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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리더의 뇌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창의적 리더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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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의 실마리는 굉장히 엉뚱한 데에 있다. 창의적 인간은 어떤 문제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거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창의적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지도를 스스로 그릴 줄 안다. 그리고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하되 그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판단이 들면 빠르게 수정할 줄 아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창의성을 강조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강연회는 12월 2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편집자>
창의적 리더의 뇌
안녕하세요? 카이스트 정재승입니다. 저는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입니다. 뇌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제가 주로 하는 연구는 의사 결정 기능입니다. 선택을 하는 동안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왜 브레인의 네트워크가 망가지면 우리는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는가? 예를 들면 왜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생명체들이 안 하는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는가? 필로폰, 나쁜 줄 알면서 왜 못 끊는가? 이런 게 제가 주로 하는 연구 내용입니다.

그런데 의사의 선택, 결정 중에서 가장 고등한 것이 창의적인 의사 결정입니다. 뭔가 옵션이 있을 때 그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운 옵션을 만들어서 얼터너티브(alternative)를 만들어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 이게 창의적인 리더들이 보이는 특징입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은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런 연구를 한 지 한 10년 정도 됐습니다. 과학자들이 지난 10년간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발견했고요, 그래서 제가 오늘은 거기에 관해서 실제 경험한 예도 말씀드리고요. 그 다음에 실제 사례들, 또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를 찍은 얘기들. 이런 다양한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동안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손들지 마시고 그냥 크게 얘기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성실히 답을 드리겠습니다.

Eye Tracker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제가 2005년에 재미있는 책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립니다. 그래서 너무 재밌어서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기회가 돼서 세상에 나온 책이 바로 ‘크로스’ 입니다. 미학자 진중권 선생과 제가 21세기를 관통하는 문화 키워드를 한 사람은 미학자의 관점에서, 한 사람은 자연과학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21세기 문화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해 썼습니다. 그 책을 제가 어떻게 생각해내게 됐는지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05년 1월 5일자 ‘네이처(Nature)’가 저한테 배달돼 왔습니다. 뜯어보니까 아주 인상적인 표지가 있는 거예요. 그 표지에는 한 사람의 얼굴, 그중에서도 눈이 두드러져 있었습니다. 눈을 보고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얼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의 얼굴 모양을 통해, 이목구비의 변화를 통해 이 사람이 어떤 감정상태인지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능을 잃어버린 환자가 있습니다. S.M이라는 환자인데요. 이 환자는 과학자가 연구할 때 이니셜로 표시를 합니다. 이 환자는 우리 뇌의 편도체(amygdala) 영역이 망가져서 감정을 못 만들어내고 자기가 어떤 감정인지 잘 못 읽습니다. 놀랍게도 2005년 네이처 논문은 “그는 자신의 감정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그 사람이 어떤 감정인지를 못 읽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발표한 내용입니다.

왜 못 읽나? 이 사람은 도대체 사람들의 얼굴을 볼 때 어디를 보는 가? 아이 트래커(Eye Tracker·안구 추적장치)라는 걸 이용해서 이 사람의 동공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이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를 추적해봤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보면 제일 먼저 시선이 눈으로 갑니다. 그리고 입으로 가죠. 그래서 눈과 입을 번갈아 보면서 ‘아, 이 사람이 어떤 감정 상태’라고 읽죠. 이 S.M이라는 환자는 코를 봐요. 여러분 제게 우울한 코를 보여주십시오. 여러분, 감정은 코에 싣기 어렵죠? 유쾌한 귀, 가능합니까? 쉽지 않죠. 그러니까 이 사람은 눈이랑 입을 봐야 되는데 그 영역을 제대로 안 봐서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어디를 봐야 될지 잘 모르고 엉뚱한 것을 보기 때문에 감정을 제대로 못 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제가 이 얘기가 재밌어서 관련 논문들을 더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더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동양인과 서양인이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서양인은요, 입이 굉장히 빨갛죠? 서양 사람들은 주로 입을 보면서 그 사람의 얼굴표정으로 감정을 읽어요. 그런데 동양 사람들은 입이 별로 빨갛지 않죠? 입을 오래 보지 않는 거예요. 주로 눈을 보면서 그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눈과 입이 감정을 읽는 굉장히 중요한 큐인데 그게 동서양이 서로 다르다는 거죠. 동양 사람들은 주로 눈을 보는 반면 서양 사람들은 주로 입을 보더라는 겁니다.

창의적 리더의 뇌
헬로키티

제가 이 논문을 읽고 나서 생각이 미친 것이 바로 이모티콘이었습니다. 여러분, 동양인과 서양인이 굉장히 다른 이모티콘을 쓰는 거 아세요? 서양 사람들은요, 이모티콘에서 눈에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대부분 다 그냥 눈을 콜론으로 표시하고요. 주로 입으로 여러 가지 감정을 표시합니다. 제일 유명한 것은 스마일이고요. 찡그리거나 우울하거나 대부분의 감정을 주로 입으로 표시하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보세요. 이모티콘의 감정 표현을 대부분 눈으로 합니다. 입은 거의 그리지도 않습니다. 하트가 뿅뿅 날아 다니고요, 골뱅이 튀어나오고 눈물 찔끔, 땀 삐질. 주로 눈 주변에서 굉장히 많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니까 ‘동양인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기 때문에 자신도 눈을 통해 텍스트로 감정을 표현할 때 이렇게 눈의 변화가 많은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제 이모티콘에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 든 질문이 바로 이 헬로키티였습니다. 제가 예전에 헬로키티를 만드는 회사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서 한 임원이 저한테 질문을 하셨습니다. “헬로키티가 우리나라, 중국, 일본 뭐 아시아에서는 굉장히 인기를 끄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큰 인기를 못 끌고 있다. 헬로키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아이들의 뇌가 근본적인 다른 거냐? 왜 어느 나라 사람은 헬로키티를 좋아하고 어느 나라 사람은 안 좋아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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