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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마지막회)

“배타적 민족주의가 한국號 혁신 가로막는다”

美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 신기욱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배타적 민족주의가 한국號 혁신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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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적 민족주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한국號 혁신 가로막는다”

신기욱 교수는 “한국 사회는 합리적 토론이 잘 안 되고 좌우를 먼저 가른다”고 진단했다. 김형우 기자

김호기 그동안 영어로 여러 책을 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말로 옮겨진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가 담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신기욱 사회학자로서 고민한 것 중 하나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것이었어요. 저는 민족주의가 그 답이라고 생각해요. 책에서는 한국 민족주의의 핵심을 ‘에스니(ethnie)’라고 표현했는데, 거칠게 말해 ‘혈통적 민족주의(blood nationalism)’가 한국 사회를 움직여온 가장 큰 힘이라고 봐요. 이런 민족주의의 긍정적·부정적 면을 모두 검토하고, 21세기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전망했습니다.

김호기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우리나라 민족주의를 근대주의적 시각보다는 영속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에요. 다문화사회의 도래를 지켜볼 때 민족주의를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요. 다른 저작인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는 어떤 내용을 담았습니까.

신기욱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과 미국의 주요 일간지에서 다룬 한미관계를 분석한 것이에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런 것이에요. 과거에는 미국의 렌즈를 사용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어요. 한국의 민주화, 냉전 종식, 미국의 9·11 사태 등을 거치면서 한국과 미국은 다른 렌즈를 갖게 됐어요. 렌즈가 다른 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의 렌즈는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있고, 미국의 렌즈는 불확실하다는 게 중요해요. 한국의 렌즈는 갈라진 것을 모을 필요가 있고, 미국의 렌즈는 더욱 클리어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어요.



김호기 신 교수는 한국에서 20여 년, 미국에서 30여 년을 살아왔는데, 광복 70년을 어떻게 봅니까.

신기욱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은 1945년 이후 가장 성공적인 나라 중 하나입니다. 좌우갈등, 전쟁, 빈곤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어요. 물론 여러 문제가 있고 아직 분단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존재하지만, 자랑스럽다고 자부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김호기 민주화 시대는 어떻게 보는지요. 관련된 연구도 많이 한 것으로 압니다.

신기욱 민주화는 결국 한국 사람들의 힘이라고 봐요.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 끊임없이 투쟁해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산업화나 민주화나 한국인의 저력으로 이룩했다고 봐요. 산업화의 경우 필리핀 같은 국가들은 실패했어요. 민주화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하면 뒤처질지 몰라도 선거제도 정착, 수평적 정권교체 등은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성공한 사례입니다.

김호기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구년을 보내는데, 오랜만에 살아보니 어떤가요.

신기욱 한국 사람들의 근면함과 부지런함이 좋습니다. 밤늦게까지 술 먹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게 인상적이에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국제 정세에 밝습니다. 1990년대 초 아이오와주립대에 있을 때 90% 이상이 백인인데, 그 가운데 50%가 아이오와 주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인은 주변국이나 국제 정세에 관심과 이해가 큰 것 같아요.

개인에서 제도로

김호기 한국의 제도적인 면은 어떻게 보는지요.

신기욱 정치, 경제, 교육 등의 각론에서 보면 한국은 금방 쓰러질 것 같아요. 그런데 총론으로는 그래도 잘 굴러가지 않나요? 제가 요즘 쓰는 책의 퍼즐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그 힘이 무엇인지가 제 질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제도보다 개인 중심으로 움직여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미국과 유럽 국민은 나라에 큰 관심이 없어요. 반면 한국은 개인의 의식 수준이 높아요. 이런 의식을 어떻게 제도화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김호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두 가지만 지적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신기욱 하나는 좌우로 너무 갈라졌다는 거예요. 합리적 토론이 잘 안되고 좌우를 먼저 가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제게 ‘신 교수는 좌냐 우냐’고 대놓고 묻기도 해요. 그러면 저는 ‘안보나 경제는 보수고, 사회와 문화는 진보’라고 이야기하는데, 지나친 이념갈등이 큰 문제입니다.

김호기 지구적으로는 탈이념적 경향이 강화되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념의 시대에 갇혀 있어요. 다른 하나는 무엇입니까?

신기욱 민족주의 문제예요. 20세기 한국 사회를 둘러보면 식민지, 분단,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발휘한 힘·기능·효용성은 분명히 있었어요. 문제는 미래인데, 앞으로 과연 민족주의가 얼마나 중요할지를 생각해봐야 해요. 저출산과 고령화의 도전 앞에서 한국이 더욱 발전하려면 결국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현재처럼 민족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는 배타적인 분위기에서는 그러기 힘들 겁니다. 미국의 강점은 ‘글로벌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나 제도가 있다는 것이지요.

김호기 민족주의와 다문화주의를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지는 우리 사회에 부여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신기욱 그동안 미국의 주류 사회에 있으면서 동시에 마이너리티를 느끼며 살아왔어요. 그래서 더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소수자나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약합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나 외국인·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한국 사회가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예요.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생각을 해서는 ‘이노베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아요. 이제는 배타적 민족주의를 넘어 다른 인종과 소수자를 포용하면서 가야 해요. 이 과정에서 글로벌 인재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김호기 우리 사회는 현재 저출산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신기욱 이민정책을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는 백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민자가 함께 세운 거예요. 절반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은 이민자가 세웠어요. 미국의 강점은 그런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여 미국 사회에 공헌하게 만든 것이에요. 한국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10만 명 정도 되는데, 그중 한국에 남아서 일하는 비율이 채 5%도 되지 않아요. 이민자에 대한 문화적·제도적 변화가 없으면 21세기에 한국이 도약하기어렵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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