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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불평, 불만 많아서 우리 사회 발전한다”

정신과 의사 이나미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불평, 불만 많아서 우리 사회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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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융, 아들러…

이나미 사고가 나면 우리나라만큼 자기반성을 많이 하는 나라도 없어요. 우리 공동체가 죽은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활기차게 살아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세월호 사건도 이렇게 오랫동안 애도하는 것을 외국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김호기 앞서 융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정신분석학이라면 흔히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융, 알프레드 아들러 세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돼요. 이 세 사람 가운데 선생님은 융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건가요.

이나미 저는 융 분석가예요. 세 사람을 분석가로 꼽는 것은 우리나라만 그럴 거예요. 미국만 해도 융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김호기 융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융의 정신분석학이 갖는 장점은 어떤 것입니까.



이나미 고등학교 때까지 융을 몰랐어요. 대학에 들어가서 스승 이부영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보다 융이 더 좋았어요. 융은 종교와 동양 사상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요. 예술에 대한 태도도 프로이트는 병적인 걸로 파악하지만, 융은 예술, 신화, 종교의 가치를 많이 찾으려고 했어요. 그런 게 제게 도움이 됐어요. 프로이트가 심리학이라는 틀에서 세상을 봤다면, 융은 심리학이라는 그릇에 굉장히 많은 걸 담은 거죠.

김호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아들러 심리학을 다룬 책 ‘미움 받을 용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들러 열풍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이나미 일본이나 우리 사회의 특징일 거예요. 아들러는 권력 콤플렉스에 집중한 사람인데, 우리나 일본인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자신감이에요. 위계질서, 권위, 이런 것들에 대한 콤플렉스가 서양에 비해 굉장히 심한 편이죠. 우리 사회는 매우 수직적이고,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이에요. 그래서 아들러가 더 이해하기 쉬운 거죠. 아들러가 대인관계에서 역동성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와 닿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여요.

김호기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선생께서 보기에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요.

이나미 20세기 후반까지는 역사도 남성 위주였고 사회도 남성 위주 사회였는데, 21세기부터는 여성이 빠른 속도로 주류사회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런 정치경제적인 움직임은 빨라지지만 심리적인 것은 아직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아요. 그래서 여성 스스로 주류사회로 들어가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느껴요. 그것을 보는 주변 남성들의 시선 역시 혼돈스럽죠. 여성의 역할이 지금처럼 규정되기 힘든 적이 없었다고 봐요. 규준을 각자 찾아야 해요. 그걸 해줄 수 있는 선배나 멘토도 많지 않고요.

한국 여성이 선 자리

김호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부딪히는 문제가 세대별로 다를 텐데요.

이나미 20대 여성이 부딪히는 장벽 중 하나가 외모지상주의라고 봐요. 미의 기준이 매스컴에 등장하는 서양 중심이에요. 그래서 많은 한국 여성이 스스로의 외모나 신체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느껴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프레임이 굉장히 답답해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상 캐스터는 하나같이 마르고 예뻐요. CNN 기상 캐스터는 뚱뚱한 여자, 마른 여자, 나이 든 여자 등 다양하잖아요. 그런 다양성을 누릴 수 없다는 게 20대가 가진 첫 번째 문제고요. 두 번째는 교육과 현실의 불일치예요. 교육은 남녀가 평등하다고 가르치고 여자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가르치는데 실제로는 차이가 크죠.

김호기 그래서 정체성의 혼란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나미 사랑도 배운 것, 기대한 것과 다르죠. 그런 데에서 오는 불편함이 커요. 또 20대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독립해야 하는데 여성의 경우 늦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어머니하고 훨씬 밀착된 편이죠. 20대에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못 한 채 중년으로 들어가 버려요. 그게 20대 여성의 과제이자 숙제이죠.

김호기 30대 여성에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이나미 30대로 들어서면 결혼과 육아를 해야 하는데 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죠. 계층에 따라 어머니 말이 달라요. 고소득층은 그런 거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돈을 벌어야 하니 육아나 가사에 대한 교육을 시킬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 30대 여성 대부분은 육아나 가사에 대한 정보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해요. 힘들죠. 그러면 그 투사(投射)를 남편, 시댁, 아이에게 하죠. 남자도 마찬가지예요. 아버지나 남편 노릇이 무엇인지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하고, 갈등이 있으면 아내, 장인, 장모에게 투사하거든요.

김호기 30대의 경우 주거, 사교육을 포함한 경제적 어려움도 작지 않습니다.

이나미 경제적으로 30대가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주범은 부동산이에요. 몇 천(만 원)이라도 모아 독립하는 똑똑한 친구가 많지 않아요.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인데, 제가 상담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떻게 살아도 강남에서 살겠다는 30대 남성이나 여성이 있어요. 지금 월급으로 도저히 될 수가 없는데도.

김호기 40대 여성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이나미 40대 여성의 경우에는 계층에 따라 삶이 완전히 이분화되죠. 남편을 잘 만나거나 본인이 돈을 벌면 40대에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는데, 자기가 일을 하든 하지 않든 40대 여성의 문제는 공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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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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