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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의 그림자

정_“포승줄 속 꼿꼿함은 朴과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 안_“지시 잘 이행한 죄로 구속 1% 모범생의 절망”

‘게이트의 주연급 조연’ 정호성과 안종범의 심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이종훈 정치평론가 | rheehoon@naver.com

정_“포승줄 속 꼿꼿함은 朴과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 안_“지시 잘 이행한 죄로 구속 1% 모범생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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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해오던 대로 했는데…”

“안종범은 학창시절부터 선생님이 시키는 일을 잘 따르는 1% 모범생이었다. 박사과정 땐 지도교수의 말을 잘 수행했다. 그래서 학위를 땄고 교수가 됐다. 그로선 늘 해오던 이 방식대로, 나라의 1인자인 대통령이 시키는 일을 꼼꼼히 이행했는데, 그 죄로 구속됐다. 사익(私益)을 챙긴 건 없다. 안종범으로선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했나?’를 되묻게 될 것이다.”

정호성에게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한 시간이 그의 모든 것이었다고 한다. 28세에 박근혜를 처음 만나 48세가 된 지금까지 내리 20년 동안 모셨다. 마지막 보직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박 대통령 곁에서 24시간 365일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 나온 뒤 돌아갈 직장도 마땅치 않다. 정호성을 아는 여권 관계자는 정호성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정호성은 원칙주의자였다. 법이나 규정을 어기는 걸 싫어한다. 그건 정호성의 박근혜의원실 상관이자 최순실 씨 전남편인 정윤회 씨도 인정한다. 지난 20년 동안 정호성이 인사에 개입한다느니, 호가호위한다느니, 기업이나 이해집단의 누구와 어울린다느니, 술을 좋아하고 골프를 친다느니, 돈도 받고 적당히 때가 묻었다느니 하는 말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정호성은 병을 핑계로 지인과의 술자리도 피한다.



“금욕을 택하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공직자인 정호성으로선 박 대통령과 사인(私人) 최 선생님(이하 최순실) 모두에게서 오더를 받아야 하는 ‘업무 루틴’이 내심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원칙을 중시하는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은 일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주군인 박 대통령이 원하는 일이고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이니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건 정호성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정호성은 최태민 일가 문제만 빼면 박근혜의 모든 것을 존경한 듯하다.



그는 원칙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고민했고 이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으며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만 하는 ‘금욕적 방법’을 택한 것으로 안다. 부속실이라는 자리의 성격이 그렇기도 하지만, 바깥세상과 완전히 담을 쌓고 청와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일만 한 것이다. 자기 자신만 부정부패를 멀리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정호성 등 문고리 비서관 3인방을 적극 감쌌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이 3인방을 청와대에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검찰 수사가 죄여오자 정호성은 어머니 집을 찾았다. 일종의 작별인사인데 검찰이 밤에 이 집에서 정호성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호성은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TV에 비친 정호성은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상황에서 고개를 들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한 자신의 20년 세월에 대한 예의로 읽힌다.”

검찰 조사실의 안종범에게 무엇이 중요했을까. 무죄를 받는 것이 어렵다면 형량을 줄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안종범과 박 대통령의 관계는 정호성과 박 대통령의 관계와 다르다. 안종범과 박 대통령 사이엔 끈끈함이 덜하다. 일종의 고용계약 관계 성격이 더 강하다. 안종범은 검찰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통령에게 넘긴 것처럼 외부에 알려졌다. 검찰 출두 전 안종범의 측근은 안종범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언론에 흘렸다.   

그러나 재판에서 안종범은 업무수첩에 대해선 “재판의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종범의 수첩은 박 대통령의 공범 여부를 입증하는 검찰의 핵심증거. 안종범이 이 수첩을 부인한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는 박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안종범은 최순실 게이트 발발-구속-재판의 과정에서 자신과 박 대통령 사이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 심적 혼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된 인공지능처럼…

재판에서 정호성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야기한 태블릿PC가 최순실 씨 것이 맞는지를 문제 삼았다. 차 변호사는 이 태블릿을 보도한 기자 두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이 태블릿에 대한 감정을 신청했다. 이는 박 대통령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정호성은 박 대통령을 계속 모시고 싶다고 말한다. ‘출소하고 나서도 박 대통령이 퇴임해도 모실 것이냐’는 질문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모실 것”이라고 했다. 운명이다…. 정호성은 박 대통령과 함께 해온 지난날들 중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는지에 대해 본인에게선 해답을 찾지 못한 듯하다. ‘프로그램 된 인공지능’처럼 그는 과거로 돌아가 같은 상황을 맞게 돼도 똑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정호성에게 ‘박 대통령의 말을 따라야 하고 박 대통령과의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그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규범으로 보인다.

재판정에서 최순실은 안종범과 정호성 쪽으로 몸을 돌려 한참을 봤다. 왜 그랬을까. ‘당신들 때문에 내가 곤란해졌다’는 원망의 눈길이었을까. 안종범의 업무수첩과 정호성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없었더라면 아마 검찰이 최순실의 혐의를 특정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박 대통령도 ‘왜 그런 걸 만들어 가지고 있었어요’라고 원망할까. 그러나 이 원망은 도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안종범과 정호성은 대통령의 지시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잘 이행하기 위해 이것들을 만들었다. 검찰의 손에 넘어간 것은 안종범과 정호성이 증거인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다.

안종범과 정호성은 각각 한 가정의 가장이다. 두 사람은 본인과 자기 가족의 앞날을 걱정할 것이다. 검찰은 안종범과 정호성의 가족 접견을 금하고 있다. 안종범은 얼마 전 가족사진 2장을 반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가족이 그리울 것이다.





신동아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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