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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한민국에 아시아인권재판소를 만들자!
인권 국제화를 위한 제안
정창호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 유엔재판관
 
대한민국은 인권 선진국인가, 아니면 후진국인가. 관점에 따라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주제다. 기준점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된 정창호 부장판사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대한민국이 아시아 인권 선도국이 되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주장한다.
 

북한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 4일 밤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광장에서 북한 청소년의 인권 보호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기본적 인권은 우선적으로 개별 국가단위로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국가단위의 보장을 넘어서는 ‘국제적 인권 보장’의 필요성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기됐고 국제인권재판소들이 설립됐다. 기본적 인권 보장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평화에 관한 문제이고, 따라서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지역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가장 먼저 1959년 유럽인권재판소가 설립됐고 1979년 미주인권재판소, 최근에는 2006년 아프리카인권재판소가 설립됐다.

국제인권재판소를 통한 국제적 차원의 인권 보장은 아시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아시아도 아시아인권재판소(Asian Court of Human Rights)를 설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필자는 아시아인권재판소의 설립을 위한 논의는 아시아 다른 국가가 아닌 바로 대한민국이 이를 주도해야 하고, 아시아인권재판소의 소재지도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1949년 설립된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국제연합이 1948년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 따라 인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1950년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협약’을 채택했고, 이 협약에 따라 1959년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설립됐다. 현재 유럽평의회 소속 47개 회원국 전체가 유럽인권재판소 관할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국가뿐 아니라 개인이나 비정부기구에도 협약 위반을 이유로 당사국을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국가만을 당사자로 인정하는 전통 국제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변화를 보여준다. 앞으로 설립될 아시아인권재판소 역시 이러한 개인의 제소권한을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자국 인권보장제도 완비 효과

현재 유럽인권재판소에 개인을 제소하기 위해서는 국내적 구제수단을 모두 활용한 후에만 가능하도록 하는 ‘보충성의 원칙’이 채택되고 있다. 국내에 인권보호를 위한 구제 절차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헌법소원’과 같은 제도를 갖춘 회원국의 국민은 이러한 국내적 절차를 모두 마쳐야만 그 후 유럽인권재판소에 적법하게 제소할 수 있다.

이러한 보충성의 원칙은 유럽인권재판소 회원국들로 하여금 자국의 인권 보호 심사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2012년까지 헌법소원제도가 시행되지 못한 터키의 경우 자국 헌법소원에 기한 기본권 심사가 이루어질 수 없어 모든 인권 사건이 바로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됐다. 그 결과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사건이 유럽인권위원회에 제소되고 유럽인권협약 위반 판결을 가장 많이 받은 회원국이라는 불명예를 얻게됐다. 마침내 터기 정부는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헌법소원제도를 신설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시아인권재판소가 설립될 경우에도 회원국의 인권 보장에 관한 주권을 존중하고 사건 처리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도 보충성의 원칙이 도입돼야 한다. 이를 통해 아직 인권보장제도를 완비하지 못한 회원국들이 헌법소원 등과 같은 기본권 심사 절차를 갖추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제소된 당사국이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유럽인권재판소는 판결(judgment)을 통해 물질적 및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명하며, 이러한 판결은 사건 당사국을 구속하므로 그 당사국은 반드시 판결의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한편 재판소는 이 협약의 해석에 관한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낼 수도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국내적 절차를 통해 인권을 보호받지 못한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호수단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한 유럽인권재판소는 설립 이후 사건을 매우 충실히 처리해왔다. 유럽인권재판소에는 매년 5만 건 이상의 사건이 접수되고 1500건 이상의 판결이 선고되면서, 유럽인권재판소는 신뢰받는 국제인권재판소로 정착했다. 이제는 오히려 너무 많은 사건이 접수돼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시아인권재판소 역시 당사국을 구속하는 유효한 판결을 통해 물질적 및 정신적 손해배상을 명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개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재판소로 정착해야 한다.

‘불간섭’ 고수 중국, 관심 없는 일본

최근 유럽 시민단체들은 미국 국가안보국의 도청과 관련해 영국 정부 소속 정보통신부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권을 보장한 협약을 위반했다며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한편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 7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관련해 “국가는 국민의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5년 ‘아세안공동체’ 출범을 준비하는 아세안은 이미 1993년 인권선언을 채택하고 아세안 지역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인권의 국제적 보장 역할은 하지 못한다. 한편 최근에는 아랍연맹이 바레인을 중심으로 아랍인권헌장에 기초한 아랍인권재판소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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