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최순실 수사에서 朴 사수할 호위무사”

인물연구 | ‘下野 정국 키맨’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 특별취재팀

    입력2016-11-23 11:38:2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朴 대통령과 검찰의 새 교섭창구
    • “특수수사 라인에 영향력…밀어붙이는 힘 세다”
    • “최순실 수사 지휘부와도 막역한 인연”
    • “할 수 있는 게 있겠나?” 고민도
    ‘역대 최강 민정수석’이라는 평과 함께 검찰을 쥐고 흔들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사법연수원 19기)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10% 밑으로 떨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을 다른 몇몇 수석과 함께 사퇴시켰다.

    하지만 청와대는 검찰을 잡고 있겠다는 의지만은 숨기지 않았다. 후임 민정수석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최재경(54) 전 인천지검장(사법연수원 17기)을 선택했다.



    “3분의 1은 禹 지분”

    우 전 수석은 퇴임 전후에 걸쳐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불승인 사유서를 냈다. 조사를 받으러 검찰청사에 가서도 기자들에겐 매섭게 대했고 검찰에겐 여유를 한껏 부렸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과 화기애애하게 담소하는 광경을 담은 사진이 보도돼 여론 악화를 불렀다. 그에겐 좋은 일이 아니었다.  

    우 전 수석의 위세와 관련해, A 검사장은 기자에게 “김수남 총장 취임 직후 검사장 인사를 할 때 3분의 1은 총장이, 3분의 1은 법무부 장관이, 3분의 1은 우병우 수석이 지분을 가졌다는 얘기까지 돌았다”고 토로했다.  



    우 전 수석의 사람들이 수사 결과를 놓고 대검찰청의 지시와 마찰을 빚자, 언론 브리핑에서 청와대를 향해 ‘해명’을 날리는 듯한 사고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해 포스코 수사를 1년 내내 진행했지만 ‘몸통은 건드리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입장을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대검찰청은 “정 전 부회장도 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부담스럽다”며 불구속 기소를 지시한다.

    그러자 검사 동일체 원칙이 작동하는 검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우(禹)의 남자’로 알려진 최윤수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우리는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뭐, 대검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론에 말했다. 이 브리핑 직후 대검찰청의 일부 고위 간부들 사이에선 “우병우 수석이 뒤에 있지 않다면, 미치지 않고서야 대검찰청과의 입장 차이를 언론에 대놓고 얘기할 수 있겠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렇게 검찰에 막강한 파워를 행사한 우 수석이 떠나고 그 자리에 최재경 민정수석이 임명되자,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한다. 최 수석은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춘 전 실장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 김 전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실장은 최 수석 임명에 대해 “내가 추천한 바 없다”고 선을 긋지만 여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최재경을 추천한 사람이 김기춘”이라는 말이 돈다. 또한 최 수석은 대구 출신으로 친(親)박근혜계 실세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는 대구고 동문이다.



    흐름 놓지 않고 챙기겠다?

    최 수석에 대해선 ‘실세들과의 인연 없이 실력만으로 민정수석을 할 만하다’는 평도 나온다. 최 수석은 굵직한 사건을 자주 맡은 특수통 검사로 알려진다. 2006년 대검 중수부 1과장 시절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맡아 정몽구 회장을 구속했다. 그가 비자금 금고를 찾아내 현대차를 녹다운시킨 이야기는 검찰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을 처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수석은 정치적 논란에도 휩싸였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연루된 BBK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일로 그는 야당으로부터 ‘정치 검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 수석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대체로 “몇 안 되는 검찰 출신 인재가 청와대에 갔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검찰 조직은 특정 조직원의 자질과 능력을 웬만해선 잘 인정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최 수석에 대해서는 여러 특수부 검사가 “정치적 이슈에 잘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판단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재경 라인’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검사들이 드물 정도라는 것. 최 수석과 함께 근무한 B 부장검사는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뚝심 있게 사건을 끌고 간다. 검찰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재 중 한 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최 수석에 대해 검찰 내부에선 “박 대통령과 검찰 수뇌부의 새 교섭창구가 될 것” “최순실 수사로부터 박 대통령을 지키는 호위무사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B 부장검사는 “지금 그 자리(민정수석)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왜 하필 박근혜 정권 말기에 그 자리를 맡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재경 라인’으로 불리는 C 부장검사도 “검찰의 의사결정 구조를 잘 아는 최재경 전 검사장을 민정수석에 앉힌 것은 청와대가 최순실 수사의 흐름을 놓지 않고 주도적으로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 수석도 이와 관련해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를 잘 아는 법조인 D씨에 따르면, 최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가기 직전까지 “(청와대에) 가서 할 수 있는 게 있겠느냐”며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 E씨는 “최 수석이 검찰 내 특수수사 라인에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자기 의견을 밀어붙일 때 그 힘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신림동 고시촌 시절부터 친해

    2012년 항명 사태는 최재경의 강골 성향을 잘 보여준다.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자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은 이에 반발하면서 한 총장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상명하복 문화의 검찰에선 있을 수 없는 일.

    분노한 한 총장은 최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김광준 검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은 ‘최 중수부장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라’는 한 총장의 지시를 거부한다. 검찰 내부 여론이 한 총장에게 불리해지면서 결국 한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문자메시지 자료를 배포하고 사퇴를 결정한다. 법무부 관계자 F씨는 “갈등적 상황이 왔을 때 최재경 수석은 큰 행동을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전임인 우 전 수석과는 그리 원만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 G씨의 설명이다.

    “최 수석과 우 전 수석이 스타일이 서로 달라 원래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때 최 수석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인사검증 자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최 수석도 ‘우병우 수석 때문에 검찰이 너무 망가지는 것 같다’고 걱정한 것으로 안다.”

    민정수석 관할 내 우병우 라인을 빨리 흡수하는 것도 최 수석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 사정기관 곳곳에 우 전 수석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최 수석 처지에서는 우병우 라인을 정리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1년 선·후배 사이인 최재경 수석(17기)과 김수남 검찰총장(16기)은 막역한 사이다. 김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낸 다음 최 수석이 이 자리를 이어받는 등 특수 수사 라인에서 서로 끌어주는 관계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부터 시작돼 검찰에 와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물밑에서 여러 작업할 듯

    최순실 사건을 지휘하는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 사법연수원 18기)은 최 수석보다 나이가 많지만 최 수석의 연수원 1년 후배다. 최 수석이 전주지검장을 지낸 뒤 이 본부장이 그 자리를 물려받는 등 두 사람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인사에 밝은 H씨는 “최 수석은 기본적으로 조직 안에 적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위아래 모두에서 신망을 받은 인물이다. 우 전 수석을 수사 중인 윤갑근 팀장(19기)도 최 수석과 사이가 아주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특수통 검사는 “최 수석은 김기동 반부패수사단장(21기),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22기),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25기), 문홍성 대전지검 특수부장(26기), 한동훈 대검 반부패수사단 부장(27기) 등 특수수사에서 한가닥 한다는 사람들과는 다 친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최 수석을 왜 우병우 후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최 수석은 우선 박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비리혐의 피의자’로서 행동해야 할 법리적 가이드라인을 잡아줘야 한다.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또한 검찰이 박 대통령을 수사할 때 최 수석이 물밑에서 여러 작업을 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무부의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을 어디에서 어떻게 수사할 지, 대통령을 수사한 결과를 어떻게 내놓을지, 거기에 어떤 내용을 담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점에 대해 최 수석이 청와대를 대표해 검찰과 소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수사 결과는 박 대통령의 하야 문제에 큰 영향을 준다. 최재경 수석은 최순실 수사 및 하야 정국의 키맨(keyman, 중심인물)임에 틀림없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이 쏠린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