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리포트]

약진하는 ‘민간 군사기업’의 실체
남극 뺀 모든 대륙에서 포로심문, 전술지원, 군사자문 서비스까지
전쟁을 사업 기회로 삼아 호황을 누리는 회사들이 있다.
최근 10년 동안 전세계적인 군의 아웃소싱 흐름을 타고 급성장한 민간 군사기업들이 그 장본인.
피를 먹고 사는 이들 군사기업의 파워와 딜레마.

이라크 주둔 미군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사의 직원들(오른쪽 흰색 복장). KBR과 같은 민간 군사기업들은 식음료 조달, 막사 건설, 세탁 등은 물론, 각종 전쟁 수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들은 군의 몸집을 줄여나갔다. 핵심 전투인력을 뺀 나머지 부문은 민간 군사기업(Private Military Firms, 약칭 PMFs)에 넘겼다. 이른바 아웃소싱이다. 현재 이라크에만 2만여 명의 PMFs 요원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포로 심문에서부터 요인 경호, 유전시설을 비롯한 핵심시설 경비까지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소리 없이 수행해왔다.

그러나 엄격한 통제를 받는 군과는 달리, PMFs 요원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기 짝이 없다. 아부 그라이브 포로학대 사건에도 이들이 관련돼 있다. 그러나 허술한 사법체계 탓에 한 사람도 기소되지 않았다. 부르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기업전사 : 私군사산업의 성장’(2003)의 저자인 싱어(P.W. Singer)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최근호에 기고한 ‘전쟁의 아웃소싱(Outsourcing War)’이란 글에서 PMFs가 지닌 딜레마를 5가지로 꼽았다. 다음은 그 요약이다.

PMFs와 관련된 전쟁, 이윤, 명예, 탐욕 등에 관한 이야기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시나리오 같다. 경비구역을 공격한 이라크 반정부 게릴라들과 총격을 주고받는 이야기에서부터 콜롬비아 정글지대에서 좌익반군에게 인질로 잡힌 채 미국 본사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까지 다양하다(2003년 콜롬비아 밀림지대에서 타고 가던 비행기가 격추당해 콜롬비아 좌익반군 FARC의 포로가 된 3명의 캘리포니아 마이크로웨이브 시스템 직원은 소속 회사와 미 행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채 지금은 잊힌 존재가 됐다-역자 주).

그런 얘기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PMFs는 실제로 존재하며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PMFs 소속 기업전사들은 무기를 비롯한 물품을 대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용역(services of war)’까지 수행한다.

지난해 초,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미국의 PMFs가 관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이 맡은 용역은 통역과 포로 심문, 정보수집이었다(포로학대 범죄에 관련된 미 민간회사는 타이탄과 CACI 2개 회사로, 6명의 직원이 아부 그라이브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역자 주).

그렇지만 아직도 일반인은 PMFs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도 그에 대해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PMFs란 무엇이며 언제부터 나타났는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PMFs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책 입안자들은 PMFs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이 성장산업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정치권은 대외정책 수립과정에서 이들의 역할과 위상을 올바로 설정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정책집행 결과는 참담한 실패를 낳게 마련이다.

직업용병이 기업 형태로 진화

PMFs는 전쟁을 벌이는 국가기관에 전쟁과 관련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직업적인 용병(mercenary)이 기업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용병이 무기를 들고 싸우는 개인적인 서비스라고 한다면, PMFs는 전략전술 입안에서부터 실제 전투, 병참, 기술지원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적인 민간 군사기업은 1990년대 초에 나타났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은 ▲냉전시대가 막을 내렸고 ▲1990년대 유혈분쟁의 본질이 군인과 민간인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고 ▲전세계적으로 정부 기능을 민간으로 옮기는 아웃소싱이 일반화됐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서로 맞물려 있다.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냉전이 막을 내렸을 때 전세계적으로 병력 규모가 줄어들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불거진 유혈분쟁은 병력 수요를 일으켰다.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난 전쟁은 군벌과 소년병이 뒤엉켜 그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고, 서방국가들은 그런 유혈투쟁에 개입하길 꺼렸다. 다른 한편으로, 선진국들의 군대는 민간부문의 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졌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전에는 국가에서 맡던 기능을 민영화하는 것이 큰 흐름을 이루게 됐다.

PMFs는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고객에게 실제 전투행위를 비롯한 전술적 군사지원을 하는 민간 보안회사(private security firm) ▲퇴역장교들로 하여금 전략자문과 군사훈련을 담당하게 하는 군사자문회사(military consulting firm) ▲군부대에 병참·정보·시설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군 병력을 늘리거나 예비역을 소집하는 국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군사지원기업(military support firm)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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