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총리에게 내·외치 다 주면 국가 혼란”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이 진단한 ‘崔 쇼크 이후’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6-11-23 11: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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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무새처럼 따라 한 친박 지도부 원죄 커”
    • “야당, 현 사태 즐기고 이용”
    • “책임총리로는 트럼프와 정상회담 못한다”
    • “김무성 노력 재평가돼야”
    • “반기문, 독자적인 힘으로 홀로 서야”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검사 출신 3선 의원(강원 강릉)으로, 비주류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가깝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최순실 사건,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중심으로 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 청와대 민정 기능이 대통령 측근에겐 작동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다 최순실 비선(秘線) 실세 문제가 터진 것 같은데요. 권 위원장이 법무비서관으로 재임할 때의 민정수석실과 지금의 민정수석실에 차이가 있습니까.

    “그때는 민정1비서관이 민심을 듣고, 민정2비서관이 공직자나 대통령 측근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죠. 지금은 민정1과 민정2가 민정비서관으로 통합됐어요. 민정비서관의 업무량이 너무 많아졌어요. 게다가 민정수석실 업무의 90% 이상이 검찰을 통한 정국 운영에 있었던 것 같아요. 검찰이 수사만 하면 청와대 짓이다, 우병우 짓이다…이런 말만 나왔죠. 민정수석이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방증이죠. 측근을 감시하지 않고, 민심 안 듣고, 구시대적 사정(司正) 드라이브나 걸었으니 이게 패착이 된 것 같아요.”



    이완구 총리에게 따졌더니…

    ▼ 최순실 문제는 민정에서 파악하지 못했을까요.

    “웬만한 정보는 민정수석실에 들어와요. 최순실의 행동을 보면 여기저기 다 쑤셔놨잖아요, 모든 기업에.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어요. 민정에서 파악했을 것으로 봐요. 그런데 이완구 의원이 총리가 되자마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요. 검찰이 자원외교, 공기업 수사에 들어갑니다. 제가 이 총리에게 전화했어요. ‘그렇게 전쟁 선포하면 해외 자원개발 필요성을 주장해온 우리 처지는 뭐가 되냐, 총리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요.

    그러자 이 총리는 ‘내 뜻이 아니고 청와대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법무장관도 담화문 발표 30분 전에 알았대요. 그리고 검찰이 일사불란하게 수사에 착수해요. 사전에 검찰과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에는 눈 감은 채 애먼 기업 잡는 사정에만 골몰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권 위원장은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인품이나 능력이 탁월하다”면서도 “왜 대구·경북 출신 검사만 민정수석에 임명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고향이 다른 사람이, 검사 출신이 아닌 사람이 민정수석이 되어 대통령 측근 비리 뿌리 뽑고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 좋겠다”고 했다.   

    ▼ 최순실 사건의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7위 교역국가이고 국민이 ‘우리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이런 나라에서 난데없이 아무 직함도 없는 가정주부인 측근이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불법을 저지르면서 치부한 거죠. 대통령이 그토록 부인해온 비선 실세가 존재했고 그 실세에 의해 나라가 좌우된 것에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이전 정권의 대통령 측근 비리와 유사한 점도 있죠?

    “예를 들어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대통령의 아들들이 엄청나게 해먹었잖아요. 10여 년 전이었기에 그 정도로 넘어갔지 그런 일이 지금 일어났다면 똑같이 국민이 충격을 이기지 못해 촛불시위에 나섰을 겁니다.”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먼저 제시했어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걸 받아들이면 정국 안정에 협조하겠다고 했어요. 우리 당이 받겠다고 했으니 자기들이 이행하면 되는데, 이젠 2선 후퇴하라고 해요. 추미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2선 후퇴는 하야를 뜻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나하나 추가적으로 조건을 내걸어요. 국민은 ‘야당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구나, 이걸 즐기려 하는구나, 이용하려고 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결국 장기적으로 대통령과 국회가 동시에 비난받을 겁니다. 박지원 대표의 ‘덫에 걸렸다’는 표현이 빈말이 아니라고 봐요.”

    책임총리의 권한과 관련해 권 위원장은 법률가의 관점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야당은 내치뿐 아니라 외치도 2선 후퇴하라고 합니다. 그건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숨만 쉬면서 봉급만 타먹어라’ 이런 거죠. 그러나 박 대통령이 말하는 거국내각은 ‘안보와 외교는 내가 하고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겠다. 조각 권한도 상당부분 총리에게 주겠다’는 취지인 것 같아요. 여야가 추천한 총리는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훨씬 못 미쳐요. 이런 총리에게 국군통수권부터 모든 권한을 준다? 그건 헌법 위반이죠. 거국내각을 구성하더라도 헌법하의 거국내각이라야 합니다.”



    “우리 실정엔 의원내각제”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는데요.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하면 우리 쪽에서 누가 트럼프의 대화 상대가 돼야 합니까. 거국내각의 책임총리가 한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외교적 결례죠. 우리 총리가 나서면 미국 대통령이 안 만나주죠. 아무리 거국내각 총리라고 하더라도 외교 의전에 맞지 않는 거니까요.”

    ▼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하긴 하군요.  

    “그렇게 보여요. 하야하지 않는 선에서. 야당 요구대로 총리에게 외교권, 국군통수권까지 주면 국가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야권이 누구를 책임총리로 내세우든 여당은 수용하나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생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야권이 한목소리로 한 사람을 추천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봐요. 다만, 우리는 누구든 괜찮다는 거 아니에요?”

    ▼ 이해찬 전 총리도 괜찮은가요.

    “그건 안 되겠죠. 아무리 그래도 전제조건이…. 거국이니까 국민적 신망이 있고 여야를 아우르는 중도적 성향을 가진 분이 좋겠죠. 최순실 사태로 인해 대통령제의 생명이 다했다고 봐요. 우린 경제 규모로 봐서 큰 나라인데 이런 나라를 대통령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끌고 가는 건 좀 무리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요. 대통령이 수사권에다 조세징수권까지 다 가졌으니 여기로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겁니다.

    총리와 장관들의 팀플레이 성격인 의원내각제가 우리 실정에 더 맞는다고 봅니다. 친(親)문재인 세력이 더불어민주당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으니 야당 의원들이 눈치를 보는데, 이 난국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개헌 논의에 불이 붙을 거라고 봅니다.”

    ▼ 내년에 개헌이 될 수 있을까요.

    “빠르면 그렇게 되겠죠. 지난번에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문재인계 의원들이 굉장히 짜증을 내더라고요. 그런데 그날 밤 언론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가 터지니까 표정이 달라져요. 너무 희희낙락하는 거예요. ‘개헌 물 건너갔다. 문재인 대통령 만든다’ 이렇게 생각하나 봐요.”



    “분노가 세상 휩쓸어도…”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친박근혜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줄어든 건가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우리 당 자체가 친박근혜당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한 차기 대선을 바라보기 힘든 상황이고요. 반 총장이 친박 후보로 들어오는 건 안 될 거고 이제 자기 독자적인 힘으로…. 정치라는 건 원래 자기 힘으로 우뚝 서야 하는 것이죠. 남이 만들어줘선 안 되는 거니까요. 그 양반도 정말 정치할 생각이 있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자기 힘으로 서야죠. 어느 당을 선택하든 그 정도의 기개를, 용기를, 힘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에게 의존해 뭘 하겠다고 하면 국민의 의식 수준으로 볼 때 성공하기 힘들 겁니다.”

    ▼ 당내에선 ‘대선주자 김무성’을 재평가하는 시선도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총선 전략기획본부장을 하면서 지켜보니까 대통령 권력이 너무 강한 거예요. 김무성 당시 대표가 본인 표현대로 질질 끌려갔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요. 주어진 여건하에서 김 전 대표는 공천혁명이라든지 약속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어요. 이런 점은 재평가돼야 한다고 봐요. 무조건 ‘김무성이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건 좀 안타까운 일이죠.”

    야권에선 하야와 다름없는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에선 대통령 직을 정지시키는 정당한 절차는 탄핵뿐이라고 말한다.

    권 위원장은 “김영삼·김대중 정부 말기 SNS와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그때도 대통령 지지율이 5%로 떨어졌을 것이다. 아무리 분노가 세상을 휩쓸더라도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민주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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