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01 통권 553 호 (p342 ~ 355)
[이 사람의 삶]

중국 팔로군 출신 기공 연구가 윤금선
“울며 태어났는데, 살며 울 일 많았는데, 갈 땐 울지 말아야지…”
 

그의 집 뜰에 살고 있는 들고양이 가족. 이들과 대화하는 윤금선씨.

‘황제내경’에 보면 오운육기라는 게 있는데 그냥 의학책이 아니에요. 그 가운데 기공이 들어 있었던 거예요. 공부하면서 거기 무궁무진한 동방의 전통문화의 보물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노자 도덕경 80장 안에 들어 있는 말도 모두 기수련에 관한 얘기라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본초강목’을 쓴 이도 기공을 통해 비밀을 알아낸 거더군요. 백 가지, 천 가지 약의 쓰임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이 약은 심경으로 들어가고 이 약은 간경으로 들어가고 감초는 어느 경락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일일이 실험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현대해부학에서는 경락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공 공능상태에서는 다 느껴지거든요. 양의사는 피를 빼서 확인하고 초음파 진단을 하고 기계를 이용해 객관적 확인을 하지만 한의사는 맥을 짚고 혀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기공은 완전히 의식으로 상태를 보는 겁니다. 손으로 이렇게 하는 것은 사실 필요 없는 동작이고 완전히 마음으로 보는 거지요.

내가 기공을 배운 과정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경제적 여유도 없었고 시간을 쪼개기도 힘이 들었죠. 중국은 땅덩이가 하도 넓어 기공공부하기 위해서 사흘 밤낮을 기차를 타고 가야 했거든요. 1주일 공부를 위해 1주일을 차로 달려가야 했으니…. 그러나 양의와 한의와 기공을 다 해보니 그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겠어요. 그래서 나는 의사들이 이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양의로 안 되면 한의 기술을 쓰고 그게 안 되면 기공을 또 같이 쓰라는 겁니다. 종합치료를 하면 정말 빠르고 훌륭하게 치유되거든요.”

“암세포는 굶겨야 해요”

중국 병원에서 암치료를 할 때는 단식이 포함돼 있었다. 말기암일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초기 진단을 받았을 때는 절대로 벽곡(?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벽곡으로 암환자를 여럿 치유했다. 암에 걸렸으니 체력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소식과 벽곡이 어느 약보다 낫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암세포는 굶겨야 해요. 반벽곡도 있고 과일만 먹는 법도 있지요. 건강한 사람도 가끔 단식을 하면 몸이 더 맑아져요. 나는 일일 일식(一日 一食)인데도 가끔 완전단식을 행합니다. 에너지는 먹는 것에서만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을 필요가 있어요.”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무슨 수로 다 옮기랴. 화가 나면 그릇에 물을 떠놓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라. 물기운이 마음의 화(火)기운을 곧 다스려줄 것이다.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을 지녀라. 불편하거든 자기가 여섯 살인 아이(남자는 일곱 살)라고 생각해라! 그때의 몸과 마음의 생기와 약동을 떠올려봐라. 인생에 대해 미소를 지어라. 남에게 항상 좋은 파동을 전하라! 이런 충고들은 되씹을수록 주옥같다. 굳이 고급기공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도 우리 삶에서 유념할 만한 의미가 풍부하게 담겼다.

오래 한국을 떠나 살던 사람이 본 우리는 어떤가. 그의 대답은 이랬다.

“뭐랄까, 사람을 너무 ‘사용주의’로 대해요. 필요하면 당겼다가 필요 없으면 밀어 던져버린달까…. 중국 사람들이 텁텁하고 수더분하다면 여기 사람들은 너무 매끄러워요. 물론 민족마다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깊이 사귈 수가 없어요. 깊은 속을 안 보이고 마음이 자주 변해요. 거리가 깨끗하고 중국에 비해 공기가 맑고 도둑도 없어 처음에는 여기가 바로 천당인가 싶었는데….”

金瑞鈴
● 1956년 경북 안동 출생
● 경북대 국문과 졸업
● 중앙중 교사, ‘매일경제’신문·‘샘이깊은물’ 객원기자
● 월간 ‘동서문학’ 신인상

그 지적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저건 우리가 일쑤 일본 사람들을 향해 내뱉던 지적과 닮았구나. 행복이란 게 뭔가. 건강과 죽음과 전쟁의 의미는 또 무엇인가. 숱한 생각을 다스리지 못한 채 윤금선 선생의 집 대문을 나선다.

서울에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기온이 청량하고 하늘이 높아졌다. 우리가 전장으로 내보냈던 인민군 소녀는 죽지도 않았고 늙지도 않았다. 돌아와 외려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얘기하며 따스하게 손을 내민다. 역시 인간으로 태어나 산다는 건 그의 말처럼 ‘감사해야 할 대사건’임에 틀림없구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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