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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대통령을 파면하다

‘헌법 수호’ 마지막 보루는 헌법 만든 국민

헌법학자가 본 탄핵 인용 의미

  • 이준일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profyi@hanmail.net

‘헌법 수호’ 마지막 보루는 헌법 만든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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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통령 대리인단은 8인 체제의 헌재는 탄핵 결정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헌법재판관의 공석은 충분히 예정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심리 정족수가 7인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이상 8인 재판관의 헌재 결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변론기일 내내 지연(시간 끌기) 전략을 사용했다. 이는 특히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후가 되면 7인 체제의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7인 체제에선 2명만 탄핵에 반대해도 탄핵 결정에 필요한 6명 재판관의 탄핵 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대통령 대리인단은 되레 7인 체제 혹은 8인 체제의 헌재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여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대통령 대리인단에 소속된 일부 변호사의 돌출 행동과 막말은 국가원수의 탄핵 재판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주심 재판관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국회 소추위원단의 수석 대리인”이라고 지칭하며 기피신청까지 내는 장면은 탄핵 재판을 막장 드라마로 몰고 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또 다른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심지어 탄핵 결정이 나오면 불복하겠다며 재심 청구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심 절차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고, 헌재가 담당하는 5가지의 심판 절차마다 그 성격을 고려해 헌재는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재심 허용 여부를 결정해왔다. 최근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해 재심을 허용했지만 적법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각하한 사례가 있다.

만약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심을 청구한다면 탄핵심판은 모든 국민에게 효력이 미치는 일반적 효력을 갖지 않아 헌재가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하는 것처럼 8인 체제를 문제 삼아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라면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 결정은 사면 안 돼

대통령이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보장하는 예우 가운데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어떠한 예우도 받지 못한다. 또 공무원연금법이나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지급받는 연금도 감액되고, ‘국립묘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후에 제공되는 국립묘지 안장에서도 제외된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사면권(헌법 제79조 제1항)에 의해서도 탄핵 결정은 사면될 수 없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더욱이 현직 대통령이 누리는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도 사라져 전직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받은 뒤 기소될 수 있다. 특히 강제수사도 가능하게 되어 검찰 수사를 거부할 경우 체포나 구속이 될 수 있는 개연성도 높아졌고, 검찰과 특검이 모두 실패한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헌재의 파면 결정에서 스모킹 건(smoking gun·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때 나오는 결정적 증거) 구실을 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와 같은 수준의 결정적 증거들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통령의 범죄 혐의뿐만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의 범죄 혐의도 입증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최초의 대통령으로 역사의 기록에 남게 됐다. 탄핵 재판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파면해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제도다. 따라서 구체적인 탄핵 재판에서는 수호돼야 할 헌법적 가치의 중대성과 고위공직자를 파면함으로써 발생하는 국정 공백의 불이익이 함께 고려된다.



민주주의·법치주의 부활

이번 사건에서 헌재는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수호되는 헌법적 가치의 중대성이 대통령의 파면으로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러한 정도의 심각한 법 위반은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쪽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정치적으로 반복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적어도 한국 헌법체제에서 탄핵제도는 국회에 탄핵소추권이 부여돼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법기관인 헌재가 탄핵심판권을 가지고 있어 최종적인 탄핵(파면) 여부는 법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탄핵제도는 엄격한 권력분립 원칙이 적용되는 대통령제하에서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의 임기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다. 그만큼 예외적 상황이고, 대통령을 파면시켜야 하는 헌재도 그런 이유에서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지에 대해 숙고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에서 헌재가 특히 강조한 것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과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국민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어기고 정상적인 사법체계의 작동을 부정함으로써 헌법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를 훼손했다. 이른바 비선실세를 통해 인사를 하고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법치주의 본질인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한 통치를 거부한 대통령은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마저 발로 걷어찼다.

그 결과는 파면이라는 무거운 대가였다. 헌법의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사법정의를 통해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그 중심엔 지난겨울 찬바람을 뚫고 광장에서 20차례나 촛불을 든 연인원 1600만 명을 넘는 국민의 헌신이 있었다.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는 대통령에 맞서 헌법을 수호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사실 헌재가 아니라 그 헌법을 만든 국민인 것이다.





신동아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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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profy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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