지망생도 아니었고 연기 교육을 남달리 받은 것도 아니네요. 특별한 준비 없이 첫 연기 도전에서 ‘반올림’의 여주인공 역을 맡았는데 두렵지 않던가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연기를 잘 모르니까 더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호기심이 많아서 닥치는 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저를 소속사에서도 많이 배려해줬고 KBS 당시 제작진도 좋게 봐주셨어요. 더구나 ‘반올림’에서 맡은 이옥림 역은 제 나이와 이미지에 잘 맞아서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 작품 덕에 제게 맞는 꿈을 빨리 찾은 셈이죠.”

    ‘반올림’에서 그의 상대역을 한 배우 유아인과 ‘반올림2’에서 파트너였던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기범, 소녀시대 멤버들 모두 그보다 먼저 스타로 발돋움했다.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친구들의 대중적 성공을 그는 어떤 표정으로 지켜봤을까.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슬럼프를 겪진 않았을까.

    “제 친구들을 봐도 10대나 20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많은 고민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슬럼프를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쁘게 보냈어요. 해외 활동이 많았고, 국내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지난 10년 세월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응사’를 찍으며 그나마 제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죠.”

    ▼ 소녀시대가 잘나가서 샘나지 않았나요.

    “그런 감정은 안 들었어요. 친구들이 잘돼서 무척 기뻤어요. 소녀시대의 히트곡 ‘지지’는 제 애창곡이기도 해요. 소녀시대 앨범이 곧 나오는데 그 친구들이 진심으로 잘되기를 응원하고 있어요.”

    그가 첫손에 꼽은 연예인 절친은 최근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민호와 김우빈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1990년생 동갑내기 배우 박신혜다. 아역배우 출신인 두 사람은 “서로 앞길을 생각해주면서 늘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이”라고 한다.

    ▼ ‘반올림’에 출연했던 배우 이윤성(서태지 부인)과는 연락하고 지내나요.

    “연락이 안 돼요. 그 친구가 영화 쪽 일을 하면서 다른 배우들과도 연락이 끊겼다고 들었어요.”

    ‘운수대통’할 말띠 스타

    고아라는 최근 한 게임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 중인 김수현과 함께 ‘2014년에 가장 기대되는 배우’로 뽑혔다. 더구나 올해는 진격의 청마 해. 한 역술인은 방송에서 말띠 스타인 고아라의 2014년 운세를 이렇게 풀었다. “좋은 운수는 이제야 왔으니 탄탄대로가 된다. 2014년은 그동안 고생했던 것을 다 행운으로 회수한다.”

    ▼ 올해는 “고아라가 대세”라고들 합니다. 실감납니까.

    “실감이 안 나요. 인기가 많은 게 어떤 건지도 모르겠어요. 제 삶은 똑같기 때문에. 식당에 가면 이모, 할머니들이 저를 알아보면서 따뜻하게 반기세요. 밥도 더 주시고, 사인을 청하기도 하시고요. 그때는 내가 좀 알려졌구나 싶지만 ‘대세’라는 표현은 과분합니다.”

    ▼ 새해에 꼭 이루고픈 소망은?

    “제가 책을 무척 좋아해요. 시를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지난해 6월부터 책을 거의 못 읽었어요. ‘응사’ 대본 보느라고요. 이미 5월부터 작품 준비에 들어갔거든요. 새해엔 그동안 바빠서 미뤄둔 독서도 하고, 지금까지 들어온 시나리오도 잘 검토해서 좋은 작품을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에요.”

    ▼ 꼭 읽고 싶은 책을 꼽는다면?

    “며칠 전 추천받았는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요. 그것 말고도 소설이 됐든, 시집이 됐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싶어요.”

    ▼ 이참에 시집을 내보는 건 어때요.

    “마음속으로 꿈꿔온 일이긴 한데, 서른 살 넘어서 도전해보려고요. 시를 모은 다음에 제 나름대로 완성도가 높은 것들을 골라 시집을 내고 싶어요.”

    ▼ 다시 태어나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꿈꿀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늘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배우가 된 걸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아직 배울 게 많아서 앞으로 진짜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만큼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작품에서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거예요.”

    ▼ 요즘 가장 무서운 병이 ‘중2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사춘기 열병은 잘 극복했나요.

    “10대, 20대에 일본과 미국을 자주 왕래해서 슬럼프는 물론 사춘기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배우관이나 자아,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스무 살이 돼서야 했어요. 내가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어떤 배우가 돼야 할까, 하고요.”

    ▼ 답을 찾았나요.

    “많은 선배를 보면서 느낀 건데, 배우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담는 그릇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인격과 성품이 좋아야 어떤 캐릭터든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 많은 지식과 지혜를 보태야 섬세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거고요. 아직 배우라는 타이틀이 멀게 느껴지지만 좋은 인격을 갖춘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그런 배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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