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기분 좋은 조직을 원한다면!

  • 서영준 콘텐츠기획가

    입력2008-12-08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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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라이들이 치명적인 누적효과를 미치는 까닭은 우리의 마음이 호의적인 인간관계보다 역겨운 인간관계에서 훨씬 더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그 충격이 다섯 배 차이가 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부정적인 만남은 긍정적인 만남보다 그들의 기분에 다섯 배나 더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
    • -본문 중에서
    기분 좋은 조직을 원한다면!

    <B>또라이 제로 조직</B><BR>로버트 서튼 지음 서영준 옮김 이실MBA<BR>원제:The No Asshole Rule

    혈연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한데 모여 생활하는 경우로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학교, 군대, 회사다. 그중에서 회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를 특히 중시한다. 개인의 생산력이 기업의 이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람의 능력과 아이디어는 생산 설비나 자본보다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애플과 구글을 보면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기업에서 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조직 내부의 화합이 중요하다.

    이 책은 기존의 조직이론에서 큰 관심을 두지 않던 ‘개인 간 관계’와 ‘정서적 환경’에 주목했다. 특히 개인의 정서적 에너지를 갉아먹는 회사의 부정적 요소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또라이’로 형상화된 마음의 부정적인 요소를 학문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개인의 행복과 비전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자연히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한 숙제로 떠올랐다. 한국인은 생활보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때에는 특히 생활의 안정을 위한 일의 비중이 커진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정이나 친구에게서 얻는 정서적 안정과 행복을 조직에서 찾게 된다. 회사에서 지내는 긴 시간을 찌푸린 얼굴로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개인의 감정과 정서 표현이 과거보다 한층 중요해졌다.



    젊은 세대들은 특히 조직의 분위기에 관심이 많다. 자연히 요즘 직장인은 회사 내 별난 상사나 동료가 만들어내는 부정적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또라이’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개인과 조직의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들을 다루는 법을 담은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 Abstract

    어느 회사에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 있다. 기분이 좋다가도 ‘그’만 보면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상사, 동료, 부하직원 누구나 ‘그’가 될 수 있다. 업무에 매여 어쩔 수 없이 같이 생활하지만 불편한 마음은 커져만 간다. 그저 ‘이런 게 사회생활이려니’라고 체념할 뿐이다. 이 책은 이런 ‘또라이’들이 개인의 정서뿐 아니라 조직의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또라이’들은 조직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가. 그리고 조직마다 ‘또라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가. 이 책은 풍부한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그들의 손발을 묶는 방안, 그들과 함께할 때 대처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법 등도 함께 담았다.

    이 책은 ‘또라이 총비용’(Total Cost of Assholes)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또라이’들로 회사가 입는 손실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구글,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또라이 금지 규칙’을 충실히 실천하는 회사의 성공 사례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또라이’ 퇴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원래 이 책은 200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생각보다 더 힘들다’ (More Trouble That They Are Worth)라는 글에서 시작됐다. 이 글은 2004년 ‘그 해의 경영아이디어 20’(Breakthrough Ideas 20) 중 하나로 선정돼 독자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부는 이 글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고자 했는데, 저자가 ‘또라이(Asshole)’라는 말을 고집해 결국 다른 출판사로 넘어가게 됐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이 책은 ‘또라이들은 직장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는가, 왜 그렇게 많은가?’‘왜 또라이 금지 규칙이 필요한가?’ ‘또라이 금지 규칙을 어떻게 구현하고 실행할 것인가?’ ‘내 안의 꼴통을 막아라’ ‘또라이가 많은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 ‘또라이도 나름 좋은 점이 있다’ ‘또라이 금지 규칙이 인생의 모토가 되어야 한다’ 등으로 구성됐다.

    ▼ About the author

    저자 로버트 서튼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미시간대학에서 조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3년부터 스탠퍼드에서 가르치고 있다.

    조직혁신과 조직행동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통하는 그는 경영지식, 조직행동, 혁신, 조직성과 사이의 관계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P&G, 맥도날드, 펩시, 제록스, IBM 같은 회사의 조직과 인사 관련 컨설팅을 수행했다. 스탠퍼드 기술벤처 프로그램의 하나인 ‘연구기술조직센터’ 공동 소장이기도 하다.

    ‘역발상의 법칙’(Weird Ideas That Work, 오성호 옮김, 황금가지)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The Knowing-Doing Gap, 제프리 페퍼·로버트 서튼 지음, 박우순 옮김, 지샘) ‘Hard Facts’ 등의 저서가 있다.

    Impact of the book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속시원하다. 몹쓸 사람 욕을 대신 해주니 정말 고맙다”이고, 다른 하나는 “나도 이 책에서 말하는 ‘또라이’가 아닐까”이다. 인쇄매체에서 보기 힘든 ‘또라이’ ‘꼴통’ 등의 표현에서 대리 쾌감을 느꼈다는 반응도 있다. 나만 이런 수모를 겪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못된 직장 상사나 동료, 버릇없는 부하직원에 대한 이야기는 퇴근 뒤 술자리의 단골 화제다. 인간은 남의 단점은 크게 보지만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한다. 요즘 직장은 경쟁이 심한 데다 개인 능력별로 보상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동료를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이겨야 할 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스스로 ‘또라이’같은 행동을 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이 책은 ‘또라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또라이’가 되는지도 상세히 분석했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인간관계’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그간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융통성이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됐다. 이 책은 그런 추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또라이’를 설명한다.

    조직 내 인사담당자들도 이 책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재를 솎아내야 했지만 방법을 몰라 고생했는데 그들을 다루는 법을 시스템적으로 분석한 ‘또라이 제로 조직’을 통해 조직을 건강 체질로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상당수 독자는 서점에서 책 제목을 말하기가 쑥스러웠다고 한다. 이런 대화를 한번 상상해보라.

    “‘또라이 제로 조직’ 있나요?”

    “또라이요?”

    ▼ Impression of the book

    ‘또라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종종 쓰인다. 하지만 글을 쓸 때 이 단어를 사용하는 이는 드물다. 책이나 신문에는 비어나 속어를 쓰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이상한 행동으로 주변을 힘들게 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데 ‘또라이’보다 적합한 말이 있을까. 점잖은 단어로 표현했다면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도 미국 못지않게 많은 ‘또라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개인의 인권에 무심했다. 월급 받고 일하는 직장에서는 권리를 찾기가 더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학자나 전문가들도 건전한 직장문화를 위한 연구에는 소홀했다.

    우리 기업들은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에게 “있는 그대로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라”고 말한다. 기업 분위기가 경직된 탓이다. 이 책은 직장문화를 인간관계 측면에서 생생히 담아내 직장인에게 힘이 되는 지침을 제공한다.

    하지만 ‘또라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개인적 차원에 머문 점은 아쉽다. ‘또라이’ 피하기, 심리적 리프레이밍(reframing·관점 바꾸기), 일찌감치 회사 떠나기 등 제시한 대응책은 조직적으로 시스템화하기 힘든 면이 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기보다 소극적인 방어책에 머문 것이다.

    ‘또라이’ 자가진단법

    혹시 나도 ‘또라이’?


    이 책의 백미는 ‘또라이 자가진단’이다.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아래 항목의 해당 개수에 따라 당신의 ‘또라이’ 지수는 올라간다.

    ▲당신은 주위에 무능한 바보들만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 아니꼬운 녀석들과 일하기 전까지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당신은 주변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도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당신은 동료를 경쟁자로 생각한다.

    ▲당신은 당신 팀의 성과에 대한 공을 당연히 차지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재빨리 지적한다.

    ▲당신은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가로챈다. 무엇보다 당신이 해야 할 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회사 내의 다른 팀 사람과 항상 다툰다. 자기 팀 외의 사람은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실수하지 않는다. 일이 잘못되면 항상 핑계를 댈 멍청한 녀석이 주위에 있기 때문이다.

    ▲사다리를 오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옆에 있는 사람을 밀쳐내는 것이다.

    ▲당신의 동료가 성공했을 때 질투를 자주하고, 순수하게 기뻐하는 게 쉽지 않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사람들이 항상 당신이 도착하면 나가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Tips for further study

    기분 좋은 조직을 원한다면!
    저자인 로버트 서튼과 제프리 페퍼의 연구를 참고하길 권한다. ‘숨겨진 힘-사람’(김병두 옮김, 김영사), ‘휴먼 이퀘이션’(윤세준 옮김, 지샘) 등의 책이 번역됐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신시아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 서돌·사진)은 ‘또라이’적 요소를 활용해 조직에서 성공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라이’적 요소 활용법이라니! 우리의 조직문화와 미국의 조직문화 간 간극을 보여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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