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세상은 합리적인가?

  • 이진원 로이터통신 국제금융뉴스팀장

    입력2008-12-09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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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리적인 사람들은 일대일 거래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어떤 것의 비용이나 가치가 변했을 때 사람들은 행동을 바꾼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를 예측하면서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도 고민한다.
    • -본문 중에서
    세상은 합리적인가?

    <b>경제학 콘서트2</b><br>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br>원제 : The Logic of Life

    경제학 콘서트 2’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 뒤에 숨겨진 경제학 논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일상 속 경제 법칙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김명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의 저자 팀 하포드가 다시 내놓은 이 책은 ‘경제학 콘서트’의 실전 응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에 비해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가 더 많이 수록됐다.

    이 책은 우선 ‘왜 부자 동네는 항상 부유하고, 가난한 동네는 항상 가난한 것일까, 별로 일하지 않는 것 같은 직장 상사가 나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벌이 범죄를 막는 것일까, 기혼여성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든 이후 이혼율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가면 인생이 바뀔까’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론과 최신 경제학 연구의 흐름을 보여주는 진정한 경제학 교양서다.

    이 책은 오늘날 경제학계의 주류인 ‘시카고학파’의 핵심 인물이자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아울러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선택 심리’, 200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의 ‘갈등과 협력에 관한 게임 이론’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또 저자는 ‘괴짜경제학’(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을 지은 스티븐 레빗처럼 소장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다채롭게 수록했다. 수많은 통계를 토대로 현실 참여적 경제 이슈를 연구해 ‘경제학 혁명(Economics Revolution)’을 일으키는 이들의 연구 결과는 책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증가와 성적 취향의 변화를 연구한 앤드루 프랜시스, 도시의 남녀 성비와 소득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레나 에들런드, 건물 구조와 범죄 발생률에 대해 연구한 에드 글레이저와 브루스 새서도트 등이 그들이다.

    ▼ Abstract

    ‘경제학 콘서트2’는 ‘10대들의 구강성교 비율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다소 파격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대다수 사람은 이 질문에 10대들이 예전에 비해 성적으로 문란해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 팀 하포드의 대답은 “10대들이 더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섹스를 원하는 10대들의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에이즈나 낙태 고지법 등으로 섹스에 대한 위험(비용)은 예전에 비해 한층 높아졌고, 따라서 합리적인 10대들은 에이즈 감염이나 원치 않는 임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구강성교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례만 보면, 저자가 말하는 ‘합리적 인간’은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처럼 완전히 이기적이거나 금전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비용과 혜택을 계산할 능력도 없으며, 완벽한 자기 통제력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가끔 실수도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람들의 행동과 세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일에 대해 ‘합리적 선택 이론’이 어떻게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책 곳곳에 담겼다. 빈둥대는 직장상사가 나보다 연봉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대도시 집값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지,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좋은 이웃을 만나면 내 인생이 바뀌는지, 선거에서 비합리적인 후보가 당선되는 까닭은 무엇이고, 결혼 시장에서 올드미스가 인기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일상의 다양한 사례를 합리적 선택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합리적인 선택의 사례는 일상생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인 9장에서 ‘부유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란 주제로 경제 성장의 비밀, 산업혁명의 원동력, 분업의 우수성, ‘인구론’을 주장한 멜서스의 선택 등 사회·경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인간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About the author

    저자 팀 하포드는 경제전문지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경제담당 논설위원으로 활동했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의 칼럼은 최신 경제 이론을 이용해 독자의 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을 익살맞고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BBC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도 관여했으며 첫 번째 저서인 ‘경제학 콘서트’는 ‘일상 경제학’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6년에는 재능 있는 경제 저널리스트에게 수여되는 바스티아 상을 받았다. 현재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런던에서 살고 있다. 1973년생. 홈페이지는 www.timharford.com.

    ▼Impact of the book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일상의 많은 행위가 본질적으로 확고한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결과임을 보여주는 ‘경제학 콘서트2’가 출간된 뒤 독자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경제학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딱딱하고 현실과 괴리된 경제학 법칙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현상을 쉽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경제학 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독자들은 ‘합리적 이론’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준 점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독자들은 “내가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무심한 결정 속에 이런 경제학의 원리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합리성이란 주제를 인간의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해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를 끄떡이게 됐다”고 호평했다.

    이 책은 기업 CEO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8년 7월 1747명의 CEO 회원을 대상으로 독서 경험 설문조사를 실시해 뽑은 ‘올여름에 읽어야 할 책 20’에 당당히 선정됐다.

    ▼Impression of the book

    세상은 정말로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 두 번째 이야기인 ‘경제학 콘서트 2’는 우리가 가끔 묻게 되는 이 질문에 답한다. 원제목은 ‘Logic of Life’, 즉 생활의 논리다.

    이 책은 읽을 때도 재미있고 읽고 나서도 계속 곱씹어 생각해보게 한다. 번역하는 내내, 그리고 번역이 끝난 뒤에도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 속에 파묻혀 살았을 만큼 이 책의 내용은 중독성이 강하면서 전달 강도가 셌다.

    저자가 말하는, 그리고 이 책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합리적’이라는 말은 영어로 rational을 뜻하는데, 저자는 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합리적’이란 바로 ‘사람들이 으레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방식’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생활 속에서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현상이 사실은 인간의 합리적인 결정과 선택 및 행동의 결과임을 자세히 설명한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우리가 밥을 먹고 소화가 잘 되라고 물을 마시는 행동도, 황사가 닥치면 돼지고기를 먹으려고 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저자는 생활의 소소한 사례에서 출발, 사회학적·경제학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이유와 과정, 결과를 심도 깊게 파헤친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어서는 저자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이 책은 논리적으로 탄탄하면서 복잡하다. 따라서 ‘경제학 콘서트’에 나오는 스타벅스 커피 이야기처럼 다소 말랑말랑한 내용을 기대한 독자는 다소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황당함은 이내 지적 즐거움으로 바뀔 것이며,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세상이 복잡해지다 보니 가벼운 책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경제학 콘서트 2’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완독한 뒤 느끼는 지적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학 콘서트2’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주는 유익한 경제학 안내서다.

    Tips for further study

    세상은 합리적인가?
    ‘경제학 콘서트’와 ‘경제학 콘서트2’처럼 경제학을 쉽게 풀어쓴 책이 최근 몇 년 동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쓴 ‘괴짜경제학’, 타일로 코웬의 ‘경제학 패러독스’(김정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사진), 로버트 프랭크의 ‘이코노믹 씽킹’(안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등이다. 이 책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놀라운 경제학적 통찰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중 사실상 국내에 경제학 풀어쓰기 열풍을 일으킨 것은 ‘괴짜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베리 슈워츠의 ‘선택의 심리학’(형선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리처드 탤러와 카스 선스테인의 ‘팔꿈치로 슬쩍 찌르기’, 대니얼 길버트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최인철 옮김, 김영사). 모두 의사 결정과 행동경제학을 심리학적 차원에서 분석한 책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기’는 아직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다.

    셋째, 로버트 쉴러의 ‘이상 과열’(이강국 옮김, 매일경제신문사)이다. 이 책은 20세기의 역사적인 경험, 각국의 사례, 심리학 연구 등 흥미로운 내용을 바탕으로 1990년대 후반 미국 주식시장과 주가가 폭등하게 된 원인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이처럼 쉽게 풀어쓴 경제학 책이 이미 많이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도 ‘상식 밖의 경제학’‘심리학이 경제학을 만나다’ ‘이코노파워’ 등 비슷한 종류의 책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또 출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책에 대한 대중의 꾸준한 관심을 보여준다.

    이 책들이 딱딱한 경제학을 쉽게 풀어썼다고는 하나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제학적인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경제학 원론만큼 지루하게 느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책들은 호기심 차원을 넘어 경제학에 대한 배움의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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