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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마니아들의 18홀 편력기

‘힘 빼기 3년’은 홈런왕도 마찬가지

  • 글: 김봉연 극동대 교수·전 프로야구 선수

‘힘 빼기 3년’은 홈런왕도 마찬가지

‘힘 빼기 3년’은 홈런왕도 마찬가지
드라이버 270m에 세컨드 샷 피칭웨지는 110m. 과연 홈런왕답다느니, 부럽다느니, 골프선수해도 되겠다느니 하는 동반자들의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샷이 좋으면 그린에도 쉽게 올라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버디라도 노려봐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백스윙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볼이 안 보이더니 스윙 밸런스가 여지없이 깨졌다. 어떻게 쳤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공은 OB선을 넘었고 버디는 휙 날아가버렸다. 새로 볼을 청해 다시 한 번 스윙을 해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골프선수보다 임팩트가 낫다며 의기양양했지만 이제는 창피함만이 남는다. 왜 스윙이 끝나고 나면 내 머리는 어김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단 말인가. 동반자들이 행여 들릴까봐 속으로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듣자 온몸에 열이 뻗친다.

“다음 홀에선 내기 금액을 두 배로 합시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한다. 드라이버는 이번에도 250m 이상 날아갔다. ‘이번엔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지.’ 어금니를 꽉 깨물며 페어웨이를 걸어오는 동안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세컨드 샷은 이번에도 피칭웨지. 머리를 들면 안 된다고 다짐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니 스윙법이 전혀 생각나질 않는다. ‘에이 그냥 편하게 치지 뭐.’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OB.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번에도 두 배 불러. 얼마든지 받아줄게.”

동반자들의 웃음소리가 신경을 박박 긁지만, 야구를 통해 승부가 얼마나 차가운지 뼈저리게 배운 몸. 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날의 결과는 99타. 최악이었다. 골프를 배운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동서에게서 생일선물로 골프채를 받았지만 ‘내가 명색이 야구선순데 그까짓 것 하나 못할까’ 하는 마음에 연습장 한번 들르지 않았다. 백스윙부터 백스윙 탑, 다운스윙, 임팩트, 팔로스윙까지 모든 동작을 야구와 똑같이 휘둘러댔으니 당연히 결과가 엉망일 수밖에. 야구는 움직이는 볼을 쳐야 하기 때문에 공식에 맞춰 스윙을 하면 안 되고 순간순간 대처해 나가는 타법이 중요하다. 그러나 골프는 가만히 있는 볼을 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일정한 틀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다.

거기까지 깨닫고 나자 골프가 그리 쉬운 운동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연습장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김봉연 선수 아니냐”며 알아보는 사람이 많으니 한마디씩 하는 사람도 많다. 어깨 턴은 이렇게, 백스윙은 저렇게….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헷갈리기 시작했지만, 덕분에 골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역시절에는 워낙 바빠 1년에 열 번도 필드에 나가기가 어려웠다. 세월이 흘러 코치가 돼서야 여유가 생겼다. 김성한, 이상윤, 김준환 선수를 꼬드겨 골프장에 나섰는데, 하나같이 재미없다는 반응 아닌가. 땀을 흘려야 운동이지 이게 무슨 운동이냐는 것이었다. 그도 그렇겠다 싶어 테니스로 종목을 바꿔 2년인가를 보내고 나니 웬걸, 재미없다던 성한이는 어느새 보기 플레이어고 상윤이는 프로골퍼와 라운드를 한단다.

오기가 바짝 올라 김봉연, 김성한, 이상윤, 선동열이 한팀이 되어 골프장에 갔다. 약간의 내기가 걸리자 후배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절대로 꼴찌만은 면해야 한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승부의 여신이 외면한 것은 바로 나. 내가 골프를 배우라고 권한 후배들에게 패하고 나니 할말이 없었다. 그후로는 시간만 나면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스윙에서 힘을 빼는 것이 가장 난코스였다.

“홈런왕을 하신 분이 왜 골프 스윙에서는 그렇게 힘을 뺄 줄 모르십니까? 홈런 칠 때와 똑같이 하세요.”

프로골퍼들의 조언이 이어졌지만, 흔히 힘 빼는 데만 3년이라 하지 않는가. 아니나다를까 3년이 넘은 후에야 힘의 강약을 조절하는 법과 임팩트에서 머리를 들지 않는 자세를 익힐 수 있었다. 아무리 운동선수라 해도 공짜로 골프를 잘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핸디8을 놓고 치지만 여전히 가끔씩 생크가 생긴다. 이유도 잘 알고 있다. 야구선수들은 배팅할 때 오른손 동작에서 힘을 주어 왼쪽 손목을 꺾어내리기 때문에 그 습관이 골프에서도 그대로 나오면 OB가 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구질에 따라 몸을 조금씩 움직여 타격하던 야구에서 밴 습관도 골프 스윙에서는 스웨이를 부른다.

어느새 교수생활도 5년째,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리하던 연습에 박차를 가해 적잖은 시간 힘을 쏟은 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모처럼 필드를 찾았다. 이전에도 함께 라운드하던 분들이라 내가 매번 생크가 나고 OB가 잦다는 사실을 잘 아는 이들이었다. 그 때문일까. 자신들도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면서 과감히 내기를 청하는 것이었다. 다시 오기가 발동했다.

‘그동안 내가 기울인 노력을 모르는군. 이 기회에 한번 혼을 내줘야지.’

결과는 4오버파 76타. 모처럼 싱글을 기록하며 얻은 승리였다. 어느 종목이든 노력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한번 더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역시 승리의 쾌감은 짜릿했다.

신동아 2005년 7월 호

글: 김봉연 극동대 교수·전 프로야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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