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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기자의 월드컵 리포트

모의고사 낙제는 본고사 합격의 보약

히딩크를 위한 변명

  • 김화성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차장 > mars@donga.com

모의고사 낙제는 본고사 합격의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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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캔 블랜차드와 셀든 보울즈가 함께 쓴 경영학 서적 ‘하이 파이브’의 내용과 히딩크의 대표팀 운영 방식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하이 파이브’는 모래알조직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단단한 조직으로 변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히딩크 감독도 홍명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대표팀의 컬러를 세밀한 담금질을 통해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히딩크는 마지막 승부에서 웃기 위해 고난의 행군을 자청했는지도 모른다.
”한국축구에는 기술을 뛰어넘는 예술이 없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는 나를 감동시키지 않는다. 바로 그게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동이 없고 승부만 있다. 무조건 이기려고만 하지 즐기지 못한다. 승부에 집착해 골이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갈 공도 골대에 맞고 다시 튕겨나온다. 그런 뻣뻣함이 선수들 개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들이 우리 선수들을 그냥 놔두질 않는다. 방송과 신문 인터넷에서, 하다못해 지하철 광고에서도 한결같이 16강을 외치며 선수들의 등을 떠민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무시무시한 획일성과 감상적인 애국주의, 콤플렉스가 뒤섞인 한심한 작태다. 그래서 불쌍한 우리 선수들은 무늬만 신세대지, 남미나 유럽 선수들처럼 진정한 자아를 자유롭게 운동장에 풀어놓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 축구는 한(恨)의 축구였다. 나라를 뺏기고 못 먹고 괄시받은 온갖 설움을 ‘슛! 골인’으로 풀려는 답답한 속내를 내가 왜 모르랴. 하지만 이제는 국력을 체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집단 초조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의 글

축구감독의 권한은 막강하다. 기업의 CEO나 같다. 전쟁중인 군대 사령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축구감독은 우선 자신의 전략 전술과 철학에 따라 선수들을 뽑는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벤치에 앉아 선수들을 독려하고 전술과 전략을 지시한다. 맘에 들지 않으면 선수를 가차없이 교체할 수도 있다. ‘경영도사’로 불리는 잭 웰치가 GE에 새로 취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1만2000명의 목을 자르는 일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다고나 할까. 1982년 ‘뉴스위크’지는 이런 잭 웰치를 빗대 “건물들은 멀쩡한데 사람들만 조용히 죽이는 중성자탄”이라고 비아냥댔다. 1984년 ‘포춘’지는 잭 웰치를 ‘미국에서 가장 무자비한 10명의 경영자’ 중 1위에 선정했다.



축구기술은 열 살 때 완성된다


물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CEO나 감독이 진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요즘엔 감독의 임무 가운데 선수들을 교육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잭 웰치도 ‘교육’을 개혁의 심장으로 삼았다. 잭 웰치는 사원들의 목을 자르는 등 자신의 말마따나 ‘창자를 오려내는 일’을 하면서도 교육의 심장부인 크로톤빌에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모두들 미쳤다고 했다. 당장 이익이 나지도 않는 일에 웬 돈을 그렇게 쏟아붓느냐고. 그러나 잭 웰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교육투자에 대한 회수기간은 무한하다”고 일갈했다.

축구에서도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소년축구의 경우 이것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만큼 어린 축구 꿈나무들에게 감독은 신(神)이나 마찬가지다. 98프랑스월드컵 우승을 이끈 프랑스의 에메 자케 감독은 “축구에서 선수들의 기술수준은 열 살이나 열한 살쯤 결정된다. 열다섯 살쯤 되면 프로선수가 될 것인지 지도자의 길을 걸을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우리로 말하면 초등학교 3,4학년 때 이미 축구의 모든 기술 습득은 거의 다 끝나며 그 이후엔 더 이상 기술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거꾸로 말하면 어렸을 때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평생 축구선수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예를 봐도 그렇다.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의 경우, 프로축구선수인 아버지가 오언이 일곱 살 때 몰든구단의 10세 이하 리그 유소년축구팀에 입단시켰다. 오언은 그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리고 몸집도 작았지만 불과 여덟 살에 구단대표로 뽑혔다. 오언은 이때부터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해 3년 동안 한 시즌에 매경기 평균 3골을 넣었다. 11세 때엔 한 시즌에 97골을 넣어 잉글랜드 유소년리그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것은 오언이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공차기를 즐기며 기본적인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언의 아버지는 오언에게 늘 “넌 타고난 골잡이야. 비록 네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힘은 없지만 넌 타이밍과 위치선정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라고 칭찬했다. 그뿐인가. 그는 오언의 어머니에게 “우리는 특별한 아이를 키우고 있어. 이 아이가 재능을 발휘한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선수가 될 거야”라며 오언의 운동감각을 계발하는 데 온갖 뒷바라지를 다했다.

오언이 중학교에 다닐 때는 오언으로 하여금 학교 축구팀은 물론 럭비팀 크리켓팀 육상팀에서 활약하도록 했다. 오언은 17세 때 리버풀구단에 입단하기까지 여느 학생과 똑같이 수업을 받고 방과후에 축구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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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차장 >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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