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호

청년의 푸른 꿈이여 하늘에 별처럼 빛나라

유명인사 재능기부 모임 ‘청야(靑夜)’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4-03-20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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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 10여 명 모두 야간고, 야간대 출신
    • 청소년·대학생 대상 ‘청야 꿈 콘서트’ 개최
    • 공직자의 별, 기업가의 별, 출판가의 별…인생 멘토
    • 주창자는 ‘상고 신화’ 주인공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청년의 푸른 꿈이여 하늘에 별처럼 빛나라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 제1강의실. 토요일인데도 이곳은 100여 명에 달하는 청소년과 대학생의 때 아닌 청강 열기로 뜨거웠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주관한 이날 특강 행사의 명칭은 ‘청야 꿈 콘서트.’ 주최 측은 ‘청야’라는 미지(未知)의 단체였다.

    반크는 행사 참가자 모집 안내문에서 청야에 대해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야간고나 야간대를 다니며, 열정과 도전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간 사람들이 모여 어려운 환경의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을 함께 나누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청야 꿈 콘서트’에서 특강을 한 사람은 3명. 대체 이들은 누구였기에 3시간 동안 이어진 짧지 않은 강연임에도 듣는 이들의 표정을 사뭇 진지하게 만들었을까. 왜 두 눈을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초롱초롱 빛나게 했을까.

    ‘별들이 소곤대는’ 소통의 장

    청년의 푸른 꿈이여 하늘에 별처럼 빛나라

    제1회 ‘청야 꿈 콘서트’ 안내 포스터.

    이날 행사에 초대받은 청소년과 대학생은 반크의 참가자 모집 공지를 접하고 12월 17일까지 제각기 신청서를 낸 뒤 12월 19일 e메일과 SMS(단문메시지 서비스) 문자를 통해 이른바 ‘합격자’로 통보받은 이들이다.



    반크는 ‘청야 꿈 콘서트’를 청년 진로학교 행사의 일환으로 소개했다. 이는 모집 안내문 내용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안내문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두운 상황 속에서 돈, 학벌, 인맥은 없었지만 꿈, 열정, 의지라는 성공을 위한 최고의 스펙으로 지금 누구보다 찬란히 빛나는 3인의 청야 별 멘토들의 도전! 열정! 실천! 이야기’를 ‘어둠 속에서도 찬란히 빛날 수 있는 희망, 별을 가슴에 품은 대한민국 청년을 위해 밝히는’ 행사임을 알렸다.

    행사는 오프닝 격인 별 멘토들의 릴레이 메시지 전달을 시작으로 1부 ‘릴레이 특강-별이 말하다’, 2부 ‘토크 콘서트-별을 말하다’와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의 꿈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미션 수행 및 단체사진 촬영, 3부 ‘비전 나눔-별, 별을 만나다’ 순으로 진행됐다.

    요약하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성공해 세간의 주목을 받는 ‘현재의 별’들이 과거 불우했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나름의 경험을 가뜩이나 불안한 미래에 당면했으면서도 적성과 진로를 제대로 찾지 못해 번민하는 청년들에게 특강 형식으로 들려주고 대화하는 소통의 장(場)이 곧 ‘청야 꿈 콘서트’인 셈이다.

    그래선지 ‘미래의 별’이 돼야 할 청년들 앞에 이날 강연자로 나선 이들은 하나같이 입지전적 인물들이다.

    최고의 스펙은 꿈, 열정, 의지

    첫 강연자는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공직자의 별’로 소개된 김 실장의 강연 주제는 ‘3무(無) 인생, 3유(有) 인생을 향하다.’ 즉 돈, 학력, 인맥이 없었던 그가 어떤 꿈과 의지, 열정을 갖고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유쾌한 반란’을 해냈는지였다. 김 실장은 11세 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서울 청계천 판자촌에서 힘겹게 살아야 했던 아픈 추억,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상업계 고등학교(덕수상고)를 나와 은행에 취업해서도 야간대(국제대 법학과)에 진학해 학업을 병행한 일,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고시 잡지를 접하고 공직자의 꿈을 키워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한 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제2차관 등 경제부처 요직을 두루 거치게 되기까지의 사연을 들려줬다.

    두 번째 강연자는 ‘기업가의 별’로 등장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 회장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라!’라는 화두를 던졌다.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연매출 4조7000억 원의 글로벌 종합 축산기업을 이끄는 수장(首長)이 되기까지의 힘겹고도 보람찬 과정을 유머 있게 녹여내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그가 전한 메시지는 ‘천재성은 적성으로부터 나오며, 성공의 원칙은 남들이 원하는 모습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외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지극정성으로 길러 닭이 되자 팔아 수익을 내고, 그저 가축 기르는 일이 좋아 돼지 사육에도 뛰어들면서 점차 사업을 확장해 이리농고(현 전북대 수의과대학의 전신) 재학 시절 이미 ‘학생 사장’ 소리를 들었던 유쾌한 기억, 고교 졸업 후에도 한동안 사업에만 전념하다 늦깎이로 야간대(호원대 경영학과, 당시 전북산업대)를 다닌 일, 돼지값 폭락에 따른 농장 폐업(1982)-IMF 외환위기(1997)-전기누전으로 인한 도계(屠鷄)공장 전소(2003) 등 세 차례의 시련을 딛고 사업에 대한 열정을 더욱 다졌던 사연 등을 얘기했다.

    2013년 말 현재 하림그룹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생산업체를 거점으로 배합사료, 동물약품, 유통 분야의 58개 계열사를 둔 국내 축산업계 최강자다.

    지난해 2월 모임 결성

    청년의 푸른 꿈이여 하늘에 별처럼 빛나라

    제2회 ‘청야 꿈 콘서트’ 안내 포스터.

    마지막 강연자는 ‘출판가의 별’인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 박 대표의 강연 주제는 ‘결핍의 힘! 방문 판매원에서 유망 출판사 대표가 되기까지’였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재능을 인정받아 출판 일에 대한 꿈을 품은 것에서부터 중학교 때 학교 도서관의 모든 책을 죄다 읽었던 일, 부모의 사업 실패로 연년생인 3명의 동생과 함께 사는 조부모까지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해 고3 때 은행에 취직해야만 했던 가정사, 그럼에도 야간대(건국대 독어독문학과)를 다니며 꿈을 키워 이젠 ‘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잇단 베스트셀러 출간으로 연매출 300억 원이 넘는 출판기업을 일구게 된 인생 역정을 털어놨다. 박 대표가 역설한 메시지는 ‘성공의 비결은 과도한 책임감’이라는 것. 즉 가족 생계에 대한 책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 자기 자신이 한 약속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청야 회원. 그 명칭마저 독특한 청야는 대체 어떤 모임일까. 한마디로 청야는 주경야독(晝耕夜讀)한 유명인사 모임이다. 결성 시기는 지난해 2월 중순.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상고와 야간대 출신이란 이중의 학력 핸디캡을 딛고 기획재정부 제2차관 자리에 올라 이른바 ‘상고 신화’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김동연 실장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모임을 제의한 시기는 지난해 3월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되기 직전이다.

    모임의 취지는 비록 가난과 힘겨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일과 학업을 병행해 각자의 분야에서 일정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이 모여 자신의 치열했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줌으로써 꿈과 희망을 전하자는 것. 즉 청년을 위한 멘토로서 일종의 재능기부를 하자는 거였다. 따라서 회원 자격은 야간고 혹은 야간대 출신으로 한정했다.

    김 실장의 뜻에 공감한 사람은 10여 명. 모임 초기엔 상고·야간대 출신 금융권 인사와 기업인이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문화계, 체육계 인사도 포함돼 회원 구성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청야 회원은 앞서 언급한 3명과 권점주(광주상고, 홍익대 경영학과) 신한생명 부회장, 송기진(벌교상고, 건국대 경제학과) 전 광주은행장, 윤종규(광주상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전광진(성의상고,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성균관대 문과대학 학장, 조계륭(선린상고, 건국대 경제학과)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최명주(대구상고, 서경대 경제학과) 포스텍기술투자 사장, 최순호(청주상고, 광운대 전기공학과) 대한축구연맹 부회장, 하춘수(성의상고, 영남대 경영학과)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3월 21일 퇴임 예정) 등이다.(이상 가나다 순). ‘청야 꿈 콘서트’를 주관한 반크의 박기태 단장 역시 회원이다. 박 단장은 서경대 일어일문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다 1999년 졸업한 이후 PC방을 전전하면서 반크 사이트를 개설, 인터넷상에서 한국 바로 알리기에 나서 현재는 한국인 10만 명, 외국인 2만 명의 회원을 둔 대한민국 최대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일군 주인공이다. 여성 회원인 박시형 쌤앤파커스 대표는 청야의 홍일점이다.

    “회비 대신 몸으로”

    모임 명칭인 청야의 한자 표기는 ‘靑夜.’ 회원들이 함께 토론해서 지었다고 한다. 활동 취지와 ‘청야 꿈 콘서트’에서 유독 강조한 ‘별’ 등으로 유추해보면, 대략 ‘청년의 푸르고 역동적인 꿈이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맑은 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듯하다. 현실적으론 ‘청년에게 희망을 전하는 야간학교 출신 인사들의 모임’에 대한 줄임말도 될 것 같다.

    실제로 일종의 ‘인생 공부방’이라 할 수 있는 ‘청야 꿈 콘서트’엔 강연자뿐 아니라 거의 모든 청야 회원이 자리를 같이하는데, ‘청야 꿈 콘서트’라는 글귀가 왼쪽 가슴에 새겨진 짙은 감색 후드티를 입고 별 배지를 단 채 청년들 앞에 선다. 청야의 유니폼인 셈이다.

    청야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회원들은 ‘청야 꿈 콘서트’를 열기 전까지는 주로 식사시간에 만나 재능기부 관련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스케줄이 다 달라 한꺼번에 모이기 힘든 만큼 만나기 한 달 반쯤 전에 미리 약속을 잡고, 지금까지 7~8차례 모였다는 전언이다.

    청야의 한 창립 멤버는 “돈보다는 발로 뛰고 몸으로 하는 재능기부여서 회비는 별도로 걷지 않는다”며 “‘청야 꿈 콘서트’에서도 참가자들을 직접 안내하고, 행사 이후에도 그들의 진로 및 적성 상담에 응할 수 있게 회원들의 e메일 주소를 알려준다”고 귀띔했다.

    ‘청야 꿈 콘서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청야 회원들은 2월 19일에도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후 청야와 반크는 제2회 ‘청야 꿈 콘서트’ 참가자로 청소년과 대학생 100여 명을 3월 7일부터 17일까지 모집했다. 3월 22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의 강연자 역시 3명. ‘스포츠의 별’인 최순호 대한축구연맹 부회장(강연 주제는 ‘상고 소년,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축구 공격수가 되다!’)과 ‘은행가의 별’인 권점주 신한생명 부회장(‘상고 소년, 한국 금융을 움직이는 최고 경영자가 되다!’), ‘학문계의 별’인 전광진 성균관대 문과대학 학장(‘야간대 청년이 한국 최고의 사전을 편찬하기까지’)이다.

    청야의 이모저모가 언론을 통해 소상히 알려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청야는 모임 결성 이후 줄곧 그 활동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왔다. 기자가 청야의 존재를 안 건 지난해 4월. 당시 즉각 취재를 시도했지만, 청야는 모임 명칭과 활동의 성격이 언론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화하는 걸 한사코 말렸다. 아마도 김동연 실장이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국무조정실장인 까닭에 자칫 정치색을 띤 모임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감색 후드티와 별 배지

    청야의 한 회원은 기자에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묵묵한 선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으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일에 굳이 왼손, 오른손을 따지는 게 필요할까. 어쩌면 인생의 좌표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년이 넘쳐나는 이때 그들을 위해 양손을 다 동원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신동아’가 청야의 존재를 지면을 통해 공개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청야 꿈 콘서트’에서 ‘큰 별’들은 ‘작은 별’들의 옷에 별 배지를 하나씩 손수 달아줬다. 그 ‘큰 별’들의 허심탄회한 인생 얘기와 조언을 접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별 하나씩을 떠올리고 싶은 또 다른 ‘작은 별’도 수없이 많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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