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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가이드

코스닥, 지뢰밭에 핀 장미꽃

  • 김상헌 한경 비즈니스 기자

코스닥, 지뢰밭에 핀 장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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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99년 12월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묻지마 투자’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주가가 무차별 상승하던 현상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보통신, 반도체 관련업체는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일부 전망이 불투명한 종목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새롬기술, 한글과 컴퓨터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관련기업과 한국정보통신, 휴맥스 등 정보통신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뛰는 반면 건설과 금융 관련종목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도 투자자들의 고민이 있다. 현실적으로 투자할 업체의 ‘내용’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코스닥 등록기업의 특성상 벤처기업이 많다 보니 생소한 업체가 너무 많다.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이며 경영인은 누구인지, 기술력이나 자금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 새로 등록하는 업체들이 워낙 많아 어디가 어디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12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30여개 기업이 코스닥 등록을 위한 청약을 마치고 대기중이다.

코스닥에 투자할 때 대상 기업에서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는 만큼 여기에 맞는 투자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관련업체라고 해서 다 옥은 아니다. 기업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에 투자에 나서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때는 회사 이름에 ‘텔’ ‘테크’ ‘콤’ 같은 글자만 붙으면 무조건 주가가 올랐고, 지금도 그런 경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기업들의 차별화가 선명해질 것이다.

물론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의 전망이 밝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업종 자체의 전망이 좋다고 해당 업종 모든 기업의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 그 가운데서도 경쟁력이 뛰어나고 성장성이 돋보이는 업체만 주가가 오를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투자에 앞서 자신의 투자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하게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의 실적을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은 기본이다. 코스닥도 이젠 실적이다. 외형보다는 기업의 내용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이 가운데서도 영업이익과 순익 증가율 등은 중요한 척도가 된다. 공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는데다 생산성도 크게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단 순이익은 규모보다 질을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순익증가율이 500%라면 엄청난 실적을 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별 것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년도 순이익이 2억원이었다가 올해 들어 10억원으로 늘었으면 이게 바로 ‘순이익 500% 증가’다. 하지만 이는 내용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특히 한 해 매출액이 수백억원이 넘는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순이익의 증가는 그 기업이 장사를 잘했다기보다 저금리와 환율안정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다. 이익 규모와 자본금을 연결시켜 보는 일도 필요하다.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낸 회사도 자본금이 많으면 그만큼 주당 순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한선 정하고 투자해야

또한 이익 중에서 정상적인 영업이익 보다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매각 등으로 인한 특별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회사는 요주의 대상이다. 아울러 수익 규모는 최근 몇 년간의 실적을 함께 체크해봐야 한다. 지난해엔 수익이 좋았더라도 매년 수익의 등락이 심한 기업은 적절한 투자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실적 중심으로 투자하면 주식을 산 뒤에 설사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나중에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다. 주가란 근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니만큼 언젠가는 예전 가격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실적이 변변치 않은 기업의 주가는 한 번 떨어지면 상당 기간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에 투자할 때는 상한선은 몰라도 하한선은 반드시 정해놓는 것이 안전하다. 가령 10%, 또는 20%를 하한선으로 잡은 다음 주가가 이 정도 수준까지 밀리면 더 미련 갖지 말고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주가가 한 번 떨어지면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얼핏 보면 이런 방법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주가란 떨어지다가도 오르기 마련인데 왜 손해 보고 파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장기 레이스로 본다면 맞지 않는 말이다. 피해를 최소화한 다음 전망 좋은 종목으로 재빨리 바꿔 타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동안 수많은 주식투자 전문가들이 도출해낸 결론이다.

다만 상한선을 정하는 문제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 시장에 투자할 때는 상한선을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예를 보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바람을 타면 며칠씩 상한가를 치는 등 상승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상승할 때 매도 타이밍은 언제로 잡아야 할까. 일단 거래량이 줄면서 주가의 대세상승이 꺾이는 순간을 파는 시점으로 잡으면 무난하다. 잘 나가다가 주가가 한번 주춤하면 매도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거래량이 준다는 것은 매수 희망자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역량 발휘하는 시장

현재 시점에 코스닥 시장이 아주 매력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을 키우려고 마음을 다져먹은 이상 코스닥의 앞길은 탄탄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 격언에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펴는 정책만 잘 좇아가도 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공간이다. 적어도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따지고 보면 거래소 시장에서 개인들이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 자금력이 떨어지는데다 정보력 면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까닭이다. 그러니 이들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99년 한 해 거래소 시장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겨우 30% 정도만 수익다운 수익을 챙겼고 나머지는 현상유지를 하거나 손해를 봤다는 게 각종 통계를 통해 밝혀졌다. 개인들이 기관 및 외국인들과의 투자게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에 관한 한 개인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기관이나 외국인을 능가할 수는 없고, 투자정보를 얻으려고 발버둥 쳐봤자 그들의 방대한 정보 수집력을 당할 수는 없다. 그래서 늘 그들의 뒤를 쫓아가며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은 다르다. 아직 기관과 외국인들의 투자비중이 10%를 넘지 않는다. 99년 이후 기관들이 코스닥 펀드를 만들어 투자에 나섰고 외국인들도 코스닥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이들은 코스닥 시장이 아직 불안정하다고 판단,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를 꺼리고 있다. 이는 투자비중의 9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아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직 불안정한 코스닥 시장을 건전한 투자의 장으로 만드는 것은 개인투자자들 몫이다. 정부나 증권업협회, 또는 증권회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번에 큰 이익을 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원칙에 충실한 투자를 할 때 안정된 수익과 거래질서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신동아 200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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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한경 비즈니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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