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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인터뷰|이인제의 포문

“김대통령, 당총재 내놓으시죠”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김대통령, 당총재 내놓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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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통령의 탈당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정당의 가부장으로 존재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죠?

“당의 총재가 당을 권위주의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지금 야당도 마찬가지예요. 야당이고 여당이고 총재가 되는 것이 마치 당권을 잡는 것이고, 당권을 잡으면 자기가 독단적으로 당론을 결정하면서 당 소속의원들을 정치적 병사로 지휘 명령 복종시킬 수 있다고 하는, 이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언제까지 가지고 갈 겁니까. 당 총재가 됐든 최고위원이 됐든 당의 지도자가 당을 권위주의적으로 이끄는 시대는 끝내야 합니다.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의회에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주장이 서로 부딪치고 논쟁합니다. 또 어떤 법률안이 됐건 어떤 예산안이 됐건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잖습니까. 그러한 문제를 놓고 최선의 해답을 찾아나가는 이 복잡한 정치과정을, 함부로 당론이라는 걸 정해놓고 소속의원들을 마치 전투에 동원하는 병사처럼 휘몰아 가지고 자기가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목표에 동원한다면 어디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나올 수 있겠느냐 이거죠.

이위원은 잠시 야당의 1인 지배적 구조에도 화살을 겨누었지만 답변의 긴장감은 역시 여당의 대통령 1인 지배구조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 그래서 좀더 직설적으로 김대통령의 총재직 포기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 제 질문은, 지금 대통령이 행정부에서 막강한 권한도 쥐고 당의 창업주로서 총재라는 전권을 쥐고 있으니까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김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고 새로운 총재 또는 어떤 이름이 됐건 정당운영과 의회활동을 이끄는 누군가를 탄생시켜야 하느냐는 겁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지도자이고 당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간접적으로 유연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 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게는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유기체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총재직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당과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정치에서는 국회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그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야당총재가 대통령을 만나서 담판을 하겠다고 합니다. 또 대통령도 당연히 야당총재를 만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거 잘못된 것 아닙니까? 국회 안에서 여야 간에 해결을 하는 것이 삼권분립을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하에서는 당연한 것입니다.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 상대당 지도자와 만나서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당과 국회로 정치의 중심이 옮겨오면 의회에 있는 양당 지도자들, 원내총무가 사령관으로서 정치적 대화·타협의 최고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이면 당과 김대통령의 관계에 관한 이위원의 주장은 명확해진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새로운 여당의 리더 또는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점이다. 새정치국민회의를 포함하여 종래의 정당들은 3김씨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고 ‘깨지기’를 밥 먹듯 해왔기에 3김이 곧 정당이고, 리더는 당연히 3김이고, 지도부도 당연히 3김에 의해 꾸려졌다.

그러나 여권이 추진중인 신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국민회의를 주축으로 하고, 김종필 총리가 만든 자민련의 합당을 잠재적인 또 하나의 축으로 하면서도 관계자들은 ‘非(NO) 3김당’ ‘非 DJ 당’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탈 3김’ ‘탈 DJ’를 확고히 하겠다는 신당추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리더 또는 지도부를 어떻게 탄생시킬 것인가에 관해서는 명확히 정리된 의견이 없다. 당내에서는 동교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과도기적으로 당연히 DJ가 총재로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적 경선’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위원은 어떤 생각일까.

신당지도부, 예외없이 경선해야

─ 이위원은 정당의 민주적 운영과 경선을 강조해오셨는데요, 그렇다면 새로 구성되는 당 지도부도 민주적으로 경선을 거친 후 구성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거기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편법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선절차를 마련해 예외없이 관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앞에서 JP총재도 가능하다는 식의 얘기를 하신 것과는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역시 경선을 거쳐야 총재가 된다는 겁니까?

“신당 총재가 누구여야 하느냐, 이런 것 이전에 신당의 지도부 자체를 예외없이 민주적 경선에 의해서 뽑는다는 과정이 준수된다면 총재가 누가 되든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당이란 물론 크게 보면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동지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도 다양한 세력이 공존합니다. 그래서 꼭 자기와 같은 과거의 경험, 자기와 같은 사고의 틀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경선결과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고 해서 자기가 소외되거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상황이 변화하면 새로운 선택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현대 정당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것입니다.”

─ 신당 지도부를 경선으로 뽑을 경우 이위원은 경선에 나설 용의가 있으십니까?

“그것은 별개 문제죠. 현재 저는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저의 모든 역량을 바쳐 당에 기여하겠다는 것밖에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당의 지도부 경선에 참여하느냐 안 하느냐는 지금 제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대통합의 물꼬가 아직 트이지도 않은 상황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위원은 신당 지도부 구성방식에 관해 한마디로 ‘민주적 경선’이라는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이를 ‘JP총재 수용론’과 연관지어 본다면, “민주적 경선 과정을 거친다면 긴요한 ‘대통합’의 성사 차원에서 JP총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 총선후보 결정과 관련해서도, 지금은 총재가 거의 임명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민주적’ 원칙에 비춰본다면 여기도 역시 경선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실여건을 들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그것도 앞으로 중론을 모아서 현실에 맞는 절차와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원칙은 제가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주민들의 지지, 지방 기초당원들의 의지, 여기에 부합되는 인물이 후보가 될 수 있는 경선규정이 마련돼야 합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규정이 나와야 해요. 다만 지금 우리에게는 밑에서 시작되는 민주정당을 가져본 전통이나 경험이 없잖아요. 새로운 세기에, 3김시대 이후에 국가경영에 튼튼한 주체가 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러한 시대적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 과정이 어렵고 부작용이 우려된다 하더라도 이건 반드시 관철해 나가야 합니다. 다만 부작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완책을 펼치면 돼요.”

총선 후 헌법논의, 대통령 중임제 필요

─ 지금 야당에는 이회창씨라는 비교적 뚜렷한 차기 주도 인물이 있습니다. 반면 여권신당은 앞으로 차기를 이끌어갈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새로운 리더십 또는 리더군이라고 할까 그러한 것이 성장하고 경쟁해서 일정한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치에 안정적인 틀이 형성되고 정치 중심이 정당과 의회로 옮겨오면 정치적인 인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 정치에서 다음 세대를 이끌고 갈 정치지도력은 고착돼 있는 게 아니고 시대적 요청과 국민의 여망에 의해 무서운 속도로 일어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야당에는 누가 있다, 여당에는 없다는 말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오래 전부터 군림하고 있으면서 위대한 대통령으로 부상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시골에서 주지사를 하던 사람, 퇴역한 배우가 국민들의 여망을 받들고 한 시대의 소명을 따를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지도자로 일어선 것이죠. 우리나라 정치에 3김 이후에 뚜렷한 인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인물이 클 수 없는 척박한 정치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정치과정이 활성화하고 능력에 따라 크고 작은 지도자들이 성장하게 되면 우리라고 왜 뛰어난 지도자들이 숲을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신당이 대중적이고 상향식 민주정당으로 성장할 틀을 잡고 정치과정이 활성화하면, 다음 세대를 이끌고 갈 인물이 성장하는 데 2~3년은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 내각제 개헌 문제와 관련해서 현재 DJP간의 합의는 내각제를 포기한 게 아니라 유보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결국 그 말이 그 말 아니냐 하겠지만, 어쨌든 총선 후 다시 추진하겠다는 걸로 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총선 후에 내각제 개헌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저는 우리나라에는 내각제가 맞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제를 더 순수하게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생각일 따름이고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국민의 주권적인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니까요. 저는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국민들이 직접 정부를 선택하는 대통령제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내각제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이론적으로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계실 것이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를 잘못됐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이 선택할 문제기 때문에 내각제 추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 이위원은 11월22일 ‘21세기 국가경쟁력연구회’ 조찬세미나에서 개헌문제와 관련, “16대 총선 이후 여야를 포함한 헌법심의위원회를 구성해서 21세기에 걸맞은 헌법체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헌법심의위 구성을 제안한 정확한 의미와 의도는 무엇입니까?

“헌법도 한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수정 발전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기본적으로 냉전시대의 헌법입니다. 이제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이념과 가치에 의해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전환되는 시대, 그래서 우리도 하루 빨리 한반도에서 냉전을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야 하는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는 헌법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우리 헌법은 국가가 주도하는 개발경제 헌법입니다. 이제는 국가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또 산업문명에서 지식문명으로 전환되고, 경제에 있어서 국경이 점점 엷어지고 무너지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그러한 시대에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경제헌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헌법을 개정한 것이 6·29선언 직후인데, 그때는 각 정파간에 어떻게 하든지 정권획득 기회를 갖기 위해서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으로 해놓았어요. 국회는 임기가 4년이구요. 그래서 권력운영 주기가 맞지를 않습니다. 국민이 정권을 선택하고 나면 의회의 세력균형을 바꿀 기회가 동시에 주어져야 합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의회의석의 반을 바꾸고 하원의 경우에는 중간에 반을 바꾸잖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고 나면 억지로 의석균형을 뒤바꾸느라 큰 홍역을 치르고 그것 때문에 정치과정이 마비되어버립니다. 이 문제도 시급하게 수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 과제를 자꾸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각제 추진되면 투쟁하겠다

─ 역시 법률가 출신다운 설명이신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꾸자는 것 같은데요.

“예, 그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16대 총선 후에 국회에 초정파적이고 범국민적인 헌법위원회를 구성하여 헌법의 수정 발전을 논의하자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내에 정말로 21세기에 이 국가를 효율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있고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헌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각제 문제는 그걸 주장하는 분들이 있고 그것 때문에 큰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 위원회에서 필요하다면 국민들이 선택하도록 국민투표를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최종적인 헌법개정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DJP 간에 ‘총선후 내각제 개헌’ 합의가 이뤄진 것은 장기집권을 위한 음모”라면서 이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총재가 우려한 것처럼 DJP 간에 총선 후에 진짜로 내각제 개헌이 추진되고, 국민의 뜻과 다소 안 맞더라도 내각제 개헌을 통해 권력을 더 연장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분(이총재)에 대해서는 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통령제나 내각제에 대해서 저는 오래 전부터 시종일관 분명한 주장을 말해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러지 못했죠. 단언하건대 국민의 뜻에 반해서 내각제가 추진되지는 못할 겁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면 이총재보다 내가 먼저, 더 강력하게 국민과 함께 싸울 겁니다. 그건 그분이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에 관해서는 메아리 없는 일방적인 시혜 베풀기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특히 2000년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대북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우리의 대북통일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 통일로 접근해가야 한다는 점에서 대북 포용정책은 근본적으로 옳은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고부동한 정책이 제시돼야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 동안에도 여러 가지 군사도발이 있었는데 우리는 북한에 대해 군사문제에 관한 한 명확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북한의 인권문제입니다. 수많은 탈북자들이 현실적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잖습니까. 이젠 우리가 북한에 대해 인류사회가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인권의 수준, 절차, 원칙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대응해 나갈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식량원조를 한다든지, 경제교류협력을 통해서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정당성도 확보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동아 200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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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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