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혁신’으로 골리앗을 무너뜨려라

  • 이진원 로이터통신 국제금융뉴스팀 팀장

    입력2008-12-08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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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괴적 혁신 이론은, 신생 기업이 성장하면서 강력한 기존 기업에 대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간단하고 편리하며 비용이 적게 드는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기반을 잘 닦은 기업이라도 파괴적 혁신으로 무장하고 시장을 공격해 들어오는 기업들에게는 십중팔구 당해내지 못한다.
    • -본문 중에서
    ‘혁신’으로 골리앗을                     무너뜨려라

    <b>미래 기업의 조건</b><br>클레이튼 크리스텐슨·스콧 앤서니·에릭 로스 지음 이진원 옮김 비즈니스북스<br>원제:seeing what?s next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년을 넘지 않는다. 매킨지 컨설팅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5년 후에 생존할 기업은 오늘날 주요 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최고의 성장을 구가하던 우량 기업이 어느 순간 갑자기 몰락해버리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반면, 선도 기업에 비하면 하찮아 보이는 기술과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든 신생 기업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사례도 많다. 과거 벨의 전화기는 세계 최대의 전신 회사였던 웨스턴 유니언을 무너뜨렸고, 최근 스타벅스는 네슬레 등의 거대 인스턴트 커피 제조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으며, 월마트 등의 할인점은 도입된 지 10년 만에 지난 70년간 유통업계를 지배한 백화점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미래 기업의 조건’은 이 같은 성공과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인 ‘파괴적 혁신’을 철저하게 해부한 책이다.

    따라서 신생 기업의 도전에 맞서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기업에는 방어 전략을, 반대로 기존 기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장을 차지하려는 신생 기업에게는 공격 전략을 제공해준다.

    파괴적 혁신은 속도가 더 빠른 컴퓨터, 화질이 개선된 텔레비전 등 기존 제품의 개선을 의미하는 존속적 혁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재편하는 혁신을 말한다. 이는 기존 제품에 대해 초과 만족하거나(자신의 기준보다 제품이 과도하게 좋은 상황)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파괴적 혁신은 원래는 기술 개발에 의한 혁신을 의미했지만, 이후 제품의 가치와 시장 영역에 대한 혁신,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혁신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기업 경영자에게 미래를 가늠하는 창(窓)과 기술 혁신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 Abstract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산업의 변화 예측을 다뤘다.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 단계는 변화의 신호를 감지하는 것으로, 누군가 변화의 기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서 변화의 신호는 미래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는 기업 사이에 전면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단계다. 2장에서는 공격 기업과 기존 기업 사이의 전면적인 전투를 평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셋째는 기업이 전투에서 힘의 균형을 자사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찾아내는 단계다. 3장에서는 공격 기업이 힘의 균형을 자사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존 기업은 그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4장에서는 혁신과 정부 규제 등과 같은 비시장적 힘 사이의 관계가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1부가 이론편이라면 2부는 실전편에 가깝다. 2부에서 저자들은 혁신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교육, 항공, 반도체, 건강관리, 해외 혁신, 전기 통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여기서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이유와 미래를 설명하는 데 혁신 이론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함께 설명한다.

    6장에서는 파괴적 공격 기업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수익성 있는 고객을 찾기 위해 저마진 고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형 항공사들이 어떻게 승산 없는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7장에서는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처리 능력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을 무자비하게 추구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의 니즈를 초과 만족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고객 친화적이고 단순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8장에서는 병원에서 집으로, 그리고 의사에서 본인으로 치료 주체를 옮기는 파괴적 혁신의 기회를 해석하고 있다. 9장에서는 국가의 거시 경제 전략 평가 및 기업의 국제적 전략이 파괴적 혁신 원칙을 따르고 있는지 살피고 10장에서는 다시 통신 산업에서 업계에 극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신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혁신’으로 골리앗을                     무너뜨려라

    2007년 3월2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화그룹 임원들을 상대로 특강하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

    ▼ About the author

    이 책은 세 명의 저자가 함께 썼다. 대표 저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경영학계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린다. 그는 첨단기술의 혁신 관리와 신기술을 응용한 신규 시장 창출 분야를 주로 연구한다. 소장학자 시절부터 천재 경영학자로 주목받은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되기 전에는 MIT 교수들과 함께 세운 응용과학 회사인 CPS 코퍼레이션 회장이자 사장으로 일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에서 정책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도 일했다. ‘성공 기업의 딜레마’ ‘성장과 혁신’등 수많은 책을 집필했으며, 세계 유수 기업의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브리그햄영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스콧 앤서니는 크리스텐슨이 창립한 경영 컨설팅 회사 이노사이트(Innosight)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정부 기관에서부터 건강관리, 화학, 통신, 정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과 일해왔으며, 혁신과 관련한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또 이노사이트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부가 공동으로 출간하는 잡지 ‘전략과 혁신’(Strategy & Innovation)의 편집장도 맡고 있다.

    에릭 로스는 제너럴 모터스의 자동차 무선통신 서비스 법인인 온스타(Onstar)에서 마케팅 및 신제품 개발 담당자, 미국 마케팅 코퍼레이션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현재 매킨지 보스턴 사무소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고객을 상대로 특히 소비재와 최첨단 산업에 대한 마케팅과 전략적 성장 이슈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 Impact of the book

    기업 혁신과 관련해서 수많은 책이 출간되었지만 이 책을 비롯해서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 3부작(‘성공 기업의 딜레마’ ‘성장과 혁신’ 등)만큼 독자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은 드물다. ‘미래 기업의 조건’이 2004년에 출간됐고, 다른 두 권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출간됐지만 이 책들은 여전히 미국 아마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다.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크리스텐슨 교수가 방한했을 때 한화그룹, SK 등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그의 혁신 이론을 듣기 위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또 국내 유수의 컨설팅업체들이 기업 컨설팅 자료로 크리스텐슨 교수의 책을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은 혁신 관련 추천 서적에 단골 메뉴로 올라가고 있으며, 2005년에는 ‘CEO가 휴가 때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은 혁신 이론을 통해서 미래에 과연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지를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는 미래서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지만 이 책만큼 이론적으로 빈틈이 없고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저자의 핵심 이론의 완결편답게, 딱딱한 이론 정리 차원을 떠나서 기존에 저자가 내놓았던 이론을 통해서 학교, 항공, 반도체, 건강관리 산업의 판도 변화에 대한 예측과 함께 기업과 국가 간 변화에 대한 예측을 담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국내외 기업의 혁신적 변화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예측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신생 기업이 기존 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애쓰면서 둘 사이에 경쟁적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신생 기업이 기존 기업을 긴장시키는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화장품업계에 저가 화장품 혁신을 이루었던 미샤나 페이스샵,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디자인과 품질 혁신으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아이리버, 삼성전자 등 기존의 대형 업체가 주도하는 컴퓨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선전하는 주연테크 등 신생 기업의 도전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이외에도 교육계에서 사이버 대학과 대안학교 등장, 항공 업계에서 제주항공 같은 저가 항공사의 출현, 케이블업체의 인터넷 서비스업계 진출 등도 좋은 사례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용 위기 때문에 생존 위기에 직면한 많은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래 기업의 조건’은 미래 기업의 혁신과 성공을 알려주는 ‘로드맵’ 구실을 할 것이다.

    Tips for further study

    ‘혁신’으로 골리앗을                     무너뜨려라
    이 책은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 이론 3부작의 완결편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먼저 전작인 ‘성공 기업의 딜레마’(노무호 외 옮김, 모색·사진)와 ‘성장과 혁신’(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옮김, 세종서적)을 읽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이 두 권은 ‘미래 기업의 조건’ 1부에 나오는 혁신과 미래 예측의 이론적인 측면을 정보통신 산업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설명하고 있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 이론의 실제 적용 사례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최근 나온 ‘혁신가를 위한 성장 가이드’(Innovator?s Guide to Growth)를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 책은 ‘미래 기업의 조건’에 공저자로서 참여한 스콧 D. 앤서니와 다른 세 명의 저자가 함께 쓴, 파괴적 혁신의 실무 지침서 내지는 워크북에 해당한다. 기업별로 파괴적 혁신의 실행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놓았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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