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1 통권 604호(p404~407)
 
[작가 박희숙의 Art 에로티시즘 ⑬]
오줌 누는 여자
 
 

<오줌 누는 여자> 1631년, 종이에 에칭화, 파리 국립도서관 소장

배설은 감추고 싶은 욕구지만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집이 아닌 곳에서 요의를 느낄 때 남자는 자연에 거름을 준다며 마음껏 오줌을 누지만 여자는 자연이 공포로 다가온다. 여자에게 배설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남자는 언제든 요의를 느끼면 가볍게 돌아서 지퍼만 내리면 되지만, 여자는 반드시 속옷을 벗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줌을 누었다는 완벽한 증거가 남는다. 옷이 오줌에 젖어버리는 것은 물론 냄새가 풍겨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든 단번에 알아채고 만다.

여자가 요의를 느낄 때 가장 난처한 곳이 허허벌판이다. 허허벌판에서 요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허연 엉덩이를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는 수모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요의를 해결한 후 당당하게 걸어 나오자니 쑥스럽고 그렇다고 몸을 숨기면서 조용히 걸어 나올 만한 길도 없다. 그저 동행한 사람의 얼굴을 피하는 것말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오줌 누는 여자> 1965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 소장

남의 눈을 피해 오줌을 누는 여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 렘브란트의 ‘오줌 누는 여자’다. 수풀 사이 큰 나무 기둥을 등지고 쪼그려 앉은 여인은 손으로 스커트 앞자락을 쥔 채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누고 있다. 여인의 시선이 수풀 쪽을 향해 고정되어 있고 표정은 굳어 있다. 혹시 누가 볼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들어 올린 옷자락 아래로 보이는 긴 오줌 줄기는 젊은 여인임을 암시하며, 맨발은 하류층 여자임을 드러낸다. 에칭 바늘을 섬세하게 사용해 명암을 탁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렘브란트 반 라인의 이 작품은 여인이 오줌을 누는 절정의 순간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작품 하단에 있는 서명이다. 렘브란트의 서명은 그의 야망을 보여주는데, 성과 태어난 곳의 머리글자를 사용했다. 암스테르담 이주 초기에 주로 사용한 서명이다. 이후 암스테르담에서 성공한 그는 작품에 렘브란트라고 서명한다.

여자가 요의를 참지 않고 그렇다고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집처럼 편안하게 오줌을 쌀 수 있는 곳은 단연코 해변이다. 해변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요의를 느끼면 굳이 먼 곳에 있는 화장실에 가지 않고 바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이용하면 된다. 망망대해에서 오줌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화장실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비밀스러운 투알렛> 연도 미상, 캔버스에 유채, 런던 크리스티미술관 소장

해변에서 편안하게 오줌을 누고 있는 여자를 그린 작품이 피카소의 ‘오줌 누는 여자’다. 바닷가 모래해변에서 스커트를 걷어 올린 여자는 서서 오줌을 누고 있고 그녀 뒤로 파도가 넘실댄다. 동그랗게 치켜뜬 눈과 입가의 엷은 미소는 요의를 해결한 여인의 만족감을 보여주며,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는 배뇨의 시원함을 암시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오줌 누는 여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해변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오줌 누는 여인의 모습을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여인의 밝은 표정을 한 화면에 담아낸 이 작품은 입체주의 초기 작품이다.

해변 화장실은 편안하지만 여름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흠이다. 여자는 공중화장실을 편안하게 드나들 수도 없다. 초등학교 시절 영원한 첫사랑 여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환상이 와장창 깨짐을 온몸으로 느낀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가 공중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한다. 그렇기에 여자들은 공공장소에서 요의를 해결하기 위해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야만 한다.

<샘> 1917년, 레디메이드, 파리 퐁피두센터 현대미술관 소장

여자에게 당장 요의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집이다. 집안에서 편안하게 오줌을 누고 있는 여자를 그린 작품이 루이 레오폴드 브와라의 ‘비밀스러운 투알렛’이다. 옷이 걸려 있는 방 안에서 흰색 옷을 입은 여인이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있다. 머리에 쓴 모자나 흰색의 옷은 잠옷 차림을 나타내며 여인의 몽롱한 표정은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옷이 걸려 있는 배경은 여인의 개인 드레스룸이다. 루이 레오폴드 브와라의 이 작품에서 여인이 앉아 있는 의자는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변기다. 뚫린 의자는 이동식 변기로 루이 14세 때에 황궁의 필수품이었다.

당시 하수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뚫린 의자를 공개된 장소에 놓아두었다.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엉덩이를 드러낸 채 편안하게 볼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흉이 아니었다. 하지만 18세기부터는 볼일 보는 행위를 사적인 것으로 여겨 뚫린 의자를 침실에 두고 사용했다. 이 작품은 아침에 일어나 침실 옆에서 조용히 볼일을 보고 있는 귀부인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박희숙
동덕여대 미술학부 졸업
성신여대 조형대학원 졸업
강릉대 강사 역임
개인전 9회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클림트’‘명화 속의 삶과 욕망’ 등

항상 이동식 개인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좋겠지만 핸드백처럼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여자들은 불결한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가 있다. 공공장소에 있는 변기를 표현한 작품이 뒤샹의 ‘샘’이다. 받침대 위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소변기가 놓여 있다.

마르셀 뒤샹의 이 작품은 미술의 혁명을 가져왔는데, 그는 이 작품에 미술작품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세 가지 변화를 주었다. 첫 째는 받침대이고, 둘째는 서명과 연도, 그리고 현대미술 전시회에 출품했다는 점이다. 받침대로 인해 소변기는 마치 조각상처럼 보이며, 제조한 회사의 이름인 서명은 이 오브제가 미술작품임을 명시한다. 그리고 전시회에 출품함으로써 대중 앞에 미술작품으로 당당히 선보이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뒤샹의 이런 의도와 달리 출품이 거절당하면서 레디메이드(기성품 예술)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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