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카운트다운! 2017 | 차기주자 12强 직격인터뷰

“대권 도전? ‘자연적 흐름’을 보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입력2016-05-04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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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운용 틀 짤 수 있어야 수권정당
    • 욕망만 갖고 대통령 된다면 국민에 큰 죄
    • 차기 대선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 포용적 성장
    ‘칠순을 훌쩍 넘겼지만 눈빛이 형형하다. 30~40대 청장년, 혹은 관록 있는 무림고수들과 맞대결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힘은 약하지만 내공으로 총체적 에너지를 다스릴 줄 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그 힘을 끌어안으며 되치기를 하면 장사들이 우수수 나뭇잎 떨어지듯 한다….’

    어느 무예 고수가 자신의 스승을 이렇게 묘사할 때 기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떠올렸다. 76세 고령에도 날카로운 판단력, 거침없는 언행과 결단으로 총선 정국에서 더민주당을 구원한 김 대표다. 공천 과정에서 친노 핵심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하고, 이해찬 의원 등 날고 기는 정치 고수들을 떨어뜨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비례대표 ‘셀프 공천’ 논란에도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로 당중앙위원회를 굴복시켰다. 급기야 “107석이 안 되면 당을 떠나겠다”며 배수진을 치더니 보란 듯 제1당(123석)으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총선 이튿날인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는다”며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 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말했다. 호남 참패와 관련해선 “인과응보”라면서 “더민주당의 잘못에 회초리를 들어주신 호남의 민심을 잘 받아 안겠다”며 분골쇄신을 다짐했다.

    언론은 이미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의 당권·대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더민주당 일각에선 김 대표를 당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의 대권 도전을 부추긴다. 4월 14일 김 대표의 광화문 개인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수권정당이 되려면 경제 운용의 틀을 제대로 짜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엔 “한다, 안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진 못하지만, 자연적인 흐름을 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더민주당의 중도화를 이끌 그가 문 전 대표 측의 견제에 어떻게 맞설지도 관심거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경제 심판론 유효했다”

    ▼ 수도권 압승을 예상했나.

    “(의석수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나왔다. 유권자의 뜻이 반영된 거라고 본다.”

    ▼ 라디오 인터뷰에서 “운도 좀 따른 것 같다”고 했던데.

    “농담으로 한 거지, 선거에 운이 어디 있나. 집권 여당이 정책적으로 실패한 걸로 보이고 그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되면 선거에서 유권자는 야당을 찾을 수밖에 없는 거다. 집권 여당이 잘만 하면 야당은 영원히 집권당이 될 수 없다. 야당은 집권당의 잘못을 먹고산다.”

    ▼ ‘경제 심판론’이 유효했다고 보는 건가.

    “난 그것(경제 심판론) 말고는 얘기한 것이 없다. 전국 유세를 다니면서 우리 당 선거 슬로건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에 대한 설명만 하고 다녔다.”

    ▼ 호남에선 참패했다.

    “내가 이 당에 오기 전부터 호남에서 (당에 대한) 감정이 완전히 틀어져서 호남 의원이 가장 많이 탈당한 것 아닌가. 그걸 정상화하려고, 당의 모습을 바꿔보려고 애를 썼고 (호남의 민심이) 조금은 달라지는 걸 봤다. 그러다가 우리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순번 때문에 싸움판이 벌어지니 호남 분들이 ‘옛날 패권주의로 돌아가는구나’ 해서, (민심이) 돌아오지를 않았다. 내가 당에 온 이후 초기에는 비교적 (당이) 잘 갔다. 공천도 비교적 잘 마무리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순번 때문에…자기들하고 뜻이 맞지 않는 인물이 (후보 명단에) 있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거다.”



    “더민주 분열 용납 못해”

    ▼ 당시 대표직 사퇴를 언급하며 공천위원들을 두손 들게 했다.

    “셀프 공천이라는 게 도대체 뭔가. 나는 그것 자체가 이상한 말로 들린다. 소란을 피우기 위한 하나의 구실로 그런 얘기를 한 거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내가 당을 끌고 가는데, 내가 필요하면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난 그때 정말 (대표직을) 그만두려고 했다. 수권정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 남은 것이다.”

    ▼ 중앙위 파문이 없었다면?

    “호남에서 몇 석 더 얻었을 거라고 본다.”

    ▼ 호남 민심을 얻으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지. 원래 더민주당은 호남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당이다. 그런데 호남 사람들이 더민주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싫증이 나서 멀어졌다. 패권주의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혐오증 같은 것 때문이다. 호남 민심도 국민의당 하나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 것이다. 그러니 더민주당이 앞으로 정상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내년 대선까지 준비해가면 (호남 민심이) 돌아올 것으로 본다.”

    ▼ 호남은 이번에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어찌 보면 안철수 대표를 차기 대권주자로 여기고 점찍은 것일 수도 있다.

    “호남 사람들이 안철수 대표를 차기 주자로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더민주당에 대한 반발심리에서 안철수를 매개로 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줬는지는 불명확하다. 다만 지금 호남 민심은, 호남 출신 대권주자가 안 보이는 데다 자신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보니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다.”

    ▼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이번 승리가 내년 대선 때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야권 단일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1987년 강력한 지지를 받던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야권 분열로 승리를 여권에 넘겨준 때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번에 국민의당도 38석을 차지했으니 야권 승리에 기여한 바가 있긴 하다. 그러나 지금 그 현상이라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다. 대선을 앞두고도 과연 이 구도가 그대로 갈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안철수당’은 대권을 향해서 만들어진 당이다. 대권에 욕심이 있어 당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 국민의당과 다시 연대할 가능성은 있나.

    “아직은 뭐라고 얘기하기 이르다. 나중에 대통령후보 단일화 때라면 혹시 모르지….”

    ▼ 4·13 총선 결과 더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자신감이 커졌다고 봐도 될까.

    “지금부터 더 잘해야 한다. 의석수가 늘었다고 오만해져 다시 분열되고 옛날 식으로 싸우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나는 힘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패거리를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게 되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건 (수권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내가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수권정당이 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무엇보다 경제를 운용하는 틀을 제대로 짤 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을 위해 법을 만들려고 한다. 예컨대 대기업을 통해 실업을 해소하겠다고 하는데, 지금은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자체 생존을 위해 고용을 줄여야 될 판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기업에 돈을 줘서 실업을 해소하겠다는 건가. 그래서 경제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 삼성 미래차 광주 유치 주장은 해프닝이었나. 삼성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삼성이야, 선거 중인데, 그런 준비를 한다고 하겠나. 삼성전자가 과거에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백색가전 공장을 광주에 만들었다. 그런데 그곳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니 삼성에선 정해진 게 없다고 해도, 더민주당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미래 산업인 자동차 전장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야…”

    ▼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룰 수 있을까.

    “대통령 될 사람의 의지에 달렸다. 세계적으로 보면 그것이 잘된 나라는 안정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잘 안 돌아간다.”

    ▼ 그게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이다?

    “그렇다.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제민주화가 뒷받침이 안 되면 종국에 가선 정치 민주화도 잘 안 된다. 지금처럼 소수의 경제권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 스웨덴, 미국 같은 나라들이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경제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삶의 질 향상, 불평등 해소, 분배 형평성에 무게를 두는 개념)을 추구하고 있다. 포용적 성장을 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 지금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포용적 성장이 중요 이슈다.”

    ▼ 박근혜 정부가 초기에 경제민주화를 내걸었지만 흐지부지된 듯하다. 왜 그랬다고 보나.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식이 확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안 된다. 미국엔 1890년 만들어진 독점금지법인 셔먼(Sherman)법이 있는데, 나중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 법을 발동시켜 미국의 독과점 문제를 철저하게 파헤치는 데 활용했다. 제대로 된 인식과 그에 맞는 결행력이 중요한 것이다.”

    ▼ 총선 이틀 전인 4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겐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안희정 지사, 김부겸 후보, 이재명 성남시장 등 기라성 같은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있다”고 말했는데.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사람은 다 대권후보 아닌가.”

    ▼ 그들 중에서 야권 대선후보가 나올 것 같나.

    “그 사람들 중에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계속 ‘진짜 이 사람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할 만한 사람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 요즘 거론되는 차기 주자들 가운데 김 대표가 유일하게 호남 출신인데….

    “호남 정치인들이 그 점을 제일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내가 호남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허허.”

    ▼ 만약 호남이 밀어준다면 앞으로 더민주당의 이미지도 바꿔가면서 대권주자로 나설 의향이 있나.

    “그거야, 뭐 그런 걸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 수가 있나. 자연적인 흐름을 놓고 보는 거지.”

    “당권 경쟁엔 안 나서”

    ▼ 당권 경쟁에 나설 계획은?

    “나는 그런 거에 관심없다. 내가 무슨 그런 틈바구니에 들어가 경쟁해서 뭐를 얻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 대선후보군은 언제쯤 좁혀질 것 같나.

    “올해 늦가을쯤이면 대략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나 생각한다.”

    ▼ 대선주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이 되려면 나라를 충실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능력과 추진력을 겸비해야 한다. 대통령 되는 것 자체만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단순히 경제만 해서도 안 되고 외교, 국방에도 밝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굉장히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런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도 어떻게 다뤄야 되는지, 글로벌한 시대에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알아야 한다. 그런 능력도 있어야 하고, 자기만의 확신도 있어야 한다. 적당히 ‘내가 대통령 되고 싶다’는 욕망만 갖고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에게 정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 총선 때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은 정말 아무 효과가 없었나.

    “방문 효과가 선거 결과에 나타나지 않은 거니까, 그건 나한테 안 물어봐도 되지 않나.”

    ▼ 더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지는 못했어도 더민주당에 대한 호남 사람들의 인식을 좀 바꾸진 않았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선거는 결과로 나타나는 건데.”

    ▼ 20대 국회에선 무엇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거라고 보나.

    “당연히 경제 논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사실상 정체 상태다. 경제성장률이 2%, 경우에 따라서는 1%가 될지도 모르니 자연히 국민의 삶이 어려울 것 아닌가. 그나마 그 1% 성장도 대기업이나 가진 사람들에게 가고 그 아래로는 흐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니 (경제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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