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트렌드의 탄생과 소멸

  • 이진원 로이터통신 국제금융뉴스팀장

    입력2008-12-08 15: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하나의 브랜드가 장기간 살아남으려면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만약 1903년 설립된 할리 데이비슨이 현실에 안주하여 제품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 이 브랜드는 지난 100년 동안 존속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리바이스는 제품에 변화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한때 청바지 시장에서 매력적인 위치를 상실했다.
    • -본문 중에서
    트렌드의 탄생과 소멸

    <B>트렌드를 읽는 기술</B><BR>헨릭 베일가드 지음 이진원 옮김 비즈니스북스<BR>원제:Anatomy of a Trend

    버버리’는 어떻게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할리 데이비슨’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유의 상징으로 떠올랐을까. 또 ‘아이팟’은 어떻게 평범한 MP3 플레이어를 넘어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가 됐을까.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보수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만 입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오늘날 트렌치코트는 전세계 대도시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1903년 설립된 할리 데이비슨이 100년 넘게 존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제품에 변화를 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반대로 리바이스는 제품에 변화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한때 청바지 시장에서 매력적인 위치를 상실하기도 했다. 아이팟을 출시하기 직전 애플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아이팟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실생활에서 목격하는 많은 유명 브랜드의 성공 이유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이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들려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렌드 확산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길도 함께 제시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트렌드의 발생과 확산 과정이 궁금한 사람에게 유용한 지침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이나 콘셉트,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기업에도 마케팅 전략서 구실을 한다. 트렌드를 읽는 기술을 안다면 기업은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를 보다 쉽게 포착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트렌드가 주류로 편입될지 여부도 훨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 Abstract

    트렌드를 창조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따라서 트렌드를 읽는 기술은 혁신적 스타일이나 그런 스타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문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새로운 트렌드는 언제나 본격적인 등장에 앞서 서서히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두 곳 이상의 업계에서 새로운 혁신적 스타일이 동시에 등장하면 그것은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로운 트렌드는 주류 역할을 했던 트렌드나 다년간 시장에 존재했던 트렌드에 대한 반작용일 때가 많다.



    트렌드가 창조됐다고 해도 트렌드 결정자들이 이를 수용해야 비로소 제대로 자리 잡는다. 보통 젊은이, 디자이너, 예술가, 부자, 유명인사, 남성 동성애자들이 트렌드 결정자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들의 스타일과 취향을 연구함으로써 새로 생겨나는 스타일을 남보다 앞서 포착할 수 있다.

    트렌드는 보통 트렌드 결정자 → 트렌드 추종자 → 초기 주류 소비자 → 주류 소비자 → 후기 주류 소비자 → 보수적 소비자의 과정을 거치면서 확산된다. 트렌드 확산 과정은 이처럼 성격이 다른 여러 집단이 관련된 사회적 과정이다. 도시 차원에서 따져봤을 땐 일반적으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도쿄 등에서 수많은 세계적인 트렌드가 시작됐다.

    새로운 제품이나 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려면 언론이 그것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줘야 한다. 그래야 트렌드 결정자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언론이 새롭거나 혁신적이거나 트렌디하다고 인정한 것이 모두 트렌드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스타일은 새롭지만 트렌드가 되기에 너무 극단적이어서 일시적 유행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과연 다수의 트렌드 결정자가 받아들이느냐 여부다.

    트렌드 결정자들이 트렌드를 결정하는 제품에 대해 관심을 잃는 순간 기업은 새로운 형식의 스타일이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래야만 트렌드 확산 과정이 활기차게 지속되면서 다른 트렌드 집단도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새로운 스타일이 더 많이 눈에 띄고, 더 많이 모방될수록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렌드의 탄생과 소멸

    헨릭 베일가드의 홈페이지.

    ▼ About the author

    저자 헨릭 베일가드는 이 시대 최고의 트렌드 분석가이자 트렌드에 사회학을 접목한 ‘트렌드 사회학’(trendsociology)의 선구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대학에서 사회과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그는 20여 년간 트렌드의 탄생에서 확산, 변화, 소멸에 이르기까지 트렌드 뒤에 숨겨진 전 과정을 추적해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필립스, 켈로그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과 오르후스 경영대학원에서 라이프 스타일과 트렌드 사회학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대표 저서로 트렌드 뒤에 숨겨진 패턴을 읽는 법과 트렌드를 한발 앞서 포착할 수 있는 단서를 보여준다. 이밖에 소비자 행동과 트렌드, 그리고 디자인 전략의 상관관계를 연구·분석한 ‘디자이너 사회의 소비’ ‘트렌드 매니지먼트’ ‘쿨 & 힙 마케팅’ 등이 있다.

    ▼ Impact of the book

    우리가 먹거나 마시거나 입고 있는 브랜드 중 장수하는 것도 있다. 물론 1~2년 유행하다가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도 많다. 더 짧게는 한두 계절 유행하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장수 브랜드와 단명 브랜드의 차이는 뭘까? 한 번이라도 생활 속에서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시원한 해답을 제공한다.

    ‘트렌드를 읽는 기술’은 궁금증 해소 차원뿐 아니라 기업의 중요한 전략서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설명대로 트렌드가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더 많이 알수록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더욱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이 책을 마케팅 전략서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또한 책의 마지막에 잠깐 소개되기는 하지만, 미래에 등장할 트렌드에 대한 구체적인 예상이 결여된 점도 아쉽다. 저자의 다음 책에서 부족한 부분이 충족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Tips for further study

    트렌드의 탄생과 소멸
    트렌드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맬컴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임옥희 옮김, 21세기북스)의 일독을 권한다. ‘티핑 포인트’에서 저자는 트렌드의 확산 과정을 티핑 포인트라는 용어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티핑 포인트란 어느 날 갑자기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한 변화는 극적인 순간에 발생하는데, 우리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트렌드도 바로 그러한 변화 과정을 거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양길에 접어들던 허시퍼피가 입소문에 의해 갑자기 살아나고, 뉴욕의 범죄율이 소수의 행동이 변하면서 현저히 감소한 것이 그 사례다. ‘티핑포인트’는 트렌드의 확산 이유보다는 확산 방법에 대해 신선한 통찰력을 선사해준다.

    ‘마이크로 트렌드’(마크 펜·키니 잴리슨 지음, 안진환 옮김, 해냄출판사·사진)도 트렌드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개인의 작은 트렌드가 비즈니스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몇 개의 큰 힘이 사회 변화를 결정하던 메가트렌드 시대의 종언을 고한 셈이다. 40대 늦깎이 동성애자, 30대 비디오게임족, 10대 뜨개질족 등 개인의 선택과 행동이 과연 트렌드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의 실생활과 관련된 소재에서 벗어나서 좀 더 거시적 차원의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메가트렌드 2010’(패트리셔 애버딘 지음, 윤여중 옮김, 청림출판)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이 책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와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견하는 책이다. 하향식 변화에서부터 상향식 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변화의 요건을 탐색하면서 그에 대한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하향식 변화란 메가트렌드가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하고, 사회 저변의 인식 변화가 자본주의 사회를 바꾸는 것을 상향식 변화라고 한다.

    이밖에 ‘쿨헌팅, 트렌드를 읽는 기술’(피터 A. 글루어·스코트 M 쿠퍼 지음, 안진환 옮김, 비즈니스맵) ‘2010 대한민국 트렌드’(LG경제연구원 지음, 한국경제신문사) ‘미래생활사전: 21세기를 위한 트렌드 키워드 1200’(페이스 팝콘·애덤 한프트 지음, 인트랜스번역원 옮김, 을유문화사) 등 트렌드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이 많이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