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오페라 스타’로 재기한 가수 겸 배우 박지윤

“난 더 이상 ‘성인식’의 섹시 아이콘 아니에요 ‘굿바이 마눌’ 보면 아실걸요”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입력2012-04-20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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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로는 아직 카타르시스 느껴본 적 없어
    • 7집 때부터 곡과 가사를 직접 써
    • “날카로운 눈매가 콤플렉스지만 자연미인 고수해”
    • 힘들었던 시간들, 사진 배우며 치유
    • “평생 친구처럼 손잡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 기다려요”
    ‘오페라 스타’로 재기한 가수 겸 배우 박지윤
    박지윤(30)을 만난 4월 2일은 날씨가 궂었다. 찬바람을 동반한 부슬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바깥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래서인지 화사한 캐주얼 차림으로 약속장소에 나타난 박지윤은 주위의 시선을 끌 만큼 돋보였다. 과연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요즘 그의 일과는 ‘성인식’이라는 노래로 한창 인기를 끌던 전성기만큼 바빠졌다. 서바이벌 형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TVN 오디션 프로그램 ‘오페라 스타’ 덕이다. 치열한 경합 끝에 4강에 든 그는 3월 9일 방송에서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기성 오페라 가수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가창력으로 청중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속사에 따르면 그 뒤로 방송 출연 제의가 끊이지 않아 ‘신동아’와의 인터뷰 시간도 간신히 뺀 터였다.

    “2월에 8집 앨범을 내서 공연도 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데 3월 초순까지 ‘오페라 스타’에 매달리느라 다른 데로 눈 돌릴 겨를이 없었어요. 이후에는 채널A 월화드라마 ‘굿바이 마눌’ 촬영으로 늘 스탠바이 상태고요. 그래도 바쁜 게 싫지 않아요. 절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거잖아요(웃음).”

    낯을 가리는지 첫인사를 나눌 때까지도 굳어 있던 그의 안색은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하고 나서야 밝아졌다. 새 앨범을 낸 후 그가 언론과 정식으로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그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말을 잘 못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성인식’에서 “나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고 읍소하던 10여 년 전과 달리 서른 살 박지윤은 달변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말주변이 좋았다.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 데도 스스럼이 없었다.

    “세월과 더불어 말솜씨도 늘더라고요. 예전에 저와 인터뷰한 기자들은 아마도 무척 곤혹스러웠을 거예요. ‘예’, 아니면 ‘노(No)’로 짧게 답해서요(웃음).”



    힘들었지만 뿌듯함 안겨준 ‘오페라 스타’

    많은 사람이 그의 데뷔 시기를 1997년으로 알고 있다. 그해 그가 ‘하늘색 꿈’이라는 발라드 곡으로 처음 무대에 얼굴을 내밀자마자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고교 1학년이던 그는 신비로운 마스크와 보컬로 단숨에 하이틴 스타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가 먼저 발을 들인 곳은 가요계가 아니라 안방극장이다. 그는 중학교 1학년생이던 1994년, ‘공룡선생’이라는 청소년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 연기를 어쩌다 하게 된 건가요?

    “우연이었어요. 엄마 친구 중에 광고 일을 하는 분이 계신데 엄마에게 ‘지윤이 데뷔시켜보는 게 어때?’ 하고 제안하셨대요. 그래서 엄마가 1년 정도 고민하시다가 방송 관계자를 소개받았는데, 일이 굉장히 잘 풀린 케이스죠.”

    ▼ 가수가 된 것도 우연인가요?

    “중1 때는 엄마가 매니저 노릇을 해주셨는데 제가 학교를 너무 자주 빠지니 많이 걱정하시더라고요. 저희 집이 좀 보수적이거든요.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성악으로 예고에 들어갈 준비를 했는데 운명인지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잘 다니고 있었는데 엄마 친구 분이 재주가 아깝다고 ‘태원엔터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소개해주셔서 연기자로 들어갔죠. 그러다 회식자리에서 우연히 제 노래를 들은 가요관계자가 연기와 가수를 병행하라고 권유하셨고 저도 노래하는 게 좋아 멋모르고 데뷔했는데 ‘하늘색 꿈’이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죠.”

    ▼ ‘하늘색 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진 분이 많더군요.

    “저도 그 당시에 같이 활동하던 또래 가수들이 성인이 돼서 옛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학창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 가수와 배우 중 어느 쪽에 마음이 더 가나요?

    “둘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요. 가수는 내가 직접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써서 3,4분 안에 내 삶과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해 대중과 소통하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배우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캐릭터에 맞춰 표현해내는 것이라 때로 위험하기도 해요.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인물의 감정이나 캐릭터에서 헤어나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연기를 놓고 싶지 않아요. 아직 연기로는 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지 못했어요. 어쩌면 ‘굿바이 마눌’이 그런 작품이 될지도 몰라요. 촬영할 때마다 설레거든요.”

    ▼ 올 들어 TVN ‘오페라 스타’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전에 오페라 출연 경험이 있나요?

    “처음이에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천재 작곡가들이 지어서인지 아리아가 하나같이 격조 높고 아름다웠어요. 뮤지컬은 동적이고 활기찬 반면 오페라는 우아하면서도 정적이잖아요. 저한테는 오페라의 아리아가 더 잘 맞더라고요.”

    ▼ 우아한 느낌과 잘 맞는다는 건…?

    “하하하.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아리아가 뿜어내는 클래식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오페라 스타’로 재기한 가수 겸 배우 박지윤
    ▼ 대중가요와 완전히 다른 장르라서 연습과정이 고됐죠?

    “모든 가수가 매일 잠도 못 자고 앓아누우면서까지 한 곡의 아리아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고 무진 애를 썼고, 심사위원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가수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하셨어요. 성악을 전공하는 제자들도 한 곡을 마스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가수들이 단기간에 해낼 줄은 몰랐다면서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보람 있고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절 잘 모르는 10대들과 섹시한 가수로만 보는 기성세대에게도 노래를 할 줄 아는 가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고요. 이전까지는 제가 음반을 들고 나오면 가창력보다 비주얼에 초점이 맞춰져서 내심 속상했어요. 근데 ‘오페라 스타’ 덕에 ‘박지윤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많이 들었어요.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 가창력보다 비주얼이 부각돼 피해의식이 생겼나요?

    “사실 제 외모가 그리 출중한 것도 아닌데 첫 출발이 연기이다 보니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 가수로 보는 분이 적지 않았어요. 그게 속상하기도 했지만 당시의 이미지가 지금의 제 음악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게 됐으니까요.”

    ‘성인식’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첫 앨범을 낸 후 그는 가수 활동에 주력하면서 ‘고스트’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를 나온 2000년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손잡은 뒤에는 연기활동을 접고 무대에만 섰다. 그 무렵 나온 히트곡이 바로 박진영이 작사한 ‘성인식’이다. 이 노래는 파격적인 뮤직비디오와 무대의상으로 화제를 모으며 박지윤을 일약 섹시 아이콘으로 만들었지만 그의 이미지 변신에는 걸림돌이 된 듯했다.

    “‘성인식’ 뮤직비디오가 MTV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어서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에서 행사 출연 섭외가 오면 가곤 했는데 그렇게 밖으로 돌다보니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국내 활동의 맥이 끊기는 결과를 초래했죠. 섹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끄니까 뭘 해도 그런 면으로만 부각됐고요. 후유증이 컸죠.”

    2003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6집 앨범을 낸 후 그는 7년 가까이 국내 무대에 서지 않았다. 가수 활동 공백기가 길어져 그에 관한 소문이 무성했지만 그 사이에도 그의 일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인간시장’ ‘비천무’ 같은 드라마도 찍었고 한동안 중국에 머물렀어요, 현지 촬영하는 드라마가 있어서요. 가수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음악에서 발을 뺐던 것도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 공부를 하면서 2009년엔 제 이름을 건 레이블도 만들었어요. ‘박지윤 크리에이티브’라는…. 제 앨범을 내려고 만든 회사라 규모는 작아요. 제가 처음 프로듀서로 나서서 만든 7집과 이번 8집 모두 거기서 냈어요.”

    ▼ 음악 공부를 따로 하셨나요?

    “2007년에 어쿠스틱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 7집부터 곡과 가사를 직접 썼죠. 8집도 외부에서 받은 곡과 제가 만든 곡이 반반이에요. 가사는 거의 다 제가 쓰고요.”

    ▼ 이제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네요?

    “회사를 낸 것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예요. 앨범을 내는 회사를 가보면 그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성인식’의 박지윤이기 때문에 제 안에 잠재된 다른 면을 끄집어내려 하기보다는 ‘제2의 성인식’을 원하더라고요. 결국 제가 생각한 음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을 주니까 제가 직접 곡을 만들고 회사를 차려 음반을 낸 거죠. 저 혼자 다 할 순 없고, 개인적으로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음악적인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그들은 제 인각적인 면을 아니까 적시에 필요한 도움을 주더라고요.”

    ▼ 이번 앨범은 만족도가 높은가요?

    “그렇죠. 예전과는 다른 만족도고, 이제야 내 것을 찾았어요. 예전에야 시키는 대로 하고 나이도 어려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제가 주도할 수 있으니까요.”

    ▼ ‘성인식’ 덕에 인기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상처가 된 곡이군요?

    “그런 셈이네요.”

    ▼ 박지윤에게 성인식이란?

    “제게 많은 영예를 안겨준 동시에 가장 큰 아픔을 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 안에 큰 불씨를 지펴 내면을 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어요. 분명한 건 ‘성인식’이 있었기에 지금의 박지윤도 있다는 거죠. 내 힘으로 홀로 서려고 발버둥치게 만든 원동력이 됐으니 고마운 노래죠. 만일 저한테 그런 시련이 없었더라면 또 다른 내가 됐겠죠.”

    깍쟁이처럼 생겼지만 선머슴처럼 털털한 ‘박 도령’

    7년 동안의 공백기에도 무대에만 서지 않았을 뿐 연기 활동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가 요새 한창 찍고 있는 채널A 월화드라마 ‘굿바이 마눌’은 결혼 후 로맨스가 필요한 부부들의 사랑전쟁을 그린 로맨틱코미디로 5월 7일부터 방송된다. 이 작품에서 그는 남자주인공 차승혁(류시원 분)의 첫사랑이자 오향숙과 오향기라는 두 이름을 쓰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나온다.

    ▼ 어떤 캐릭터인가요?

    “부부생활에 권태기를 맞은 차승혁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인물이에요. 첫사랑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서 과거를 숨기고요. 무겁고 칙칙하지 않아요. 누구나 공감할 만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유쾌한 드라마예요. 아직 미혼인 저도 대본 보면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전 청순한 모습과 섹시한 매력을 모두 가진 그런 여자로 등장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줘요. 이런 역할은 처음이에요.”

    ▼ 작품 고를 때 캐릭터를 중요하게 여기나요?

    “그런 것 같아요. 전체적인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게 배우의 본분이니까요. 아직 연기자로서는 많은 부분을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성향이나 사연이 밋밋한 캐릭터보다는 연기 변신이 가능한 개성 강한 역할을 좋아해요. 오향기도 평탄하게 살지 못한, 우여곡절 많은 캐릭터여서 더 끌렸어요.”

    ▼ 살아보지 않은 삶의 굴곡을 표현해내기가 버겁지 않은가요?

    “제가 곱게만 자란 것으로 아는 분이 많은데 적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어요.”

    ▼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봤나요?

    “여러 가지 풍파를 겪었고, 집에도 우환이 있었어요. 문제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각자의 삶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거죠. 저도 쉽게만 살아온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오향기의 삶이 저와 동떨어졌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다만 연기에 푹 빠지고 싶은데 순간순간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기술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며 그의 이목구비를 뜯어보니 미운 구석이 하나도 없다. 자연미인이냐고 물었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자연미인 맞아요. 미인 소리를 저 자신에게 붙이긴 쑥스럽지만 지금까지 보톡스 주사조차 맞아본 적이 없어요. 때로는 TV에 나오려면 좀 손을 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주변에서 권하기도 하고요. 근데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그 단점을 가리면 또 다른 단점이 눈에 거슬릴 것 같아요.”

    ▼ 외모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나요?

    “왜 없겠어요. 예전에는 눈매가 날카로운 게 콤플렉스였어요.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화났느냐고 물어보고 인상이 차갑다고 하니까 신경이 쓰였어요. 가수가 된 후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된 셈인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쌍꺼풀 없고 꼬리가 처진 강아지 눈을 좋아해요.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게 커보이잖아요. 부족한 게 많지만 굳이 의술의 힘을 빌려 고치진 않을 거예요. 지금은 나이에 맞게 늙어가는 게 더 아름다워보이더라고요.”

    “한동안 술 즐긴 게 유일한 일탈이에요”

    ▼ 약간 새침해보이는데 평소 성격은 어떤가요?

    “인상은 깍쟁이 같은데 선머슴처럼 털털해요. 별명도 ‘박 도령’이에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약간 욱했다가 금방 풀어져요. 대신 소심한 구석이 있어서 제 혈액형이 O형인데 A형으로 보는 분이 많아요. 저 자신도 O형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도 변하더라고요. 어릴 때 데뷔해서 예전에는 낯가림도 심하고 말도 잘하지 못했는데 나이 들고 편안해지니까 성격도 수더분해지던걸요.”

    2009년에 그는 방송활동을 접고 사진공부를 하려고 미국 유학을 갔다. 2008년 ‘비밀정원’이라는 사진 에세이집을 냈을 정도로 원래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어쩐지 화보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각 프레임 속 그의 모습은 속세에 매달리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다. 그 이야기를 꺼내자 그가 까르르 웃는다.

    “2009년에 2년 정도 공부할 각오로 사진과 영상을 배우러 갔는데 하고 싶은 공부를 끝마치진 못했어요.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다시 갈 계획이 머릿속에 있지만 당장 행동으로 옮기긴 힘든 상황이에요.”

    ▼ 영상이나 포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쉬는 동안에도 사람들이랑 몰려다니지 않고 집에 주로 있었어요. 정적인 것을 좋아하거든요. 엄마와 가장 가까운 친구분이 사진을 전공했는데 집에 놀러왔다가 사진공부를 해보라고 권하셨어요. 제 성격에 잘 맞을 것 같다고요. 이후 몇 번 출사를 나가고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확 빠지게 되더라고요. 저랑 잘 맞아서 그런가 봐요. 사진은 철저히 혼자 하는 작업이거든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이 사진을 배우면서 치유의 시간이 됐어요.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도 배웠고요. 사진은 제게 참 좋은 친구이자 취미죠.”

    ▼ 공부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 없었나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어요. 외국에 나가면 좀 편하게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친구들도 막 사귀고 마음 편히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딜가나 똑같더라고요. 같은 랭귀지 스쿨에 다니는 친구에게 다가가려다가도 쑥스러운 생각이 앞서고, 서양 애들이 되레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소극적으로 대하게 되더라고요. 미국에서도 조용히 혼자 잘 지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외국 아이들이 제가 누군지 몰라서 한두 달 잘 넘어갔는데 거의 막바지에는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라고 알려져서 곤란할 때가 종종 있었어요. 요즘에는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어서 비밀이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부모님과 쭉 같이 살아서 혼자 지내는 게 어떤 건지 몰랐는데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꼈어요.”

    ▼ 주변의 시선에 민감한 편인가요?

    “한국에서는 더더욱 의식하지 않을 수 없죠. 많이 알려져 있어서 어딜 가든 알아보니까요. 어릴 때는 정도가 심했는데 그나마 요즘은 덜해졌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니까 신경이 무뎌지는 것 같아요(웃음).”

    ▼ 지금까지 살면서 일탈을 해본 적이 있나요?

    “없죠. 바른생활 과라서. 저 나름대로 일탈했던 시기가 있긴 해요. 술을 잘 못 마시는데 한동안 술을 즐길 때가 있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일탈이었죠.”

    ▼ 그게 언젠가요?

    “2003년일 거예요. 술도 마시면 늘더라고요. 그때는 주량이 소주 반 병에서 한 병은 마실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맥주 반 잔도 못 마셔요.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온몸이 빨개져서 저 스스로 자제하죠. 어느 정도냐면 몸만이 아니라 흰자위까지 빨개져요. 그렇게 빨개지는 게 너무 싫어요. 약간 창피해요. 그래도 가끔은 술기운이 필요할 때가 있긴 해요.”

    ▼ 생활신조가 뭔가요?

    “감사하고 기뻐하고 사랑하자.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연애감정의 사랑이 아니란 건 아시죠? 하하하.”

    “사랑에 빠지면 위험한 스타일”

    그가 ‘사랑’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활동하던 그룹 SES의 멤버 유진과 슈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잘 살고 있는데 그는 아직 솔로다. 결혼한 또래 동료들이 부럽지 않으냐고 묻자 그가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만나는 사람이 있어야 결혼을 생각해보죠? 안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나기를 기도하고 있는데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일에 열중해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나요?

    “평생 친구처럼 손잡고 인생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 서로 의지가 돼주고 존경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결혼생활이라는 게 꿈같지만 않잖아요. 삶이니까. 언젠가 만나게 될 제 짝은 바람이 불고 비가 오더라도 함께 보조를 맞춰나갈 수 있는 동반자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 사랑에 푹 빠지는 스타일인가요?

    “무섭게 빠져요. 위험한 타입이죠(웃음). 사랑에 빠지면 다른 건 안 보여요.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아낌없이 주고, 그만큼 상처도 잘 받아요. 이것저것 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좋으면 표가 나요. 싫어도 마찬가지고.”

    ▼ 상처 받으면 표현을 못하나요?

    “속으로 끙끙 앓는 스타일인데 이제 표현하려고 해요. 내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 게 상대방을 도리어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 30대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뭔가요?

    “우선 주님을 위해 하는 일들이 잘됐으면 좋겠고요. 앞으로 10년간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저 역시 궁금한데 뭔가를 꼭 이뤄야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죠. 굳이 소망이라고 한다면 연기든 노래든 제가 노력한 만큼 잘됐으면 좋겠고,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요.”

    ▼ 연기나 노래 말고 다른 꿈을 품고 있나요?

    “지금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데 하고 싶은 것은 많아요. 영상 쪽 일도 그중 하나고요. 혹시 모르죠. 10년 뒤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주제로 저와 인터뷰를 하게 될지도…(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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