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호

회원제 골프장의 위험성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기형아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입력2007-10-04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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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 골프장은 질이 낮고 회원제 골프장은 명품 코스.’ 골퍼라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명문 중의 명문인 세인트앤드루스나 페블비치, 일본의 가와나 코스가 대중 골프장임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960년대 일본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답습해 일반화한 한국의 회원제 골프장에는 ‘돈 한 푼, 땅 한 평 없이 골프장을 세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허점이 숨어 있다. 충분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 관계법령이 문제의 핵심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위험성
    이번 호에는 조금 딱딱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법률용어와 한국·일본의 골프사(史)가 엉키는 내용이라 다소 지루할지도 모르겠지만,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시법’)은 골프장업을 회원제 골프장업과 대중 골프장업으로 크게 나눈 다음 대중 골프장을 정규 대중 골프장업, 일반 대중 골프장업, 간이 골프장업으로 세분한다. 또한 체시법은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 사이에 다음과 같은 각종 차별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골프장 시설의 기준이 다르다. 체시법 시행규칙 8조는 골프장 시설 기준에 관해 ‘회원제 골프장업은 3홀 이상, 정규 대중 골프장업은 18홀 이상, 일반 대중 골프장업은 9홀 이상 18홀 미만, 간이 골프장업은 3홀 이상 9홀 미만의 골프코스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이 규정만 보자면 회원제 골프장은 3홀만 있어도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3홀만으로 이뤄진 회원제 골프장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이 규정을 생각할 때마다 탁상행정의 허구성을 떠올리며 관료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의 토대가 되고 있는 세금 납부에 회의를 느끼곤 한다.

    다음으로 골프장 사업자가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계법에 따라 등록을 해야 한다. 골프장업 등록은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등록세와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취득세의 경우 지방세법 112조 2항에 따라 회원제 골프장은 대중 골프장의 5배를 내야 한다. 또한 골프장 사업자는 소유한 골프장 시설과 관련해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도 납부한다. 여기서도 지방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은 회원제 골프장(공시지가의 4%)과 대중 골프장(공시지가의 0.2%)을 구분해 세율을 적용한다.

    세 번째는 특별소비세다. 특별소비세법 1조 3항 4호는 골프장 입장행위에 관해 1인 1회 입장에 1만2000원의 특소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특소세법 1조 5항과 같은 법 시행령 1조의 규정에 따라 대중 골프장과 국방부 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 골프장(소위 ‘군 골프장’)을 출입하는 경우에는 특소세가 면세된다. 특기할 만한 것은 특소세법은 특소세 부과대상을 골프장 입장행위로 규정하면서도 특소세 납부의무자를 골퍼가 아닌 골프장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인 법조문상 규정만 보자면 특소세는 골프장 사업자의 부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골퍼의 그린피에 특별소비세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결국 특소세는 골퍼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 = 프라이빗 골프장?

    또한 특별소비세법은 골프장 입장행위에 대한 특소세 납부의무자를 골프장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특소세법 19조 2항(입장행위의 면세)에선 ‘1.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한 대한체육회 및 그 회원인 단체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단체가 개최하는 경기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가 대회기간 중 경기시설을 이용하거나 입장하는 행위 2. 대통령령이 정하는 골프선수가 골프장에 입장하는 경우’에는 특소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끝으로 ‘산지전용허가기준의 세부검토기준에 관한 규정’(산림청 고시 제2006-61호)에 의하면 관광휴양시설 또는 30만㎡ 이상의 산지를 전용할 경우 보전산지의 면적이 사업계획부지 총면적의 100분의 50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다만 스키장, 집단묘지, 대중 골프장을 시설하기 위한 경우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또한 골프장, 관광시설, 집단묘지, 납골시설, 산업단지, 택지에 편입되는 불요존 국유림 및 공유림은 이를 합한 면적이 사업계획부지 면적의 100분의 20미만으로서 20만㎡ 미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산업단지, 택지, 집단묘지, 대중 골프장의 경우 100분의 30 미만으로서 30만㎡ 미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 용어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체시법뿐 아니라 각종 법률에서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을 차별하고 있다. 일반 골퍼도 흔히 회원제 골프장을 영미의 전통적인 프라이빗 골프장과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나라의 회원제 골프장은 프라이빗 골프장과는 다르다.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회원제 골프장의 거의 모두를 차지하는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은 영미의 프라이빗 골프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회원제 골프장은 언제 어디서 어떤 경위를 거쳐 탄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원제 골프장은 골프의 발생지인 스코틀랜드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본에서 유래했다.

    예탁금 회원제의 시작

    일본 골프장의 역사는 1901년 홍차 무역에 종사하던 영국인 아더 그룸이 고베시 로코산에 4홀의 사설 골프장을 만든 것이 그 시초다. 개인 또는 골프 애호가들이 골프장을 만들 수 있었던 시기는 땅값이 싸고 부유층이 존재하던 다이쇼우(大正期)부터 쇼와(昭和) 초기까지다. 이들은 형식상 임의단체로 시작했지만 극히 일부 부자들이 갹출한 자금으로 운영됐다.

    이렇게 생겨난 골프장들은 1906년(메이지 39년) 고베컨트리클럽을 효시로 점차 사단법인으로 변신한다. 이는 주로 재산관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관동지방의 도쿄 컨트리클럽, 가쓰미가세키, 호도가야, 사가미, 관서지방의 나루오, 다카라마쓰, 이바라키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아직까지 임의단체인 클럽도 있다. 가루이자와 골프클럽, 아타미 컨트리클럽, 하코다테 골프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그 후 쇼와 공황을 거쳐 1937년 개장한 고가네이(小金井) 컨트리클럽의 창립자 후카자와(深澤喜一)는 자금을 일반 골퍼들로부터 조달하기 위해 골프장 소유회사의 주식을 주당 500엔에 모집했다. 당시의 모집안내서에는 ‘회원은 주주에 그치지 않고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로서도 유리하다’고 적혀 있다. 이것이 주주회원권의 탄생이고 회원권 자산화의 효시다. 사단법인제 골프장에서는 공익성의 존부가 문제됐기 때문에 골프장 소유회사의 주주하고만 회원계약을 체결하는 회원들을 임의단체(법적으로는 권리능력이 없는 사단인 경우가 많음) 구조로 조직한 주주회원제 골프장은 현재 일본의 법률제도 아래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회원제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해서 주주회원제에 의한 자금조달, 즉 주주회원제가 1965년 무렵까지 주류를 이루게 된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는 100억엔 안팎의 초기 투자가 필요했지만 버블기에는 200억~300억엔이 넘게 들어간 골프장이 적지 않았다. 200억엔을 투자했다면 1억엔 이익이 난다 해도 겨우 0.5%의 이익밖에 나지 않은 저수익 사업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그런 저수익 사업에 이해관계에 밝은 사업가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해 버블기에는 골프장이 600여 곳이나 건설됐다.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열쇠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예탁금 회원제라는 것이다.

    본래 사업의욕은 있으나 자본이 없는 사람이 대규모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돈 많은 사람으로부터 출자형식으로 자금을 빌려 배당 형식으로 환원한다. 이것이 주식회사 제도다. 회원제 골프장같이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사업은 이 방식에 의한 자금조달이 정도(正道)다.

    그러나 주식회사 제도의 오너십은 출자자, 곧 주주에게 있다. 주식회사 제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골프장 조성이라는 어려운 일을 이뤄내더라도 그 성과를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자는 언제 주주로부터 해임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업자가 돈을 내더라도 오너십은 자기 휘하에 둘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예탁금 제도인 것이다.

    이 제도의 발안자는 한때 소득순위로 일본 1위에 랭크된 적이 있는 사사키 신타로씨다. 그가 1958년 이바라키현에 오픈했던 도리테코쿠사이(取手國際) 컨트리클럽에서 예탁금제를 운영한 게 최초였다. 1958년은 가쓰미카세키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된 캐나다컵에서 일본이 단체우승을 하고 개인전에서는 나카무라 도라키치 선수가 우승함으로써 온 일본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골프라는 운동에 쏠린 1957년 바로 다음해로서, 일본 골프붐의 원년이라고 말해도 좋을 그런 시기였다.

    당시 골프장의 숫자는 117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에 공급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 이를 보고 사사키씨는 절호의 비즈니스 찬스가 도래했음을 통찰하고는 출자 형식을 취하지 않는 자금조달방식을 생각해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1965년 이후에는 예탁금제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다. 앞서 본 특정서비스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회원제 골프장의 80% 이상이 예탁금제 골프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골프장사(史)

    이제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에 골프가 전래된 것은 1897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1880년 함경남도 원산항이 개항하면서 한국의 해관 관리로 고용된 영국인들이 해관 안 유목산 중턱에 6홀 규모의 간이 코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훗날 시가지를 확장하느라 외인촌을 철거할 때 다락방에서 클럽세트 등 골프 용구가 쏟아져 나왔으며 이후 그들이 골프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특히 이 골프클럽을 포장한 신문지가 1897년도 판이어서 국내에 골프가 도입된 시점이 그 이전임을 추정케 한다. 이러한 사실은 1940년 발행된 ‘조선골프소사’에서 골프역사가인 다카히다씨가 기술하고 있다고 한다.

    효창원 골프코스는 전장 2300야드의 9홀 규모로 일제 강점기인 1919년 5월에 착공해 1921년 6월1일 개장했다. 이 코스는 조선호텔 이용객을 위한 부속시설로 만들어져 처음엔 7홀만 사용됐으나 외국인 내장객만으로는 적자를 면하기 어렵자 법인체인 경성골프구락부를 조직하게 된다. 경성골프구락부는 효창원코스가 공원으로 편입되며 폐장되자 청량리 골프코스를 개장했고(1924년), 이 코스가 폐장되자 다시 군자리 골프코스(1930년)를 개장한다.

    이 무렵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골프코스가 만들어졌다. 1923년 대구 골프코스가 9홀 규모로 개장했고, 1928년 평양 골프코스, 1929년 원산 송도원 골프코스, 1932년 부산 골프코스가 각각 9홀로 개장했다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폐장했다.

    군자리 골프코스 역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장됐다가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1950년 5월 복원됐지만, 불과 한 달 만에 6·25전쟁이 발발해 다시 폐장됐다. 휴전 후 군자리 골프코스 복원이 재개됐고, 1953년 사단법인 서울컨트리구락부가 창설되면서 1954년 18홀(파72)의 국제규모를 자랑하는 골프코스로 개장했다. 서울컨트리구락부는 1972년 군자리 골프코스를 어린이대공원 자리로 내주면서 고양시에 있는 36홀의 한양골프장 주식을 인수해 이전했다. 지방 코스로는 1956년 부산해운대에 부산컨트리클럽이 개장했다. 부산컨트리클럽은 2610야드 9홀 규모였으나 1971년 7월 동래구 노포동에 18홀 6402야드 규모로 재조성됐다.

    1960년 비약적인 경제발전에 힘입어 골프인구가 증가하자 민간자본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1964년 9월 한양컨트리클럽이 문을 열었다. 이어서 1965년 제주컨트리클럽이 개장했고, 1966년 태릉과 뉴코리아, 1967년 관악, 1968년 안양컨트리클럽이 개장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는 용인과 인천국제가 개장했고, 1971년에 부산과 동래, 남서울이 개장하는 등 1970년대 말에 모두 22곳의 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1980년 프라자를 비롯해 1989년 개장한 중문 등 10년간 모두 20곳의 골프장이 건설되면서 한국의 골프장은 1989년 말 42곳으로 증가했다. 이후 2006년 현재까지 연도별 골프장 개장현황은 표와 같다.

    연도별 골프장 개장 현황
    1990 1995 2000 2003 2004 2005 2006
    회원제 43 79 108 122 132 143 154
    퍼블릭 9 16 40 55 58 77 93
    기타 골프장 3 4 4 4 4 4 4
    합계 55 99 152 181 194 224 251
    증가수 25 44 53 29 13 30 27
    증가율 83%80%53.5%9.7%7.2%15.5%12%


    비판 없는 답습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골프 회원제도는 골프장 조성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일본에서 창안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의단체제에서 법인 회원제로, 법인 회원제에서 주주 회원제로, 주주 회원제에서 예탁금 회원제의 순서를 거쳐 발달해왔다. 특히 오늘날 회원제 골프장의 대명사로 일컫는 예탁금 회원제도는 1958년 도리테코쿠사이 컨트리클럽이 문을 열면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즉 우리나라 최초의 정규 골프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컨트리클럽 군자리코스가 재건된 1954년이나, 해운대에 부산컨트리클럽이 개장한 1956년 무렵까지만 해도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컨트리클럽이나 부산컨트리클럽이 예탁금 회원제가 아니라 사단법인 회원제인 이유다.

    반면 1960년 이후 최초로 생긴 골프장이라 할 한양컨트리클럽은 법인 회원제나 주주 회원제가 아니라 예탁금 회원제를 지향하면서 1964년에 개장했다. 이 때는 일본에서 예탁금 회원제도가 탄생한 지 6년여가 경과한 시기이자 일본에서 1차 골프붐이 시작됐다가 끝나는 시점으로, 골프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하나같이 예탁금 회원제도를 취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골프 회원제도는 일본의 그것을 아무런 검토나 비판 없이 답습한 것으로 판단된다. 골프 회원제도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예탁금 회원제가 일본에서와 달리 아직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 제도가 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회원권 시세가 예탁원금(또는 입회금)을 상회할 만큼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명백해 보인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일본에서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 즉 골프회원권과 골프클럽의 법정 성격, 골프회원권의 내용, 골프회원증서의 유가증권성, 골프회원권의 승계, 골프회원권의 소멸 등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노출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일본은 억제, 한국은 조장

    정부에서는 ‘소관부처가 분산되어 있거나 관계법령이 미비된 체육시설에 관한 업무를 체육부 소관으로 일원화하고, 체육시설업을 건전하게 발전육성시킴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에 이바지하게 하려는’ 취지를 내세워 1989년 법률 제4106호로 체시법을 제정, 공포했고, 이후 오늘날까지 체시법은 골프장에 관한 특별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제정 당시의 체시법은 회원제 골프장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4년 법률 제4719호로 체시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비로소 회원제 골프장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된 것이다.

    정부가 체시법에 회원제 골프장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기 직전인 1992년 일본에서는 예탁금회원제 골프장과 관련해 희대의 사기사건이 터져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었다. 1992년경 이바라키현에 새로 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던 한 사업자가 시설을 완성하기 전에 2만여 명의 회원을 모집해 골프장을 조성하던 중 입회비를 모기업에 전용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의 병폐를 예방하기 위해 1993년 5월 ‘골프회원권 등 회원권의 적정거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공포해 시행했다. 이 법의 형식적인 취지는 회원제 사업자들로 하여금 회원에 대한 입회금 내지는 예탁금의 반환을 확실하게 하고자 하는 데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원모집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회원제를 억제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사정이 이러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의 병폐를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1994년 체시법을 개정하면서 예탁금 회원제 골프장을 조장하는 취지의 규정을 신설했다.

    체시법이나 지방세법, 특별소비세법 등 여러 법률이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을 차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일반 골퍼가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을 차별해 인식하고 있는 게 주 원인일 것이다. 대부분의 골퍼는 대중 골프장은 질이 낮고 회원제 골프장은 수준이 높은 명문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100대 골프장 가운데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나 페블비치 같은 대중 골프장이 수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나 일본 굴지의 가와나 골프장도 대중 골프장인 점을 감안하면, 골퍼들의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남의 돈으로 하는 사업

    결국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차이는 골프장의 질이 아니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본적으로 골프장 조성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서 기인한다. 나아가 회원제 골프장의 사업계획승인에 관한 체시법이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의 규정을 종합해 보면, 골프장 사업자가 사업계획 승인신청 당시 반드시 사업부지를 소유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회원제 골프장 사업자는 땅 한 평 갖고 있지 않은 채 회원모집이라는 수단을 빌려 오롯이 남의 돈으로 골프장사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자기 자본 한 푼 없이 시작하는 사업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을 것인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너무도 막연하게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을 구분해 차별하는 체시법 등 우리나라의 골프장 관계법은 하루빨리 시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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