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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東亞-미래硏 공동기획 | 미래한국 청년열전

“우린 문명의 옷을 입고 야생을 살고 있죠”

‘한국판 제인 구달’ 영장류 학자 이윤정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우린 문명의 옷을 입고 야생을 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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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긴팔원숭이의 행태를 들여다보며 ‘인간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청년이 있다. 들러붙는 파리떼와 가시 식물을 헤치면서 숲을 오가다 보면 몸은 진흙 범벅에 상처투성이. 그렇게 필드 노트에 써 내려간 관찰기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고자 한다.
“우린 문명의 옷을 입고 야생을 살고 있죠”

2월 이슬람 축일에 연구 보조원 가족과 함께.

긴팔원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이다. 영어로는 gibbon. 인류(Homo sapiens)와 같은 영장목에 속한다.   

계 : 동물계(Animalia)

문 : 척삭동물문(Chordata)

강 : 포유강(Mammalia)

목 : 영장목(Primates)

과 : 긴팔원숭이과(Hylobatidae)

속 : Hylobates

속의 명칭인 ‘Hylobates’는 나무에서 거주한다는 뜻이다.

이윤정(27) 씨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긴팔원숭이 행태를 탐구한다. 야생 영장류 학자. 들러붙는 파리떼와 날카로운 가시 식물을 헤치고 긴팔원숭이의 밥 찾기, 밥 먹기, 움직이기, 쉬기, 털 고르기, 싸우기, 짝짓기를 들여다본다.

비는 열대우림에 터 잡은 생명의 원천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속에서 긴팔원숭이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닌다. 숲 속에서 듣도 보도 못한 동물들과 조우한다. 흰개미 떼가 공책을 갉아먹는다.   

이윤정 씨는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의 민가를 빌려 혼자 산다. 가끔 스타벅스 커피가 그리울 때도 있으나, 오감을 열고 야생을 들여다보는 삶은 행복하다. 숲의 생명은 하루하루가 새롭다. 진흙 범벅인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아늑하다.       

2013년부터 긴팔원숭이를 연구해왔다. 영장류 연구는 동물행동학, 행동생태학의 꽃으로 불린다. “침팬지는 자연이 인간에게 파견한 대사”라는 제인 구달(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동물학자)의 말처럼 긴팔원숭이를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What is human)’를 궁리한다.  



인류의 아주 가까운 벗

“우린 문명의 옷을 입고 야생을 살고 있죠”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서 5월 촬영한 긴팔원숭이 암컷.

긴팔원숭이는 사람처럼 꼬리가 없다. 영장목 사람과(hominidae)에 속한 ①사람(Homo sapiens), ②침팬지, ③고릴라, ④오랑우탄, 성성이과의 ⑤보노보, 긴팔원숭이과의 ⑥긴팔원숭이 6종은 진화 여정의 한때를 함께한 ‘아주 가까운 벗’이다.

“이탈로 칼비노가 쓴 ‘나무 위의 남작’이란 소설이 있어요. 열두 살 소년이 나무 위에 올라가 삶을 살면서 겪은 일을 다룹니다. ‘우리의 선조들’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인데,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요. 소년은 나무에서 살면서 동물, 식물에 대해 배우지만 굉장한 고립감을 느낍니다. 타인과 사회를 이뤄 관계 맺을 수 없으니까요. 소설 속 소년이 긴팔원숭이와 닮았어요. 인류도 긴팔원숭이처럼 나무에서 살다가 땅으로 내려왔거든요. 인류의 조상은 나무 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왜 땅으로 내려왔을까요?”

그는 긴팔원숭이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려 한다.

▼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이 쓴 ‘침팬지 폴리틱스’를 읽어보면, 침팬지들이 소름 끼칠 정도로 ‘인간스럽게’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우열을 따지더군요.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는 아과(亞科)인 호미니데(hominidae)까지 인류와 같습니다. 인간과 하는 짓이 비슷해 침팬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정치적으로’ 상대와 관계 맺고, 누구와 연대해 다른 누구를 끌어내리고, 실력자에게 아부하고…. 너무나 ‘인간스러워서’ 침팬지에겐 정이 잘 안 붙더라고요.”



“원숭이 아닌 유인원”

▼ 드 발은 침팬지가 서로 털 골라주는 횟수 등을 토대로 사회적 관계를 살펴보더군요.  

“저도 그거 모아요, 긴팔원숭이 털 고르기. 침팬지는 제인 구달, 고릴라는 다이앤 포시 같은 대표적 학자가 있죠. 고릴라, 침팬지 같은 대형 유인원 연구는 많이 돼 있어요. 포시가 쓴 ‘안개 속의 고릴라’ 같은 책도 유명하죠. 그런데 소형 유인원인 긴팔원숭이는 대형 유인원에 비해 연구가 거의 안 돼 있습니다.”

긴팔원숭이는 몸길이 40~60㎝, 몸무게 5.5∼15㎏다. 털빛은 검은색·회색·적갈색 등이다. 수명은 25∼30년. 사육하면 40세 넘게도 산다. 임신 기간은 210∼240일, 한 배에 1마리씩 낳는다.

“영장류를 거칠게 분류하면 ‘유인원’과 ‘원숭이’로 나뉩니다. 사람과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 오랑우탄, 긴팔원숭이가 유인원이죠. 사람과 가장 가까운 게 침팬지, 침팬지와 가장 가까운 게 보노보라고 생각하면 돼요. 긴팔원숭이는 gibbon을 일본에서 잘못 번역한 거예요. 원숭이라고 일컬으면 안 되는 종이거든요. 원숭이가 아니라 유인원입니다. 고릴라, 침팬지는 대형 유인원, 긴팔원숭이는 소형 유인원.”

▼ 왜 자바를 연구지로 골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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