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新東亞-미래硏 공동기획 미래한국 청년열전

“西東도 하는데 南北이 왜 못하겠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한반도 오케스트라’의 꿈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西東도 하는데 南北이 왜 못하겠어요”

1/4
  •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조화로운 한반도를 꿈꾸는 청년이 있다.
  • 한반도의 갈등, 불협화음을 음악을 통해 화합, 하모니로 바꿔놓는 것을 사명이자 숙명으로 여긴다.
“西東도 하는데 南北이 왜 못하겠어요”
“꿈이 뭐예요?”

성인(成人)에게 이렇게 물으면 대개 답하기 난처할 것이다. ‘꿈’으로 나아가기엔 ‘삶’이 버겁다. 꿈은 잃었거나 숨겨놓았으되, 삶은 제 앞가림하느라 분주하다.

여기, 꿈꾸는 대한민국 청년이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조화로운 한반도를 소망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40). 린덴바움 페스티벌 앙상블의 음악감독이다.



참여하는 음악인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소리를 내는 것에 앞서 귀를 열어야 해요. 남의 소리를 듣고 내 소리를 조율해야 화음이 나와요. 나만 잘났다 목소리 높이면 남북관계처럼 소음만 나고요.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난 연주자로서 음악으로 남북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는 건 숙명 같은 거예요. 반드시 이뤄낼 겁니다.”

원형준의 꿈은 남·북한 연합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남북의 연주자들이 서울과 평양, 워싱턴과 베이징, 런던과 파리에서 불협화음이 아닌 화음으로 평화와 희망의 선율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오보에가 연주하는 A(라) 소리를 듣고 목관·금관·현악기를 조율한다. 남의 소리를 먼저 느끼고 나의 소리를 찾는다.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온 이들이 각자의 악기를 조율해 하나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다.

원형준은 ‘사회에 참여하는’ 음악가다. 음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린덴바움 페스티벌 앙상블의 리더로서 소외, 갈등, 과거사, 질병 등을 해결하는 활동에 참여한다.

그는 예원학교 재학 중 도미(渡美)해 줄리아드 예비학교를 거쳐 줄리아드 음대와 메니스 음대에서 수학했다. 육영 콩쿠르 대상, 한국일보 콩쿠르 특상, 이화·경향 콩쿠르 1등. 줄리아드 예비학교 콩쿠르, 킹스빌 국제 콩쿠르 1등과 로즈메리 특별상도 차지했다. 10세 때 서울시향과 협연했으며 KBS 교향악단, 홍콩 판아시아 필하모닉, 매로스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매서피쿼 필하모닉, 줄리아드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코리안심포니, 인천시향, KBS교향악단 객원 악장으로도 활동한다.

다른 분야와의 협업에도 관심이 많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를 증명한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과 함께 과학-음악 융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마크 로스코 채플 전시전에 초청받아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를 미술 작품 앞에서 연주했다. 4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각에서 그를 만났다.

“西東도 하는데 南北이 왜 못하겠어요”

2015년 8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광장에서 열린 평화연주회.

‘원 피플, 원 하모니’

▼ 남·북한 오케스트라 연합 공연을 위해 2009년부터 다양한 노력을 해왔더군요.  

“지난해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 오케스트라와 북한 합창단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과 ‘아리랑’을 연주하기로 했는데, 남북관계가 경색된 탓에 무산됐어요. 번번이 실패했지만 꼭 이뤄내고야 말 겁니다.

최근엔 음악을 통해 남북관계를 소통과 화합의 차원으로 바꿔놓겠다는 뜻을 더 많은 이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세계 각국에서 강연도 합니다. 미국·유럽 대학, 연구소와 협업해 남북 간 문화 교류를 성사시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남·북한 오케스트라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스위스인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의기투합해 서울-평양을 오가는 연주회를 기획했다. 2011년 뒤투아가 평양을 방문해 북측 동의를 얻어냈으나 얼어붙은 남북관계 탓에 무산됐다. 2012년, 2014년에는 스위스와 독일에서 남북 연합공연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2014년엔 중립국감독위원회 초청으로 판문점에서 남측만의 평화음악회를 여는 작은 성과를 거뒀다. 그는 “지난해 광복 70주년 기념 음악회가 성사 직전에 무산된 게 특히 아쉽다”고 했다.

“지난해 8월 15일 오후 통일대교(경기 파주시 문산읍) 남단 검문소에서 비무장지대 출입 허가 통보를 기다렸습니다. 통일부, 국방부, 유엔군사령부가 음악회를 허락했거든요. 북한 당국도 동의했고요. 단원들은 공연을 기다리면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을 연습했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열릴 예정이던 광복 70주년 평화음악회 ‘원 피플, 원 하모니’는 공연 시작 시각인 오후 7시에 취소가 확정됐어요. 남측이 심리전을 펼 경우 북측이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었거든요. 유엔군사령부가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더군요. 북측에선 사람들이 내려와 판문점 판문각에서 통일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예정대로 판문점으로 올라갔다면 남북이 베토벤의 ‘합창’과 ‘아리랑’을 합창했을 겁니다.”


1/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西東도 하는데 南北이 왜 못하겠어요”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