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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대학 방송사 64% “언론 탄압 겪어”

대학언론 ‘펜’ 꺾이나?

  • 권예진|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yejin0412@naver.com

서울지역 대학 방송사 64% “언론 탄압 겪어”

  • ● “학교 측, 못마땅한 기사 삭제·축소”
  • ● “제작비 의존 탓에 대항 못해”
서울지역 대학 방송사 64%  “언론 탄압 겪어”

서울 모 대학 방송국 국원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촬영하고 있다.

3월 서울대학교의 ‘대학신문’은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편집권 침해에 대한 항의였다. 당시 서울대 본부는 시흥캠퍼스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대학신문은 학생들의 본부 점거 소식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주간교수가 본부 점거 이슈를 축소하고 개교 70주년 기념 이슈의 비중을 높일 것을 강요했다”는 게 기자단의 주장이다.

학교 측은 “편집권을 침해한 부분은 전혀 없고 주간교수와 편집부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모 전 주간교수는 교내 인권센터에 명예훼손을 이유로 기자단을 제소하고 본인은 주간교수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의 A대학교 방송국은 언론 탄압을 이유로 파업에 들어갔다가 국장이 면직되기도 했다. 방송국이 제작한 영상을 학내 모니터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학교 홍보팀을 거쳐야 하는데, 방송국이 학생처에 불리한 내용을 제작하자 홍보팀은 “방송 분량이 맞지 않다”거나 “파일에 오류가 생긴다”는 등의 이유로 송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3월 말 방송국 측은 “학교 측이 언론을 탄압한다”면서 방송 총파업에 나섰다. 이후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방송국의 B국장은 학교 측으로부터 면직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서울지역 대학 방송사 64%  “언론 탄압 겪어”

서울대 대학신문이 창간 65년 만에 처음으로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화려한 명성은 가고

대학 언론의 펜이 꺾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 학보사나 교내 방송 같은 대학 언론은 학생운동의 산파 노릇을 했고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일선에 서기도 했다.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 같은 학내 문제에서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학보에 게재된 소식이 나중에 종합일간지나 TV에 뉴스로 보도되는 일도 잦았다.

이렇게 자본주의 논리와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운 독립 언론의 상징이었던 과거와 다르게 요즘 대학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개, 대학 당국은 교내 언론이 학교의 빛과 그림자 중 ‘빛’만을 조명하길 바란다.



“학생처장실로 부르더니…”

필자는 최근 ‘서울지역대학방송국협의회’(이하 서방협) 소속 대학 방송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서방협 측에 웹 설문지를 전달해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방협 소속 20개 대학 방송국 실무국장 중 11 명이 이 조사에 응했다.

그 결과 “언론 탄압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1명 중 7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보도 방향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보도를 제지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서울 C대 방송국의 D 보도부장은 “1년 전 보도를 금지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 당국과 모 총학생회선거 후보자 간의 유착 논란이 학생들 사이에서 불거져 이를 취재 중이었다고 한다. 취재 소식을 들은 학교 측은 D부장을 학생처장실로 불러 “해당 사건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오해”라고 일축하면서 “보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D부장은 “학우들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음에도 취재를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대학 언론이 학교 측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항할 수 없는 이유로 ‘대학 언론 대부분이 학교의 제작비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점’을 꼽았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교내 방송사의 예산 중 80%가 학교 측이 제공하는 제작비로 충당된다”고 답했다. 경비의 대부분이 장비 구입이나 프로그램 제작에 쓰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 C대 방송국의 E 국원은 “필요한 (카메라 등 방송 관련) 기기 한 대를 사려고 해도 학교와 협의가 잘돼야 살 수 있다. 학내 언론사 대부분이 학교 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편집 간섭 행위가 있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가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재정 지원이 끊기면 당장 방송 제작이 어렵게 되니 학교 측의 편집·보도 개입에 항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원들이 직접 돈 벌어”

언론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 당국으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지 않는 대학 언론도 있다. 고려대 교육방송국(이하 KUBS)이다. KUBS의 김지욱 국장은 “자율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학교로부터 제작비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달 경상비 형식의 지원금은 받지만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지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KUBS는 막대한 제작비를 어떻게 마련할까. 김 국장은 “국원들이 직접 돈을 번다”고 설명했다. 학내외 단체들에서 영상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국원들이 비용을 받고 이를 제작해주는 일종의 자체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자체 수익사업에 의한 제작비 마련엔 한계가 따른다. 타 대학 방송국에 비해 장비가 구형인 데다 수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국원이 개인적으로 기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 국장은 “프로그램 제작, 제작비 마련, 학업 등 세 가지를 병행해야 하므로 국원들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지역대학방송국협의회 한 관계자는 “대학 언론이 학교 측의 잘못을 끄집어내려고 할 때 대학본부가 편집·보도에 개입해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작비는 대학 언론의 운영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대학 언론이 대학본부의 부당한 개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언론실무교육’ 과목 수강생이 신성호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입력 2017-07-24 15:01:15

권예진|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yejin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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