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LG전자

‘Life's Good’캠페인으로 LG 이즈 굿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입력2011-10-26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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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호주 시드니 서북쪽에 위치한 LG전자사옥.

    LG전자는 1995년 호주에서 갖고 있던 ‘골드스타(Goldstar)’ 브랜드를 LG로 바꾸면서 홍보 문구를 공모했다. 그러자 호주의 한 대학생이 “인생은 즐거운 것(Life is Good)”이라는 멋진 문구를 제안했다. ‘인생은 즐겁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호주인의 문화적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호주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있다. 미안한 마음에 “Sorry(미안해)”라고 하면 “No worries(괜찮아)”라고 답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고마워(Thanks)”라고 말해도 똑같이 “No worries(괜찮아)”라고 답하는 것. 이런 언어 습관에 대하여 호주 역사학자들은 낙관론과 비관론을 동시에 편다.

    낙관론을 펴는 학자들은 “인생은 즐거운 거야. 우리 사이에 뭘 그 정도 가지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지”라는 의미가 바탕에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관론을 펴는 학자들은 유형지였던 호주에서 별다른 희망 없이 살았던 선조들이 “까짓 별로 나아질 것도 없는데 미안하고 고마울 게 뭐 있어”라는 식의 열패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호주는 ‘태양과 맥주와 럭비’의 나라다. 사람들의 표정은 맑은 햇살만큼이나 밝고,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럭비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낙천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라고 외치는 보통사람들의 행복감을 떠오르게 만든다.

    ‘Life‘s Good’이 만든 나비효과



    그 대학생은 공모에 당선돼 소정의 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LG 호주법인에 눈 밝은 마케팅 사원이 있었던 것 같다. ‘Life is Good’이라는 당선작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범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광고에 활용할 것을 건의한 것.

    1997년부터 등장한 ‘Life‘s Good’ 광고의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호주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린 것이다. 1997년 당시, 10년째 이민생활을 하던 필자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Life‘s Good’이라는 그 광고를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2004년 초에도 LG전자는 호주에 뉴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LG제품이 실생활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익을 주면서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는 의미의 ‘Life‘s Good’ 카피를 활용했다.

    다음은 필자가 호주에서 경험한 일들이다. 필자가 소속된 ‘호주시인협회’와 ‘로열호주역사학회’ 회원들 중에 LG가 한국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회원이 여럿 있었다. 그들이 툭하면 “Life‘s Good”이라고 말했다. 마치 No worries와 비슷한 용도였다. 어떤 시인은 즉흥시를 쓰면서 마지막을 ‘Life‘s Good!’이라고 썼다.

    그러고 보면 그 대학생의 작은 생각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일으킨 것이다. 나비효과란 1979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인데,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할리우드에서 이 용어를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중국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서 태풍을 일으킨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페이스북 캠페인 인기

    LG전자

    LG전자의 스마트TV가 판매되고 있는 시드니 시내의 한 매장.

    호주 개척사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서부로 가는 길’에서 이뤄졌다. 1788년 아서 필립 선장이 이끄는 11척의 최초선단(The First Fleet)이 시드니 항에 도착해 영국인의 호주 정착이 시작된 후 무려 25년 동안 시드니 일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시드니 서쪽을 거대한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 산맥이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1813년 마침내 세 명의 탐험가가 그 산을 넘었다. 산 너머에는 평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몰려갔다. 대평원에서 양을 키워서 호주는 세계적인 양모 산업국으로 발돋움했다. 그게 호주의 제1부흥기다. 제2부흥기도 같은 곳에서 시작됐다. 1851년에 그곳에서 호주 최초의 금광이 발견된 것. 이때 시작된 골드러시는 나중에 호주가 세계적 부국(富國)으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LG전자 호주법인 조주완(49) 법인장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당시에 생긴 길 ‘대서부 고속도로(The Great Western Highway)’를 달렸다. 시드니 서쪽 끝자락, 블루마운틴으로 진입하는 도로 곁에 큰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바로 호주에서 ‘Life‘s Good’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LG 호주법인 건물이다. 다음은 조주완 법인장과의 일문일답.

    ▼ 2010년 1월에 부임했으니 2년이 다 돼간다. 호주에서 LG브랜드의 인지도는 어떤가?

    “호주가 ‘Life‘s Good’의 탄생지여서 그런지 아주 좋은 편이다. 내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가전제품 회사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고 얘기하면 LG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공식적으로도 브랜드 인지도 1위를 기록 중이고 고급제품의 이미지도 강하다. 여기에 힘입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페이스북(Face Book)에 ‘Life‘s Good’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호응도가 궁금하다.

    “인생이 즐거운 많은 이유(Many Reasons Why Life‘s Good)가 주제다. 소비자가 ‘Life‘s Good’과 관련된 내용의 사진을 전송하는 것인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생의 한복판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표현하는 사진들이라서 보는 즐거움도 크다. 아기가 방긋 웃을 때, 애완견과 산책할 때, 생일에 경험하는 깜짝 이벤트 등의 내용이 많다. 공항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하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이에 맞춰 ‘로고송’도 만들 계획이다.”

    ▼ 한국인들은 LG가 럭키와 금성의 이니셜의 합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호주사람들은 다르게 이해하는 것 같다.

    “호주사람들 대부분은 LG가 ‘Life‘s Good’의 이니셜을 딴 준말이라고 이해한다. 하물며 LG제품을 판매하는 호주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Life‘s Good’이라는 문장이 “삶이 점점 나아진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함의(含意)하기 때문에 호주인의 인사말인 ‘G‘day!’(Good day)와 일맥상통한다. 어떤 사람이‘G‘day’라고 인사를 건네면 ‘Life‘s Good’이라고 답하는 경우도 있다.”

    ▼ LG 로고의 정체성이 ‘Life‘s Good’으로 정착된 것으로 느껴진다.

    “LG전자 웹 사이트에 LG 로고의 정체성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됐다. 웃는 표정을 형상화한 얼굴 형태(face), 지구와 인류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원(circle), 변화와 창조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모양(shape), 친근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담긴 색깔(colours) 등을 설명해놓았다. LG 브랜드는 유쾌하고 스마트한 미래의 얼굴이다.”

    3D 스마트TV 시장점유율 1위가 목표

    ▼ 지난 4월에 3D 스마트TV 언론설명회를 가진 다음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는데….

    “반응이 좋다. 더욱이 그런 좋은 반응이 판매로 이어져서 계속 새로운 기록을 만드는 중이다. 그 후에 호주에서 럭비 월드컵 등의 빅 스포츠 이벤트가 이어지고,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3D방식으로 중계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아주 크다. 이 여세를 몰아서 호주 TV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LG전자

    조주완 LG전자 호주법인장.

    ▼ 3D 스마트TV 특성 중 하나가 TV를 시청하면서 인터넷 게임, 홈쇼핑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점이다. 호주의 신기술 적응력은 어느 수준인가?

    “놀라울 정도로 적응력이 높다. 새 상품을 출시한 뒤 보급률이 40%에 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불과 4개월 정도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 20개월이나 된다. 그것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았는데, 호주가 다른 대륙과 떨어져 있는 나라여서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크다. 다른 선진국에 뒤지면 안 된다는 일종의 경쟁의식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무튼 호주가 이렇게 빠른 적응력을 보이기 때문에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한다. 호주에 출시해서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3D 스마트TV 출시 후에 삼성전자 호주법인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가 3D TV 광고 소송으로 국내외에서 처음 맞붙은 것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처음엔 LG전자 호주법인이 부분 승소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호주법인이 항소해서 현재 계류 중이다. 그동안 여러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차의 3D TV 기술 비교 평가에서 LG전자 제품의 기술이 경쟁사보다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경쟁사와 상생(相生)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기업들이 호주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 호주에서의 3D TV 판매는 어떻게 예상하나?

    “3D TV는 호주 전체 TV 시장에서 5% 정도를 차지하는데, 약 300만대로 추산한다. 3D TV는 어느 회사가 더 다양하고 소비자 구미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LG전자는 ‘풀LED TV’에서 타 회사들보다 앞섰다. 3D TV를 제대로 즐기게 만드는 기술과 디자인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3D TV뿐 아니라 3D 모바일폰과 3D 모니터까지 출시해 소비자에게 3D 토털솔루션을 제공해 LG전자의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LG전자 호주법인의 직원 수는 500명에 달한다. 조주완 법인장은 다민족 다문화 직원들을 아우르고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LG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조 법인장은 독일,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에서 근무하다가 호주법인장으로 부임한 글로벌 세일즈 전문가다.

    ▼ 조 법인장이 생각하는 LG전자는 어떤 회사인가?

    “잘 알려진 대로 LG전자는 1958년 금성사로 출발한 이래 40여 년간 전자·정보통신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 한국의 전자산업을 이끌어왔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화된 신기술 확보를 통해 독창적인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LG 맨’으로서의 삶도 ‘Life‘s Good’이다.”

    ▼ 21세기 접어들면서 글로벌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세일즈 전략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우선 지역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지구화의 큰 물결에도 전통적인 장애가 존재한다. 국가마다 상이한 시장구조와 소비자 선호가 그것이다. 그런 가운데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 전략이나 세일즈도 거기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LG전자는 현지화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오고 있다. ‘Life‘s Good‘ 카피만큼 성공적으로 현지화를 이끈 것도 드물 것이다.

    LG전자는 또 2009년부터 3년째 F1 그랑프리 경기를 후원해오고 있다. 지난 3월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F1 그랑프리 경기에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기장 내 모든 방송 중계부스에서 경기 장면을 볼 수 있도록 HD급 모니터를 100대 공급했다. 이 또한 호주인의 마음에 다가가려는 현지화의 한 과정이랄 수 있겠다. 이번 취재에서 호주 개척시대의 상징인 서부의 관문에 사옥을 마련하고 호주의 ‘안방’을 개척해가고 있는 LG전자의 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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