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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여장 남자(Cross Dresser)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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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애인 있다”

젊은 CD들이 모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화 ‘레옹’의 마틸다 헤어스타일에 일본 성인만화 속 여고생 복장을 한 CD를 비롯해 웬만한 여성보다도 날씬하고 예쁜 CD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20명도 넘었다. 서울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가장 보수적인 동네에 이렇게 CD가 많다는 게 신기했다. 자기들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깔깔 웃었다.

CD도 여러 부류가 있다. 먼저 트랜스젠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아직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을 뿐,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장을 즐긴다. 이들은 호르몬 주사를 맞기도 하고, 가슴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런 가슴 달린 남자를 ‘쉬멜’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부류는 게이 출신이다. 여성적 취향이 강한 게이 중에 여장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이성애자이면서 개인적 취향으로 여장을 하는 경우다. 흔히 ‘순수 CD’라고 한다. 간혹 스스로 여장을 함으로써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트랜스베스틱 페티시즘(Transvestic fetishism)이라 한다. 반대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장을 즐기는 부류도 있다. 드래그 퀸(Drag Queen)이라고 한다.

30대 초반의 젊은 CD와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남중, 남고, 군대, 공대 등 남자 집단에서만 오랫동안 생활했다는 그는 “여자 애인이 있는 건강한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 언제부터 여장을 했나.



“풀업을 한 건 1년 됐다.”

▼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어려서 엄마나 누나가 장난 삼아 여자 옷을 입혔다든지, 연극이나 무도회에서 여장을 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하는 경우가 많더라.

나도 비슷하다. 대학교 때 인터넷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핫한 콘텐츠가 여장을 하고 화상채팅으로 남자를 골려주는 것이었다. 재미로 시작했는데, 화장하고 가발 쓰고 여장을 하니까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이 나타났다. 기분이 묘했다. 몇 달 하다 공부하느라 그만뒀는데, 취직하고 여유가 생기니까 그때 일이 생각이 났다.”

▼ 갑자기 여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있나.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여장을 했을 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모양이다. CD카페가 있는 건 알았지만 용기가 안 나 들어가지 못하다가 지난해 용기를 냈다. 여자 옷을 빌려 주고, 화장도 해주었다. 또 다른 나를 보니까 느낌이 묘했다.”

▼ 여장을 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

“여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장을 하면 성격도 달라지고 행동도 달라진다. 걸어가는 것도 남자일 때는 팔자로 걷지만 여자 옷을 입으면 다소곳해진다.”

▼ 풀업을 자주하는 편인가.

“혼자 살기 때문에 처음엔 집에서 화장도 해보고 여자 옷도 입어보고 했다. 그런데 회사 동료, 학교 후배들이 시시때때로 집에 찾아온다.

그래서 집에선 안 하고 주말에 CD카페에 와서 하거나, 아는 CD들과 함께 모텔을 빌려 변신을 한다.”

▼ 남자 여럿이 같이 들어가면 오해하지 않나.

“그래서 카운터가 2층에 있는 모텔을 찾았다. 한 명이 가서 방을 잡으면 나머지는 카운터를 피해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로 바로 올라간다. 스릴과 재미가 있다. 변신을 할 때는 서로 화장도 도와주고, 이런저런 정보도 공유한다. 호칭도 ‘언니’ ‘야이 아줌마야’ 하고 부르는 등 서로 여자로 대한다.”

▼ 가족이나 주변에서는 전혀 모르나.

“완벽하게 꽁꽁 싸맨다. 항상 조심하지만 걸릴 뻔한 적도 있다. 주말에 모임을 하고 취해서 입고 있던 여자 옷과 여자 속옷, 가발을 늘어놓은 채 자고 있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 비밀번호까지 아는 후배들이 찾아온 것이다. 다행히 옷가지들이 침대 위에 있어서 이불로 감추고 아픈 척 누워 있었다. 정말 조마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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