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호

“6·17대책 보셨죠? 김현미가 대놓고 투자할 곳 찍어준 거예요”

文부동산정책 조롱하는 ‘집 100채 만들기’ 갭 투자 강의 실체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7-1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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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부동산 정책 비웃으며 투자 권유

    • ‘영끌 대출’로도 내 집 마련 못하는 현실 파고들어

    • 거품 꺼지면 갭 투자자들 직격탄

    • 소수만 돈 버는 폰지 사기와 다를 바 없어

    [뉴시스]

    [뉴시스]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부동산업계 취재원의 제보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지인이 전해준 얘기인데요. 어느 팀인지는 몰라도 6·17 대책이 나오자마자 강남 지역 물건을 싹 다 쓸어갔다는 겁니다. 요즘 집 100채 구입하기에 나선 갭 투자자들이 있다는데, 그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강남 지역 물건 싹 다 쓸어갔다”

    갭 투자는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에 자기 돈을 보태 집을 사는 투자 방식이다. 매매가와 전세금 차액이 적을수록 유리하다. 6·17 대책이 정조준한 게 바로 갭 투자자다. 문재인 정부는 전국으로 빠르게 번지는 갭 투자를 차단하고자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취재원의 도움을 받아 갭 투자자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N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회원 수는 1700명가량이었다. 커뮤니티가 개설된 지 올해로 3년째다. ‘게시판을 훑어보니 분노와 울분 섞인 글만 올라오는 여느 부동산 커뮤니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따금 다(多)주택자로 추정되는 회원이 ‘이제는 갭 투자마저 끝났다’고 우려했지만 회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눈치였다. 

    제보자가 언급한 ‘갭 투자로 집 100채 만들기’ 강의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30분 전 올라온 공지문은 이렇게 적혀 있다. ‘6·17 부동산 대책에 대응하는 갭 투자 전략 제시’ ‘집값 가장 많이 올라가는 지역 추천’ ‘최근 투자 지역 수익률 공개’ ‘최소 수익률 100% 보장’…. 소수정예로 이뤄지는 강의여서 선착순 20명만 참가할 수 있다고 했다. 댓글에는 15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강의료는 3만 원. ‘대박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강의를 주최하는 이는 B부동산업체 대표 A씨다. ‘부동산 갭 투자 컨설턴트’로서 그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커뮤니티 운영자 이름이 A씨와 같은 걸로 볼 때 N부동산 커뮤니티는 A씨가 운영하는 듯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는 사실이었다. 

    기자는 2월 초 B부동산업체가 주최한 갭 투자 강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수익률 300%’를 보장한다는 갭 투자 강의의 실체를 살펴보려는 목적이었다(‘신동아’ 5월호 ‘‘300% 수익’ 부동산 갭 투자 강의 실체’ 제하 기사 참조). B부동산업체는 이제는 한술 더 떠 갭 투자로 집 100채 만들기 노하우를 가르쳐준다고 홍보했다. 갭 투자로 집 100채를 구입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걸까. 때마침 강의 날짜가 일주일 뒤였다.

    갭 투자로 집 100채 만들기, 현실에서는 불가능

    강의가 진행된 곳은 수도권의 한 도시다. 강의실은 수강생들로 북적였다. 참석자는 23명. 대부분 중장년이었다. 남녀 5명이 30대로 보이긴 했지만 이곳에선 사람들이 서로 통성명하는 일이 없기에 나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현장 취재 전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에게 갭 투자로 집 100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물었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답이었다. 

    “집값을 100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업체 측 주장대로 수익률 100%를 보장하려면 투자자가 전세(80원)를 끼고 20원으로 집을 산 뒤 집값이 20원 올라야 해요. 그러면 투자자는 전셋값을 80원에서 100원으로 올리고, 수익금(20원)으로 또 다른 집을 찾아 갭 투자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이론상으로는 갭 투자로 집 100채는 물론 1000채 만들기도 가능하죠.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100원짜리 집이 120원으로 올라 전셋값(80→100원)을 올리면 곧바로 옆집 가격(100→120원)이 오르기 때문이죠. 투자자는 이 수익금(20원)으로 더는 갭 투자하기 어렸습니다.” 

    A씨는 B부동산업체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조롱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이 21번 나왔는데, 아주 징글징글하죠. 정부가 규제책 내놓기만 하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그럼 정부는 또 다시 대책을 내놓기 바쁘고…. 공급 물량이 달리는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옥죄기만 하니까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건데, 정부는 집값 오른 만큼 세금을 거둬가겠대요. 도대체 이게 부동산 정책인지, 조세 정책인지 알 수가 없어요.” 

    수강생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A씨가 눈으로 강의실을 둘러보더니 대뜸 몇 사람에게 아는 척 인사말을 건넸다. 

    “박 사장님 이번 주에 잔금 치르는 거 잊지 마세요. 이 사장님은 잔금 치르려면 날짜가 아직 한 달 넘게 남았죠? 나는 사장님들 잔금 일정까지 다 꿰고 있어요. 나 같은 컨설턴트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요.” 

    ‘박 사장’ ‘이 사장’이 미소를 짓자 나머지 수강생들이 따라 웃었다. A씨는 갭 투자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다들 생중계로 6·17 대책 방송 보셨죠? 그때 김현미가 이런 말을 했어요. 지난해 서울 강남권에서 갭 투자 비중이 72%를 기록했다고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정부가 강남 집값 잡겠다고는 했지만 지난해 이 지역에서 전세 끼고 갭 투자한 비율이 72%란 얘깁니다. 이번에 정부가 재건축 단지에 최소 2년 이상 실거주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재건축 추진 단지의 전세 물량이 크게 줄었어요. 앞으로 그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할 겁니다. 강남·서초·송파구 주민은 아이들 학교 때문에 멀리 못 가고 그 주변으로 이사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강남·서초·송파 지역의 저가 물량은 무조건 사야 한다는 겁니다. 한 집에 수백, 수천 명이 집을 보러 올 텐데, 전셋값이 안 오르고 배기겠어요?”

    文정부 부동산 정책 조롱하고 비웃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6·17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6·17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A씨가 잠깐 말을 끊고 수강생들을 쳐다보자 모두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A씨가 물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 다들 강남에 집 사고 싶어 안달이 났을 텐데, 아쉽게도 남아 있는 물량이 없어요. 왠 줄 알아요? 우리가 6월 17, 18일 강남 지역에 나온 저가 물량을 다 사들였거든. 이거는 정부가 대놓고 찍어주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김현미 말 한마디에서 얻은 힌트를 놓치지 않는 게 진짜 고수인 거지.” 

    수강생 몇 명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중년 여성이 “그때 못 산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A씨가 수강생들 눈치를 살피면서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A씨는 “가장 많이 올라가는 곳을 찾아 선점해야 한다. 수도권이 정답이다”라고 덧붙였다. 강남 지역 갭 투자를 강조하던 처음과는 말이 다르게 흘러갔다. 결론은 수도권 지역에서 갭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지금부터는 중요한 얘기니까 잘 들으세요. 공급이 많으면 고가 물량의 가치가 상승하고, 공급이 적으면 저가 물량의 가치가 오릅니다. 내가 2000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집 8채로 갭 투자를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20년이 됐는데, 이건 불변의 공식이에요. 지금은 공급이 달려 무조건 저가 물건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A씨의 확신에 찬 설명에 수강생 몇 명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한 젊은 여성이 “나는 강남 지역에 입성하는 게 꿈인데, 수도권 갭 투자만 가능한 거냐”고 묻자 A씨는 당황하지 않고 “일단 수도권 지역에서 집 100채를 산 뒤 그중에서 몇 채를 되팔아 마련한 돈으로 압구정동 아파트를 사라”고 했다.

    “회원 38명 평균 수익률 500%” 주장

    A씨가 ‘2019년 투자 지역 수익률’ 제하 파워포인트 파일을 스크린에 띄우고는 회원들이 거둔 수익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기 수원, 안산, 화성, 광주 등의 수익률이 죄다 300~400%에 달했다. 인천 남구와 남동구는 수익률이 500% 넘기도 했다. 기자가 ‘저걸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생각하는 와중에 A씨가 앞줄에 앉은 중년 남성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엔 최 사장이라는 인물이 소환됐다. 

    “내가 지난해 12월 최 사장님한테 화성 반월 ○○아파트 32평형 갭 투자하라고 추천해 줬어요. 아직 잔금을 안 치렀는데, 그사이 집값이 엄청 오른 거예요. 수익률이 무려 478% 나왔어요. 우리 회원들 가운데 최 사장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녜요. 38명의 평균 수익률이 500%에 달해요. 최 사장님한테 내 말이 틀린지 한번 물어보세요.” 

    A씨가 손으로 최 사장이라는 사내를 가리키자 수강생들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수강생 몇 명이 “진짜냐”고 묻자 그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보고 있던 A씨가 재빨리 또 다른 투자 성공 사례를 꺼냈다. 

    “경기 서남부에 신규 철도 노선이 생긴다는 얘기 들으셨죠? 인천 월곶과 판교를 잇는 월판선이 2026년 개통 예정인데, 벌써 그 주변 아파트들이 들썩거려요. 지난해 나와 회원들이 몰려가 아파트 단지 하나를 싹 사들였어요. 3억 후반 하는 25평형 아파트를 전세 끼고 1억3500만 원에 샀는데, 지금 5000만 원 올라 아파트 가격이 4억 중반이에요.” 

    A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의실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 젊은 여성이 A씨에게 “그걸 언제 팔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내년 7월 다 팔 거다”라고 답했다. 이 여성이 “무슨 방법이 있느냐”고 바꿔 묻자 “그 지역 공인중개사들과 이미 ‘작업’을 마쳐놓은 상태”라고 했다. A씨 물건을 먼저 팔아주는 대가로 공인중개사들에게 밥과 술을 대접했다는 것이다. A씨의 말이 이어졌다. 

    “공인중개사들이 전세 찾는 사람들한테 내 물건만 소개해 주기로 했어요. 다른 물건 있어도 없다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1년 전 아파트 살 때 미리 작업해 놓은 거예요. 앞으로도 이곳으로 투자자가 엄청 몰려들 텐데, 나와 회원들은 그전에 팔고 나올 겁니다. 우리는 네트워크가 탄탄해 어디서든 치고 빠지기가 가능해요. 이게 선수들이 집 파는 방법이에요.”

    “코로나19 이후 거품 꺼지면 갭 투자자들 직격탄”

    6월 17일 경기 수원시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6월 17일 경기 수원시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구석에서 강의를 듣던 한 젊은 여성이 “세입자를 끝까지 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A씨는 별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 

    “전세 계약기간 2년 끝나면 세입자가 나가잖아요. 나는 회원들한테 그날 바로 일하는 사람들 불러서 도배든 장판이든 싹 다 새로 하라고 말해요. 새 집으로 만들어놓으면 너도나도 들어오려고 난리거든. 수익이 최소 100% 이상 떨어질 텐데 수리비용 200만 원이 대수겠어요? 또 공인중개사들이 우리 물건부터 팔아준다고 말했잖아요. 우리 회원들은 내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걱정할 게 하나 없어요.” 

    A씨는 ‘최소 수익률 100%를 보장한다’고 자신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용만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갭 투자가 문제가 되는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대출 규제 기조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성이 크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정책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오랫동안 끊임없이 오른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사라질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갭 투자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청년 세대와 대출 규제 때문에 주거 이동 사다리가 끊긴 중장년 세대가 갭 투자에 뛰어드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보게 돼요.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은 팔기 전까지는 손실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오를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어요.” 

    강의가 끝난 뒤 옆자리 앉아 있던 젊은 남성에게 말을 걸어봤다. “강사의 말이 신빙성 있게 들리느냐”고 묻자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지만 3시간 가까이 강의를 들으니 귀가 솔깃해지고 구미가 당긴다”고 답했다. 

    남자에게 나이를 묻자 30대 후반이라고 했다. 5년 전 결혼했다고 한다. 남자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말을 불신하는 눈치다. 결혼 뒤 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전세 재계약과 하루가 다르게 뛰는 전세보증금 부담에서 해방되고자 집을 사기로 결심했단다. 아이가 있느냐고 묻자 이제 두 살이란다. 지금 전세로 사는 서울 도봉구의 25년 된 구축 아파트 전용면적 58㎡(17평형) 가격은 4억3000만 원이다. 11월 전세 계약 만료 시점에 아파트를 사기로 결정했는데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 집값이 얼마나 웃기냐면요. 월요일 부동산 앱으로 시세를 검색한 뒤 주말에 공인중개사를 찾아가면 그사이 1000만~2000만 원이 올라 있어요. 오르는 집값을 보면 좌절감만 듭니다. 지금으로선 줄어든 주택담보대출만큼 신용대출을 받는 ‘영끌 대출’을 하더라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 보여요. 갭 투자라도 해볼까 싶어서 온 건데….”

    “‘영끌 대출’ 받아도 내 집 마련 불가능”

    영끌 대출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뜻의 신조어다. 현재 서울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다. 6·17 부동산 대책으로 김포와 파주 등 접경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대부분 지역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살 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9억 원 이하 40%, 9억 원 초과 20%, 15억 원 초과 0%로 적용된다. 4억3000만 원 상당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현금이 2억 원 넘게 필요하다. 30대가 부모의 도움 없이 조달하기 쉽지 않은 액수다. 

    강의를 마친 A씨는 수강생 몇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A씨에게 다가가 “수도권 지역에 갭 투자하고 싶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올라갈 지역을 추천받고 싶다”고 떠봤다. 그러자 A씨가 “여기서 그냥 말해줄 수는 없다. 유료회원한테 정보를 제공하니 가입하면 된다”고 했다. “요즘 전세가율이 낮아 입주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자 “저기 사장님들이 아파트를 살 때도 전세가율이 낮았지만 결국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장님들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사장님’들은 전세가율의 뜻도 모르는 눈치였다. 앞서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박 사장이라는 남성에게 “아파트 구매할 당시 전세가율이 낮은 건 문제가 안 됐느냐”고 묻자 “그런 건 모른다”고 했다. “투자하기 전 시장조사 안 했느냐”고 재차 물으니 “A씨가 알아서 다 해준다”고 했다. “집 몇 채 가지고 있느냐”고 하니까 “한 10채 정도”라고 했다. 집 사진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남성이 “안 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대답을 안 한 채 자리를 떠났다.

    “소수만 돈 버는 폰지 사기와 다를 바 없어”

    전문가들은 갭 투자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입을 모은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A씨의 강연 사례는 투자자들이 특정 지역 아파트를 집단 매수한 뒤 투자 정보를 흘려 또 다른 투자자를 유인해 이들에게 되판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폰지 게임은 결국 무너지게 돼 있어요. 소수만이 수익을 거둘 뿐이죠. 갭 투자를 비롯한 재테크 강의는 정보를 얻는 차원으로만 활용해야 합니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은 사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설령 수익이 나더라도 그것은 때마침 시장이 그렇게 움직였기 때문일 뿐입니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 사기를 말한다. 강의실에서 나오려는데 A씨가 “일단 상담을 신청하고 가라”고 한다. 상담료는 ‘무료’라는 말도 덧붙였다. 도대체 부동산 시장이 이렇듯 출렁이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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