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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쿨~하게 갈라서는 젊은 부부 新풍속도
갈등 생기면 조율 대신 이혼 선택 할인점 마일리지까지 ‘내것’ ‘네것’ 철저히
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 이혼자 10명 중 4명은 20~30대
● 맞벌이 젊은 부부 재산분할 비율 갈등
● 이혼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는 마마걸·마마보이
● 협의이혼 NO, 재판이혼 YES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혼소송 중 서울가정법원에서 마련한 부모교육을 받는 모습.

“우리 사무실이 누구 때문에 굴러가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왜 자꾸 나더러 이기적이래?”

“누군 뭐 할 말이 없어 그간 참은 줄 아나? 당신이 원한다면 제대로 싸워주지!”

30대 변호사 부부의 이혼 공방전을 그린 MBC 드라마 ‘지고는 못살아’의 한 장면이다. 시청자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재밌다” “웃기다” 같은 시청소감을 밝힌다. 하지만 현실의 이혼은 다르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혼자 10명 중 4명은 20~30대 젊은 남녀다. 지난해 이혼 부부 11만6858쌍 가운데 자식이 없는 부부가 46%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요즘 젊은 부부들에겐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셈이다. ‘지고는 못 사는’ 자존심과 오기가 발동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법원으로 달려가는 젊은 부부가 많다.

전북 전주에 사는 A씨(30)는 2009년 5월 아내 B씨(29)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첫아들을 얻은 뒤부터 다툼이 시작됐다. 아기 건강을 위해 애완견을 다른 집에 보내자는 뜻을 아내가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 평소 자신의 월급과 채무관계를 밝히지 않는 아내를 믿지 못하던 A씨는 이 일 이후 B씨를 더욱 불신하게 됐고, 협의이혼을 결심했다. 문제는 이후 더 커졌다. 아내가 금전적인 요구 없이 순순히 이혼에 응하는 게 수상했던 A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것. “친자가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고 격분한 A씨는 협의이혼 신청을 취하하고 재판이혼을 위한 소장을 접수시켰다.

‘내것 네것’ 확실한 교통정리

이처럼 갓 결혼한 부부의 이혼이 많아지면서 법원 주위에서는 새로운 이혼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산 분할에서 한 치의 양보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 부부들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현금 등 굵직한 재산에 대한 분할 방법만 합의하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부부들은 패물 등 귀금속과 자동차, TV와 컴퓨터 등 가전제품, 침대와 장롱 등 가구까지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 일일이 따진다. 책과 영상물, 음반 등 부부가 함께 모은 애장품과 함께 기르던 애완동물을 누가 가질 것인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백화점이나 할인매장 등에서 적립한 포인트와 항공마일리지를 어떻게 나눠 가질지에 대해 다투는 경우까지 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 10년간 활동해온 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각종 포인트와 마일리지를 현찰로 여긴다. 언제든 쓸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이혼할 때 공평하게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이혼 전문 변호사 박보영씨도 “요즘 젊은 부부 중 상당수는 이혼할 때 재산 증식 기여도를 따지지 않고 절반씩 나눠 갖는 걸 공평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미국 뉴욕 주의 경우가 그렇다. 이혼할 때 부부가 각자 번 돈을 제외하고 결혼 후 불어난 재산을 절반으로 나눈다. 우리 젊은이들도 점점 이런 서구적인 시각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사이버상담실 게시판에도 ‘공평한 분배’에 대한 질문이 많다. 이혼소송 중인 3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상담자는 “결혼 직후 시부모가 경차를 남편 명의로 사줬다. 이 차의 현재 시세가 700만원인데, 재산분할 대상이 되나? 될 경우 얼마나 받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협의이혼을 고려 중이라는 30대 남성은 “집과 적립식 펀드, 보험 등이 모두 아내 명의로 돼 있다. 이혼을 요구한 건 아내 쪽인데 재산 분할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가전제품과 생필품은 어떻게 분할해야 할지 알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젊은 부부가 이처럼 재산분할을 놓고 시시콜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내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주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동의 재산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혼 기간이 짧은 만큼 축적된 재산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 30대 초반의 동갑내기 커플 C씨와 D씨가 협의이혼을 하고도 두 달째 동거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C씨는 “이혼합의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아파트를 판 뒤 매도액을 절반씩 나눠 갖기로 했는데, 막상 시세를 알아보니 매도액의 절반으로는 전세를 얻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별수 없이 당분간 함께 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이들은 안방은 아내, 작은방은 남편이 쓰고 거실과 욕실, 주방은 공동으로 쓰며 생활비와 관리비는 절반씩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서로의 사생활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부모 입김에 좌지우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젊은 부부들은 이혼에 앞서 이혼문제상담소 혹은 변호사를 찾는 경우도 많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 18년째 활동하며 경기도 분당에서 상담사무소 ‘김영희 부부컨설팅’을 운영 중인 김영희 대표는 “상담소를 찾는 부부를 연령별로 구별하면 30대가 가장 많고, 40대가 뒤를 잇는다. 젊은 부부들은 상담 문화에 익숙해서, 이혼 법정에 서기 전 자신들의 문제가 뭔지 들여다보려 하는 것 같다. 경솔한 이혼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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