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목적의식 살린 효율성이 관건

황소처럼 우직한 연습이 최선은 아니다

  • 정연진 │골프라이터 jyj1756@hanmail.net

    입력2012-03-20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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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의식 살린 효율성이 관건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

    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한 말이다. 그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음악의 경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번스타인의 말은 음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골프에서 이처럼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캐디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갤러리가 안다.”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로 추앙받는 벤 호건은 연습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 1949년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교통사고를 당한 호건은 이듬해 US오픈 정상에 올라섰다. 그 비결은 하루도 거르지 않은 연습이었다. 연습을 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같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라도 연습을 게을리 하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그것이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연습을 하지 않는 골퍼는 없다. 다만 방법이나 집중력, 시간 등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그 차이가 실력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실력을 좌우할까? 1년 내내 땀을 흘린다고 싱글 골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골퍼가 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용성(46·가명)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력 6년의 김씨는 노력형 골퍼다. 하지만 아직도 백돌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끔 90타대에 들어서지만 가물에 콩 나듯 ‘행운’을 잡는다. 비용과 시간을 대입한다면 효율성이 한참 떨어지는 골프를 하는 셈이다.

    굳은살처럼 박인 잘못된 습관

    김 씨의 골프를 향한 애정은 이루지 못할 짝사랑에 비유할 수 있다. 모든 생활이 골프에 맞춰져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한 달 평균 6~7회 필드에 나가고 겨울이면 어김없이 해외 원정을 간다. 골프연습장도 회사만큼이나 자주 찾는다. 스크린골프는 일주일에 4~5번 즐긴다. 이것도 모자라 집에서는 골프방송을 끼고 산다. 김 씨가 샐러리맨임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열정이 아닐 수 없다.

    김 씨가 골프를 즐기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클럽 구매에 많은 돈을 쏟아 붓는 것은 물론이고 교체한 드라이버만 꼽아도 열 손가락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귀가 얇아 스코어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소릴 들으면,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연다. 한동안 피팅에 빠져 카드대금이 적잖이 빠져나갔다. 이런저런 비용을 모두 합치면 한 달 평균 200만~300만 원이 족히 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미혼인 데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김 씨는 아마추어 골퍼의 잘못된 실력 향상법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한 번도 제대로 된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자존심이 유난히 강해 주변의 조언을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 결과 자신만의 스윙을 몸에 익히지 못했다. 지금은 잘못된 스윙을 고칠 수 없을 만큼 나쁜 습관이 굳은살처럼 몸에 박였다.

    기술적인 문제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연습방법이다. 90분의 연습시간 동안 남의 두 배 이상 볼을 친다. 중간에 잠깐의 휴식시간을 빼면 오로지 볼과 싸울 뿐이다. 얼마나 정확히 타격해 스윙을 정립시키느냐가 목적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볼을 치느냐가 연습의 목표가 돼버린 것이다. 라운드나 스크린골프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스코어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 번의 미스 샷에도 얼굴이 붉어져 동반자들이 무안할 지경이다. 평소 사람 좋은 웃음은 찾을 길이 없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멘탈(Mental)’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김 씨 스스로 답답함을 호소한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나와 같이 골프를 시작한 친구는 보기 플레이어가 됐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 안 해 본 게 없다. 주변 사람들의 말대로 해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지금은 거의 포기한 상태다. 그냥 즐기자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본전 생각이 난다. 처음에 습관을 잘못 들인 게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다.”

    내 몸에 맞는 스윙을 찾는 지난한 과정

    골프는 여느 스포츠와 뚜렷이 구별되는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당구는 한동안 치지 않더라도 몇 번의 연습으로 금방 실력을 회복할 수 있다. 반면 골프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입스(Yips)’라는 단어도 그래서 나온 게 아닐까. 어제 싱글을 기록했더라도 오늘 100타를 칠 수 있는 것이 골프다. 그래서 골프가 어려우면서 매력적인지 모른다.

    연습량과 실력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연습할 때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목적의식은 스코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볼을 치는 것과 목적의식을 갖고 연습하는 것은 스코어의 차이로 나타난다. 세상에 똑같은 스윙은 없다. 아무리 세계 정상급 프로들이라도 그들 간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프로는 자신의 몸에 맞는 최선의 스윙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다. 결국 연습은 나만의 스윙을 찾는 지난한 과정이다. 백스윙 시 오른팔의 각도와 임팩트 시 왼쪽 골반의 리드 시점에 따라 볼의 방향과 비거리가 달라진다. 연습할 때 이런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쉽게 내 몸에 맞는 스윙을 다듬을 수 있다.

    아주 유용한 어프로치샷 연습법이 있다. 막연하게 볼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거리별로 웨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30m와 50m로 구분해 거리에 따른 스윙을 연습하는 방법이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처럼 상황별 어프로치샷을 연습해두면 실전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내가 자주 가는 코스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클럽별로 실제 공략하는 것처럼 연습하는 방법도 꽤나 재미있고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실생활에서 유용한 연습도구가 바로 수건이다. 거울 앞에서 정확한 자세를 취한 후 클럽을 쥔 것처럼 스윙을 하면 된다. 과도하게 들어간 힘을 빼거나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데 더없이 좋다. 안정된 스윙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하체가 튼튼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하체를 단련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아파트나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훌륭한 골프 격언 ‘급할수록 돌아가라’

    골프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은 차고 넘친다. 골프방송이나 서적, 인터넷 등에서 간단히 찾을 수 있다. 주변 골퍼들을 통해서도 레슨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아마추어 골프계의 강자인 이정재 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연습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연습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드라이버만을 휘두르는 골퍼를 쉽게 볼 수 있다. 코스에서 공략지점을 설정하지 않고 그린을 향해 무조건 내지르는 골퍼가 있다. 물론 라운드 경험이 쌓이면 타수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어떻게 연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보일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골프시즌이 시작됐다. 겨우내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연습한 골퍼는 라운드 내내 웃을 수 있다. 기대했던 스코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골퍼는 지난해 베스트 스코어를 올렸을 때의 감각을 되찾으면 된다. 초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가면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 골프 연습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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