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신동아-미래硏 공동기획 | 미래한국 청년열전

대한민국 브랜드로 특수전 용사들과 뛴다

민간군사기업 CEO 양욱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6-05-12 17:11:2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AWIC㈜ 최고경영자.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 막는 일을 했다. 카타르 신속대응군을 훈련시켰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엔 ‘덕후’였다. 특수전에 ‘심각하게 빠지면서’ 일가를 이뤘다. 남이 미치지(及) 못한 경지에 이르려면 미쳐야(狂) 한다.
    여기,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미친 듯 한 우물만 판 이가 있다. 양욱(41) AWIC㈜ 대표.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고 정민 한양대 교수가 말했다. 남이 미치지(及) 못한 경지에 이르려면 미쳐야(狂) 한다.

    해온 일과 하는 일이 다채롭다. 인도양에서 해적을 막았다. ‘카타르 육군 특임교육훈련단장’을 맡았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으로서 평론을 쓴다. 25권(‘위대한 전쟁, 위대한 전술’ 등)의 책을 냈다. 민간군사기업 최고경영자(CEO)면서 특수전 전문가다.  

    서울대 법대 다닐 땐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따온 말)였다. ‘밀덕’(밀리터리 덕후). 특수부대에 미친 듯 빠져 살았다. ‘알파고 아빠’ 데미스 허사비스는 게임과 체스 덕후 아니던가. 바야흐로 ‘성덕’(성공한 덕후)의 시대다.

    양욱은 특수전에 ‘심각하게 빠지면서’ 일가를 이뤘다. 국군도 인정하는 전문가. 국방부·합동참모본부·육군·공군·해군·방위사업청 자문위원이다.

    3, 4월 평양의 연이은 도발 탓에 그는 바빴다. “김정은 참수작전” “청와대 1차 타격” 운운하며 남북이 으르렁거릴 때 방송사들이 앞다퉈 그를 찾았다. 1주일에 방송 출연과 인터뷰를 53회 한 적도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 덕에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하루 10시간 넘게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군사 특화 컨설팅社

    ▼ AWIC㈜의 업태가 독특합니다.

    “군사에 특화한 컨설팅 회사예요. 각국 정부의 군·경찰 시스템을 돕습니다. 교육 훈련도 제공하고요.”

    ▼ 저개발국 정부가 고객이겠군요.

    “맞아요. 제3세계 국가가 주 대상입니다.”

    ▼ 해적 잡는 일도 했는데요.

    “해적 막는 일을 했죠. 회사 이름은 ‘인텔엣지’였고요.”

    2009년 그가 창업한 인텔엣지는 인도양에서 상선을 경호하는 ‘비즈니스’를 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들과 함께 일했다. 인텔엣지엔 ‘해외보안전문기업’ ‘소말리아 해적’ ‘해상보안’ ‘이라크 PSD 보안컨설팅’ 같은 해시태그가 따라붙는다.

    그는 특수전 장비 무역 일을 하면서 특수부대 출신 ‘동생’들을 만났다. 이 동생들과 한국에는 없던 군사 비즈니스 모델을 꾸린 것이다. 전역한 특수전 용사 24명이 해적 막는 일을 했다.

    “회사가 여럿으로 쪼개졌는데 ‘해치글로벌’이라는 곳이 지금껏 남았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판 격이죠.”

    ▼ 카타르 육군 교육훈련단장(2009년)은 어떤 계기로 맡았습니까.

    “인텔엣지를 창업하기 전 폭발물 해체 장비를 납품하는 비즈니스를 했습니다. 사업이 생각보다 잘 안 됐는데, 카타르에서 다소 엉뚱한 주문이 왔어요. 신속대응부대에 장비를 넣어주고 훈련을 시켜달라는 제안이었죠.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속대응부대는 폭동을 진압하는 곳이었어요. 국군 특수전 부대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가르쳤죠. 카타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훈련 수요가 더 있으면 회사 운영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게 해적 막는 일이에요.”

    그가 덧붙여 말했다.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비즈니스에 이용합니다. 한국 특수부대 출신들과만 일하는 게 원칙이에요.”

    ▼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에 적(籍)을 뒀던데요.

    “뭐랄까, 면허 없이 일하는 느낌이 있어서요.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는데, 가방 끈을 늘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책을 25권이나 썼습니다.

    “부끄럽네요. 여기저기 평론을 쓰다보니 글이 모였고, 모인 글이 책이 됐습니다.”  

    ‘아름다운 프로페셔널’ ‘그림자 전사, 세계의 특수부대’ ‘네이비실, 그들은 누구인가’ ‘KODEF 군용기 연감 2012~2013’(공저), ‘2002 한국군 장비연감’(공저), ‘대한민국 경찰특공대’ ‘세계의 특수작전Ⅰ·Ⅱ’ ‘신의 방패 이지스, 대양해군의 시대를 열다’(공저) 등의 책을 냈다.



    ‘신선놀음’ 군사 공부

    ▼ ‘위대한 전쟁, 위대한 전술’은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된 전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고찰했더군요.

    “마라톤 전투(BC 490), 가우가멜라 전투(BC 331), 하틴 전투(1187), 트라팔가 해전(1805) 등 19개 전투를 분석했습니다.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월간지 ‘국방저널’ 연재를 묶은 겁니다. 국방저널 연재를 지금껏 계속합니다. 크림전쟁(1853), 보불전쟁(1870)을 거쳐 근·현대 전쟁으로 올라오고 있어요. 연재한 지 3년쯤 됐는데, 정말로 재미있게 쓰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쟁사 공부를 다시 하는 셈이고요.”

    ▼ 최고 학부로 일컬어지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군사 문제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마니아 비슷했죠. 요즘엔 ‘밀덕’이라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군대, 무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사 관련 책이 되게 쌌어요. 밑줄 좍좍 그으면서 공부했어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생존과 관련한 핵심 위험을 이해조차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외눈으로 들여다봐서 그래요.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뿐 아니라 동맹에 대한 방어이기도 해요. 한국에도 도움이 되죠.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핵 위협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사드가 동아시아에 가까워졌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2009년 핵실험 이후 하와이, 2013년 핵실험 이후 괌에 사드를 전진 배치합니다. 이제 4차 핵실험을 했으니 더 당겨놓으려는 것이죠.”



    중국의 한반도 ‘예방전쟁’

    ▼ 사드의 요격 성공률을 놓고도 논란이 있습니다.

    “요격률이 ‘○○%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14차례의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요격에 다 성공했죠. 그런데 조건이 안 맞아 테스트가 중단된 경우도 있고, 1999년부터 성공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엔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실전 배치 이전이니 그것들은 빼는 게 맞을 겁니다. 실전 배치형으로는 14번 시험에 14번 합격한 셈입니다. 그렇더라도 100%라는 것은 없습니다. 실전에서는 80%가 될 수도, 70%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애로2나 애로3, 중국의 훙치(紅旗)9, 러시아의  S-400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테스트되고 노하우가 쌓인 게 사드죠.”   

    ▼ 중국과 일본이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도 화약고가 될 수 있는 곳이죠.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 간 충돌이 발생하고 미일동맹에 따라 미국이 개입해 미중 간 전쟁이 난다고 가정해봅시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은 딱 한 가지죠. 아주 간단한 건데 헷갈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이잖습니까. 상호!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나쁜 일 생기면 너희가 도와주고, 너희에게 나쁜 일 생기면 우리가 도와준다’고 약속한 거예요.”

    ▼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 배치한 레이더가 한반도 상공 전체를 감시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중국군의 동태와 관련한 견해를 들려주시죠.

    “선양군구 재편 등을 보면 북한 급변사태 시 최대한 빨리 진격해 최대한 깊이 들어가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여요. 한반도 상륙작전 등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이 부분의 역량도 확충할 것 같아요. 낙하산 부대 전력도 강화·발전시키고 있고요. 전광석화같이 들어와 한 평의 땅이라도 더 접수하려 할 겁니다. 레이더 등 정찰 능력도 나날이 강화하고 있고요.”   

    ▼ 대비해야 할 게 많겠군요.

    “경계할 대목은 중국이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예방전쟁’을 해왔다는 겁니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6·25전쟁이 그랬죠. 중국처럼 전쟁을 좋아하고 전쟁을 잘 활용한 국가도 드뭅니다. 이 같은 문화가 중국에 남아 있기에 늘 준비하고 경계해야 해요.”



    센카쿠 갈등 다시 보기

    ▼ 한국이 중국에 반하는 정책을 구사할 때 베이징이 경제적 보복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경제적 보복과 관련한 사안은 이 자리에서 다룰 내용은 아닌 듯하고, 군사적 보복 우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중국 해군이 이어도를 침범할 경우 우리의 대응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요.

    “제주 민군복합항이 그런 일에 대응하고자 존재하는 겁니다. 민군복합항을 통해 전략적 자유가 보장된 항구를 확보했는데요. 동맹의 자산도 편하게 들어와 작전하는 기지가 될 수 있는 거죠. 중국이 이어도를 침범하려 도발한다면 우선 경고를 해야겠죠. 경고에도 아랑곳않는다면 미군이 민군복합항에 편하게 머무를 여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항구 규모가 꽤 커요. 민간 부두 쪽에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고요. 대형 항공모함도 입항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긴장을 더 높이면 미국 해군을 제주도에 상시 전진배치하는 것도 고려해야죠.

    센카쿠 열도 갈등을 중국과 일본의 축구 대결처럼 희희낙락 지켜보는 분도 있을 겁니다. 베이징이 도쿄를 혼내줘야 한다면서 좋아한 분도 있겠고요. 하지만 상황이 복잡합니다. 우리 땅인 독도와 이어도 문제를 보더라도 센카쿠 열도는 일본 땅이라는 게 우리의 논리여야 합니다. 미국의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센카쿠 열도가 공격받으면 일본을 보호한다는 의견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이어도에서 도발할 경우 우리도 한미동맹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이용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국의 군사적 보복을 막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아베 신조 정권 등장 이후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일본 또한 군사력 강화에 나섰는데요.

    “일본은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1%대를 국방비로 씁니다. 일본 국력에 걸맞은 국방비는 2%대죠. 일본이 2% 넘게 국방비를 쓰는 순간, 재무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지금은 말로만 재무장 수준이고요. 2% 넘게 국방비를 쓸 경우 우리가 긴장해야 합니다. 다만 일본의 재무장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이 허락하는 만큼만 무장합니다. 워싱턴은 도쿄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재무장에 나서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듯싶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과거에 서로 전쟁을 한 나라이기 때문이죠”   

    ▼ 미일동맹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매우 중요하죠. 워싱턴은 도쿄의 역할을 더욱 키우려는 듯하고요.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키우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전략 자산과 관련해선 일본의 재무장에 제한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용 무기 비보유 원칙에 따라 B2 같은 전략폭격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일본이 얘기해왔고 앞으로도 갖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날이 오면

    ▼ 대결 구도 아래서 남북의 청년들이 대치의 최전선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지만, 통일을 이뤄내면 한반도 전체의 안보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손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북한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도 있을 것 같네요.

    “마음을 열어라! 세상을 넓게 봐라! 무엇보다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의 그날 이후 꿈과 희망을 펼칠 장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북한 체제 안에서 꿈과 희망을 펼치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일단은 터전 안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꿈과 희망을 이룰 세계가 북한 바깥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남북의 청년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술잔을 맞댈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