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개콘’의 보석 신보라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개그우먼 된 것”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입력2012-06-21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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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친아요? 재미있고 만만한 아이였어요”
    • 비욘세 모창으로 점수 따고, 당당해서 튀고
    • “대중가수 할 자신 없었어요”
    • 가슴 떨리게 만드는 남자가 이상형
    • ‘생활의 발견’ 덕에 닭발, 산낙지 처음 먹어봐
    • “휴가 얻으면 가족, 친구, 스태프와 여행 가고파”
    ‘개콘’의 보석 신보라
    화보 촬영을 끝내고 마주한 신보라(25)는 다소곳했다. 두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모습이 반듯하다 못해 긴장돼 보였다. “내가 불편하냐”고 묻자 그가 정색을 한다. “원래 낯을 좀 가리는데 지금은 편하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도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이란 코너에서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용감함을 보여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용감한 녀석들’은 신보라가 개그맨 박성광, 정태호와 함께 힙합트리오로 등장하는 인기 코너다. 개그와 음악을 접목한 기발한 발상과 세태를 풍자하는 랩으로 2월 12일 전파를 타자마자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신보라가 노래 후렴구에서 뿜어내는 파워풀한 가창력은 이 코너의 백미로 꼽힌다. 첫 방송 후 개콘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들린 가창력” “노래 듣고 소름끼쳤다” 등 그에 대한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용감한 녀석들’ 팀이 동명의 그룹을 결성해 발매한 음원들도 반응이 좋아 음악 프로그램에서까지 그를 찾을 정도다. 어느새 ‘개그계의 대세’로 등극한 신보라와의 인터뷰는 그래서 음악 이야기로 출발했다.

    블랙가스펠과의 인연

    ▼ 정식 가수로 데뷔한 건가요? ‘용감한 녀석들’이라는 그룹명으로 음원을 두 개나 냈던데….

    “가수가 되려고 음원을 낸 건 아니에요. 개그맨은 자신이 만든 유행어에 대한 저작권이 없어요. 그래서 다른 방송이나 광고에서 가져다 써도 보호받을 길이 없어요. 그게 안타까워 개콘 제작진이 음원을 내서 저작권을 인정받으라고 권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처음엔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라는 음원을 냈고 두 번째 음원인 ‘I 돈 CARE’도 코너와의 시너지를 위해 이벤트성으로 냈는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 KBS ‘뮤직뱅크’에서 ‘용감한 녀석들’이 노래하는 걸 봤는데 반응이 뜨겁더군요.

    “저희는 팬덤이 나뉘어 있지 않으니까요. ‘어, 개콘이다’ 하면서 다 같이 응원해줘서 무척 신났죠.”

    신보라의 가창력이 연일 화제를 모은 데는 팬들의 집요한 관심이 한몫했다. 그가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오디션을 보는 장면과 개그맨이 되기 전 한국 기독교음악(CCM) 합창단인 ‘헤리티지 메스콰이어’ 3기로 활동할 당시의 동영상을 찾아내 인터넷에 올린 것. 두 동영상에 담긴 신보라의 모습은 지금보다 수수하지만 고음 처리가 매끄러운, 타고난 실력자임을 입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헤리티지 메스콰이어로 오래 활동했나요?

    “2006년 12월부터 개그맨 되기 전까지 4년 가까이 활동했어요. 대학교 1학년 말에 블랙가스펠 그룹인 헤리티지 공연을 보고 이렇게도 노래할 수 있구나, 이런 장르가 있구나 새삼 알게 됐어요. 종교적인 믿음과 블랙가스펠에 대한 관심이 커져 헤리티지 콰이어스쿨에 지원했고 거기서 알토 소리 내는 법도 같이 배웠죠.”

    ▼ 헤리티지 메스콰이어 2집 첫 번째 곡을 솔로로 불렀다죠?

    “처음부터 솔로를 한 건 아니고 2009년에 했어요. 곡이랑 제 목소리가 어울려서요(웃음).”

    ▼ 그 실력이면 가수 될 수 있었을 텐데 왜 개그맨이 됐나요?

    “어떤 분은 제가 가수가 못 돼서 개그우먼이 됐을 거라고 생각하시던데 전혀 아니에요. 헤리티지 메스콰이어로 활동하면서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를 이미 마음껏 하고 있었고, 대중가수를 할 만한 자신감이 없어서 가수가 되겠단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내가 무슨 가수야’ 이런 생각을 했죠.”

    ▼ 학창시절에도 노래 잘했나요?

    “중·고등학교 때 가요제 나가면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전 그렇게 생각지 않았어요. ‘거제도에서 무슨…, 서울에 잘하는 애들 훨씬 많잖아’ 그랬었죠. 오히려 개그우먼이 되고 나서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구나, 연기도 재미있구나, 하면서 미처 몰랐던 제 자신을 알아가고 있어요.”

    거제도의 ‘신뽀리’

    거제도는 그의 고향이자 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합격하기 전까지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최근 초등학교 시절엔 전교어린이회장, 중학교 때는 회장, 고등학교 때는 부회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연예계의 ‘엄친아’ 대열에 합류했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을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하긴 했어요. 성적도 딱 한 만큼 나왔고요. 머리가 좋은 건 아니에요. 모의고사보다 내신 성적이 더 좋았던 걸 보면요.”

    ▼ 리더십이 뛰어났나요? 학창시절에 줄곧 임원을 했던데….

    “제가 잘나서 된 게 아니고 친구들이랑 두루두루 친했어요. 선생님 흉내 내면서 웃기고, 공부하기 싫을 때 나가서 시간 때워주고 해서 인기가 있었거든요. 대하기 어려운 아이가 아니라 아무 때나 장난칠 수 있고 놀릴 수 있는 아이라서…. 놀림을 엄청 당했거든요. 아이들이 신정환 씨 닮았다며 ‘만능 신정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광수생각의 ‘신뽀리’라고 놀리기도 했어요. 그렇게 재미있고 만만해서 임원으로 뽑아준 것 같아요(웃음).”

    ▼ 그 학교에도 왕따나 폭력이 존재했나요?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전 중·고등학교 시절 하면 항상 돌아가고 싶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그립고 생각만 해도 행복해져요. 그런데 대학 가서 전국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대부분이 그때로 돌아가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좀 충격이었어요. 난 좋은 친구들 만나 진짜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걸 대학 가서 느꼈어요.”

    ▼ 기자가 되고 싶어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건가요?

    “PD나 기자에 뜻을 뒀던 건 아니에요. 방송 쪽 생리를 알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신방과에 지원했어요.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자나 PD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둘 다 멋진 일이긴 하지만….”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계속 공부해도 기자란 직업에 흥미나 호기심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PD도 제가 도전하기에 버거운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받곤 했지만 와 닿는 부분이 없어서 마음이 가지 않았어요.”

    ▼ 그럼 어쩌다 개그우먼이 된 건가요?

    “4학년 1학기 마치고 취업이 현실이 되니까 막막했어요. 휴학하고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뭘 해야 잘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렇게 해서 얻은 답이 개그였죠. 학교 다닐 때 선생님 흉내 내면서 친구들 웃기는 걸 엄청 좋아하고, 상대가 웃어주면 마냥 행복하고 그랬거든요. 방학 숙제 미루듯이 진로 결정을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개그우먼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길에 도전해볼 용기가 불끈 솟더군요. 휴학하고 얼마 후 때마침 개그맨 시험 공고가 나서 바로 지원했죠.”

    ▼ 원래 꿈은 뭐였나요?

    “전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스트레스 받는 학생이었어요. 간절히 되고 싶은 건 없었지만 방송에 왠지 끌렸어요. 돌아보면 어떤 길로 풀릴 줄은 몰랐지만 제 안에 개그우먼이 되고픈 욕구가 꿈틀대고 있었나 봐요.”

    ‘생활의 발견’과 ‘용감한 녀석들’

    2010년 가을 그는 KBS 공채 25기 개그맨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기본적인 개그 용어조차 몰랐다”는 그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자주 써먹던 ‘선생님 흉내 내기’와 모창이었다.

    “ 미국의 팝가수 비욘세와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 김종현의 모창을 개인기로 선보였는데 웃음이 빵 터지지는 않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합격한 건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더라고요. 심사위원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여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남달라 보였대요. 개그에서는 전혀 내세울 게 없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모창 할 때 노랫소리가 되게 듣기 좋았다는 평도 있었고요.”

    그때와 달리 그가 현재 개콘에서 맡은 코너들은 모두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은 여느 개그 코너와 달리 한 무대에서 개그는 물론 춤과 노래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생활의 발견’은 남녀의 이별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놓고 폭소를 자아낸다는 점에서다.

    ▼ ‘생활의 발견’을 ‘아내의 유혹’이라는 드라마에서 착안했다면서요?

    “방영 초기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려고 그 드라마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처음에는 슬픈 상황을 연출했다가 그와 어울리지 않게 장소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거든요. 이를테면 식당에 가서 남자친구에게 ‘우리 헤어져!’ 하고 말해놓고 주인이 메뉴판을 갖고 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삼불고기 2인분이요’ 하는 식으로요. 한 1년은 극적인 슬픈 상황에서 말의 엇갈림으로 웃음을 자아냈는데 코너가 오래되면서 개그 코드가 바뀌었어요. 게스트가 나와서 삼각관계를 연출하는 설정으로 진화했다고 할까요.”

    ▼ 새 코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개그맨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직접 짜요. 그걸 제작진 앞에서 시연하면 어디가 문제니 좀 더 손보라든지, 이대로도 재미있으니 바로 녹화해도 되겠다고 알려줘요. 제 첫 코너였던 ‘슈퍼스타 KBS’도 저희 25기 개그맨들과 김진철 선배가 함께 짰어요.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건데 반응이 좋아서 1년 반도 더 했죠. 저 혼자 아이디어를 냈으면 그렇게까지 오래가지 못했을 거예요. 개콘은 다 공동 작업이죠.”

    ▼ 아이디어도 출연자들이 직접 내나요?

    “‘생활의 발견’은 김병만 선배님이 아이디어를 줬어요. 제가 진지하게 노래하는 것을 보면서 진지한 연기를 잘할 것 같았대요. 송준근 선배님까지 셋이 삼겹살집에 갔다가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여기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면 너무 웃길 것 같다면서요. 그 뒤로 반 년 가까이 진지한 코너를 하자고 했는데 ‘슈퍼스타KBS’ 준비하느라 여력이 없었어요.”

    ▼ 그럼 ‘용감한 녀석들’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전 원래 그 팀의 멤버가 아니었어요. 정태호·박성광·양선일 선배님과 27기 김태원 씨가 한 팀이었어요. 힙합으로 점을 봐주는 ‘힙신’이라는 코너로 검사를 받았는데 조금 아쉽다고 해서 계속 수정하고 있었어요. 전 그런 코너가 있는 줄도 몰랐고요. 그러다 지난해 말에 음악 코너를 만들어 검사를 받았는데 정장에 중절모를 쓴 캐릭터가 괜찮다며 힙신이랑 회의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음악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재미있는 게 나올 것 같다고요. 그래서 같이 뭉쳐서 회의한 끝에 ‘용감한 녀석들’로 거듭났죠.”

    ▼ ‘개그계의 대세’로 불릴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제 코너와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개인적인 인기에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아요. 지금의 인기가 영원히 내 것이라는 생각도 안 하고요. 3년간 개콘을 하면서 코너가 사랑받고 캐릭터가 사랑받을 순 있지만 영원히 쭉 가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내가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게 인기라는 걸요. 그래서 사랑받는 현재에 감사하며 매순간 열심히 하려고 해요. 대중에게도 열심히 하는 개그우먼으로 기억되고 싶고요.”

    “대학축제에서 열광하는 것 보고 신기했어요”

    신보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KBS로 출근한다.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서다. 아이디어가 덜 나온 주는 주말에도 회의가 열린다. ‘신동아’와 인터뷰를 5월 25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잡은 것도 대낮부터 아이디어 회의가 있어서다. 그게 신경이 쓰이는지 시계를 흘끔 보던 그는 “회의실에서 살다시피 해서 실은 인기를 잘 못 느낀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그나마 ‘용감한 녀석들’이라는 이름으로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어요. 광고도 여러 편 찍고, 영화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작업에도 참여하고, 어제는 대학축제에 갔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저희가 등장하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하는 거예요. 어찌나 신기하던지 매니저한테 가수 나오면 다 저러냐고 물어봤다니까요. 바깥활동을 하면서 지금 사랑받고 있구나, 우리 코너를 좋아하고 그 안에 있는 내 모습도 예쁘게 봐주는구나, 어린아이들도 날 좋아해주는구나 하고 순간순간 느껴요.”

    ▼ 노래 연습은 얼마나 하나요?

    “월·화(요일)에 리허설하고 수요일에 녹화하고, 목금엔 그 다음주용 아이디어 회의하고,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주말에도 만나서 회의를 해요. 그래야 회의 결과를 토대로 월요일에 리허설이 가능하니까요. 대신 연습은 많이 안 해요. 너무 연습하면 감을 잃기 때문에 느낌만 가지고 저희끼리 음악 틀어놓고 맞춰보죠.”

    ▼ ‘용감한 녀석들’에 나오는 음악은 누가 작곡한 건가요?

    “방송에서 쓰는 MR(가사를 뺀 반주음악)은 정태호 선배님이 ‘힙신’할 때 미국 힙합 비트 사이트에서 공짜로 다운받은 거예요. 저작권이 있으니까 음원을 그대로 받아 쓰진 않고 남성 듀오 ‘노라조’와 다른 작곡가가 편곡해줬어요. 가사도 저희 콘셉트에 맞게 붙인 거고요.”

    ▼ ‘용감한 녀석들’이나 ‘생활의 발견’이 뜰 거라는 감이 왔나요?

    “‘생활의 발견’은 삼겹살집에서 하루 만에 짜 검사를 맡았는데 바로 빵 터졌어요. 방송에 내보낼 만한지를 보는 건데 그때는 제작진과 모든 개그맨이 보는 앞에서 연기하거든요. 선수들 앞이라 무대도 무섭고, 무척 긴장되는데 다들 어찌나 재미있어 하던지 희열을 느낄 정도였어요. 거의 그대로 바로 녹화했고요. 반면에 ‘용감한 녀석들’은 햇수로 2년 가까이 준비한 코너예요. 제가 합류한 뒤에도 몇 주 더 수정하고 나서 녹화했죠.”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에서 그에게 쇼·오락 부문 우수연기상을 안긴 ‘생활의 발견’은 방송한 지가 1년을 넘었다. 롱런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생활의 발견’에서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누가 봐도 지루할 것 같고, 연기자들도 힘들겠다 싶으면 제작진이 코너를 내리는데, ‘생활의 발견’경우는 요즘 김준현 선배님의 인기가 많아지고, 저도 ‘용감한 녀석들’로 인기가 좀 올라가서 코너가 다시 힘을 얻었어요. 게스트도 나오고 하면서 반응이 더 좋아졌죠.”

    ▼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숨을 크게 내쉬며) 지난해 4월부터 해서 너무 많은 일화가 떠올라요. 주로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예요. 그 코너 하면서 생전 처음 먹어본 음식이 많아요. 닭발도 그렇고, 산낙지, 홍어 같은 해물도 그렇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여야 해서 리허설 땐 안 먹고 녹화할 때만 먹었어요. 거제도에서 살았어도 해물을 별로 안 좋아해요. 서울 와서 해물이 좋은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됐죠(웃음).”

    웃는 게 참 자연스럽다.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고 활짝 웃을 때마다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유쾌해진다. 중독성이 강한 웃음이다. 그가 개그우먼으론 드물게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것도 해맑은 표정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 정작 그는 자신이 예쁜 줄 모르는 모양이다.

    “예쁘다는 소리 들으면 민망해”

    “개그우먼이 되고 나니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데, 일반인 사이에 있을 땐 평범해요. 체형이 못나진 않았지만 예쁘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손발이 오글거렸어요. 지인들도 처음엔 ‘왜 예쁜 역할만 하느냐?’고 의아해했고요. 예쁜 척하는 게 되게 어색했는데 개그를 2~3년 하면서 ‘멀쩡하지만 뻔뻔하게 망가지는 캐릭터’로 자리 잡아 이제는 편해요.”

    ▼ 거울 앞에 서면 예뻐 보일 때 있지 않나요?

    “전 진짜 평범해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힐 신고 옷 차려입고 중절모 쓴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때도 ‘내가 무대에 서는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지, 화장 지우고 집에 있을 때 예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 연기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선배는 역시 ‘생활의 발견’의 송준근 씨인가요?

    “아무래도요. 정말 너무 잘 맞아요. 3년 선배인데 막내 때는 대하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장난도 잘 치거든요. 방영 초반에는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새벽 두세 시까지요. 동선 하나까지 다 맞춰야 하는 코너라 어쩔 수 없었죠. 그래서 이제는 눈빛만 봐도 상대의 다음 동작이 가늠이 되고, 어떤 애드리브가 나와도 다 받아줄 수 있을 정도예요.”

    ▼ 둘 다 실연의 아픔을 겪어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면서요?

    “내용에 남녀 입장을 녹여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회의할 때 많은 도움이 돼요. 선배님이 참 좋으세요. 전 선배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선배님들만 만났거든요. 지금 코너를 같이 하는 선배님들이 너무 좋아요.”

    ▼ 얼마 전 게스트로 나온 가수 박진영 씨와 춤추는 것을 보고 감탄했어요. 춤 솜씨도 전혀 밀리지 않던데 얼마나 연습한 건가요?

    “원래 박진영 씨가 직접 가르쳐주기로 했었어요. 직접 한번 만났거든요. 박진영 씨 신곡이 나왔는데 저랑 노래에 맞춰 춤추면 좋겠다고 제작진하고 얘기가 되어서요. JYP(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갔더니 박진영 씨는 일 때문에 못 오고, 그 밑의 댄서 분이 가르쳐줬어요. 오래는 아니고, 발동작만 20~30분쯤. 그러고 녹화 당일에 박진영 씨 만나서 춤 맞춰본 게 전부죠.”

    ▼ 원래 춤 좀 췄나요?

    “몸치는 아니고 웃긴 춤은 많이 췄는데, 제대로 된 춤도 그리 어색하진 않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웃음).”

    ▼ ‘용감한 녀석들’에서는 홍일점이라고 선배들이 잘해주나요?

    “잘해주시죠. 근데 여자로 잘해주는 건 없어요. 아주 편한 여동생처럼 대하세요. 하하하.”

    최근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 출연하는 개그맨 정범균이 한 방송에서 그에게 공개 구혼한 일이 떠올랐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궁금해 그 얘기를 꺼내자 그의 낯빛이 싸늘해진다.

    “그냥 절 좋은 후배라고 생각하는 정도예요. 선배님이 분위기를 재미있게 띄우려고 그런 얘길 꺼낸 거예요. 장난처럼 한 말이었고, 더는 그 얘기를 하지 않기로 저랑 정리했어요. 그 얘기,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 개그맨 커플이 꽤 많던데 그분은 본인 스타일이 아닌 건가요?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잖아요. 남자로 보이진 않죠.”

    ▼ 이상형이 있나요?

    “딱히 정해둔 건 없어요. 아무리 이상형에 가까워도 제 마음이 가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요. 보면 설레고 떨리고 좋아지는 사람이요. 전 말과 행동을 상황이나 자리에 맞게 잘하는 사람이 좋아요. 철없고 가벼운 사람보단 부모에게 잘하고, 진지한 자리에선 진지하면서도 저와 둘이 있을 땐 장난 많은 그런 사람이 좋아요. 사람들 앞에서 안 보여준 매력을 저한테만 보여주면 좋겠고(웃음).”

    “기대감 주는 개그우먼 되고 싶어요”

    방송에서와 달리 진지하고도 순수한 면모가 볼수록 도드라진다. 성격이 원래 그러냐고 묻자 그는 배시시 웃으며 “지금 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래 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럼을 잘 타서 신인 때는 인터뷰하기가 힘들었어요. 처음 보는 기자 앞에서 제 얘기를 하는 게요. 하다보니 편해지긴 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용감한 녀석들’에서처럼 독설을 내뱉는 사람도 아니고, ‘생활의 발견’에서 하듯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캐릭터 때문에 좀 세게 보시더라고요. 낯가리는 건 여전한데 조용하진 않아요. 편해지면 재미있는 모습이 많이 나오죠.”

    ▼ 개그 하려면 얼굴이 두꺼워야 할 텐데 성격 때문에 힘들진 않나요?

    “(동공이 커지며) 신기하게도 무대에 서면 저도 모르게 뻔뻔해져요. 개그맨 중에 그런 사람 많을 거예요. 평소에는 튀지 않는데 무대 위에서는 숨어 있던 끼들이 다 나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도 새삼 놀라요. ‘내가 그냥 개그우먼이 된 게 아니구나, 내 안에 이런 끼가 있었구나’ 하고요.”

    ▼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부모님은 좋아하세요. 지금도 거제도에 사시는데 어려서부터 제가 친구들이랑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개그우먼 됐을 때도 많이 놀라진 않으셨어요. 인천에 있는 친오빠도 처음엔 놀라더니 지금은 좋아해요. 주위에서 제 얘기를 많이 하나봐요. 지난 연말에 상 받을 때 자기 이름 안 불렀다고 서운해하더라고요. 경상도 남자라 일일이 챙기진 않지만 항상 절 걱정해줘요.”

    그의 집안에는 연예인이 또 있다. 서울대 출신 방송인 유희열이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마른 체형과 ‘엄친아’였다는 공통점을 들어 “피는 못 속인다”고 입을 모았다. 그가 방송에 관심이 생긴 것도 유희열의 영향일까.

    “전혀요. 오빠가 저와 6촌이라는 것도 중학교 2학년 때 알았어요. 제가 개그우먼이 된 걸 알고 오빠도 무척 놀랐어요. 이 길은 순전히 저 혼자 결정했지만 그래도 유희열 씨는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죠. 저와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음악 하는 사람으로, 혹은 진행자로 그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든든해요.”

    ▼ 롤 모델은 누군가요?

    “개그우먼 강유미, 안영미, 신봉선 선배님이요. 저도 개콘을 보며 자랐는데 그 선배님들은 항상 절 기대하게 만들었어요. 오늘은 무슨 개그를 할까 하고요. 그 선배님들처럼 기대감을 주는 개그우먼이 됐으면 좋겠어요. 더 나중엔 볼수록 친근하고 편한 박미선, 이성미 선배님을 닮고 싶고요.”

    쉴 때 그가 즐기는 취미활동은 음악 듣기와 영화 보기다. 최근에는 바빠서 극장 갈 시간이 없었는데 모처럼 짬이 나서 득달같이 본 작품이 할리우드 액션물 ‘어벤저스’란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다”며 그가 아이처럼 좋아한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에도 크게 감동하는 이 여자, 참 사랑스럽다.

    ▼ 광고가 계속 들어와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던데 잠잘 시간은 있나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 같이 고생하고 있죠. 매일 있는 회의에다 대외활동까지 많아져서 어떤 날은 한두 시간밖에 못 자요. 그래도 오늘은 대여섯 시간은 잔 것 같아요. 사진발 잘 받으려고요. 하하하.”

    ▼ 앞으로 1년간 휴가를 준다면 뭘 가장 하고 싶은가요?

    “여행이요. 가족여행도 좋고, 함께 고생하는 스태프들과 떠나는 단체여행도 좋아요. 친구들과 배낭여행도 해보고 싶고요. 여행을 많이 못 가봐서 상상만 해도 행복해져요. 저의 든든한 지원군인 그들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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