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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golfing

“골프도 인생도 천-고-마-비 타법으로”

타이어 외길 40년 뚝심 경영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 글·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골프도 인생도 천-고-마-비 타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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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인생도 천-고-마-비 타법으로”
안개 속을 뚫고 티샷

2월 4일 오전 10시 경남 김해시 삼방동 가야컨트리클럽엔 안개가 자욱했다. 10m 앞이 내다보이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티오프를 한 것은 오전에 날이 맑아질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골핑 동반자는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74).

아웃코스 첫 홀 파5. 캐디가 앞 팀의 상황을 무전으로 알아보고 나서 “쳐도 되겠어요”라고 했을 때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티박스에 섰을 때 엉뚱하게도 헤르만 헤세의 시구가 생각났다.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 혼자이다.’골프의 기본은 4인 1조로 어울려 함께 하는 운동이다.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공도 주워주고, 잘 치도록 배려해야 한다. 안개 속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스트레칭을 했어도 손이 곱고 어깨가 뻐근한 것은 아무래도 안개 탓이었다. 목표 지점이 보이지 않으니 어디로 쳐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안개 속 티샷의 무상함이여!

강 회장은 개의치 않은 듯 부드럽게 티샷을 했다. 뒤에 안 일이지만 강 회장의 골프 철학은 ‘천고마비’다. ‘천천히, 고개 들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스윙하라’는 뜻이란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좋은 계절을 뜻하는 ‘천고마비(天高馬肥)’와는 무관하지만, 동음이의어여서 금세 마음에 와 닿았다. 강 회장도 그 말대로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지만 40년 구력이 만든 비법이다. 그의 ‘천고마비’ 드라이브샷은 안개를 뚫고 골프공을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올려놓았다.

요즘 강 회장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200야드 안쪽이고 스코어도 90대 중반 타수에 머물러 있다. 나이 탓도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레슨을 받은 적이 없고, 사업상 알게 된 지인들과 플레이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다보니 스코어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90대 중반 타수이면 함께 라운드하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에는 더없이 좋은 스코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젊어서는 장타자였고 실력도 좋았다. 최고 스코어는 79타. 그는 키는 크지 않으나 강골 집안 사람이다. 씨름선수 출신 연예인 강호동이 그의 칠촌 조카다.

“골프도 인생도 천-고-마-비 타법으로”
홀인원, 이글 두 차례씩 기록

3번 홀에서부터 거짓말처럼 안개가 사라졌다. 그러나 도그레그홀, 벙커, 워터 해저드, 러프, 슬라이스, OB들과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안개와 함께 사라져줬으면 좋았을 단어들. 하늘은 열렸지만 날씨는 제법 쌀쌀해 플레이가 순조롭지 않았다. 이날 따라 티마커를 티잉그라운드 맨 뒤에 놓아두는 바람에 거리가 멀어졌고, 깃대도 그린 앞부분에 꽂혀 있어 플레이어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꼈다. 전반 홀에선 강 회장도 파 하나를 잡지 못했다.

‘따박따박’ 친다는 말이 있다. 강 회장의 골프 스타일이 그랬다. 그는 자신이 실수할 때도, 남이 실수할 때도 “천고마비!”를 외치며 웃었다. 그러고 나면 다음 샷은 ‘굿샷!’이 돌아왔다. 보기를 이어가던 강 회장은 인코스 7번 홀 파3에서 깔끔하게 파를 기록했다.

김해 가야CC는 신어산 중턱에 자리 잡아 클럽하우스 아래로 수려한 봉우리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영남 지방에서 가장 큰 골프장(회원제 45홀, 퍼블릭 9홀)으로 올해 4월 넥센배 KLPGA 대회 개최를 계기로 국내 10대 코스로 진입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강 회장은 1년 전 부산지역 기업인 7명과 뜻을 모아 이 골프장을 인수했고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강 회장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40년 전. 사업상 자주 만나던 일본 사람들의 권유를 받고 골프를 시작했다. 덕분에 사업도 순조로웠다고 한다. 강 회장은 홀인원과 이글을 생애 각각 두 번씩 했는데, 특히 2010년 5월 5일 부산 동래베네스트CC에서 기록한 두 번째 홀인원이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했다.

“125m 3번 홀 파3에서 7번 우드를 짧게 잡고 쳤습니다. 앞바람이 불어 130m 정도 계산했는데 맞는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공이 핀 왼쪽 1m 지점에 떨어졌다가 굴러서 그대로 홀로 들어갔어요. 홀 앞에 워터 해저드와 벙커가 있고 그린도 일명 포대그린이어서 난도가 낮지 않은 곳이었는데, 정말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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