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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는 DJP 이인제가 최대 변수

  • 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파국으로 치닫는 DJP 이인제가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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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는 흔히 만화나 캐리커처에서 토끼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긴 이빨을 드러낸 ‘토끼아범’의 외양은 나름대로 JP의 외모와 내면의 특징을 잘 잡은 것이다. 그런데 JP는 토끼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몇 해 전에 JP의 측근이 만화가들에게 JP를 토끼 모습으로 안그렸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전했다는 것이다. 토끼의 약한 이미지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토사구팽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고사성어의 본뜻으로 보자면 JP 이미지는 ‘구팽’(狗烹)에 해당하지만 얼핏 듣기에는 ‘토사’(兎死)의 토끼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한반도는 지도상으로 보면 토끼 모양이다. 스윙(Swing)의 첫 자가 S자이기도 하지만, 그런 토끼 모양 때문에 지도상의 스윙전략 거점을 이으면 S자가 그려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스윙전략은 ‘토끼몰이 전략’ 즉 JP를 잡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위원장은 이번 공천에서 국민신당 지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분은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패하면 물론 지분은 없다. 그래서 이위원장은 자신이 전면에 나선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JP는 결코 호락호락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위원장이 지분과 전국구를 버리고 고향(논산)을 지역구로 택한 배경에 대해 한 측근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16대 총선구도는 IJ(이인제)에게 단순한 지역구 의원 선거가 아니라 총선과 경선 그리고 대선 전초전을 겸한 트리플 구도를 띠고 있다. 따라서 국민신당의 지분 논란은 무의미하다. IJ는 이제 대선 광맥(鑛脈)의 초입에 막 들어선 것이다. 경선의 대주주는 DJ와 동교동계이다. 단기필마인 IJ로서는 DJ와 동교동계를 껴안아야 한다. 대선 레이스는 등산에 비유하면 그 고지에 오르는 데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베이스캠프 없이는 반드시 실패한다. 박찬종 의원의 실패가 그것을 웅변한다. 박찬종은 베이스캠프 없이 대선 고지에 오르려다 지금 서울에서 미아가 되었다. 불행한 일이지만 아직 한국 정치에서 근거지 없이는 대선 고지를 오를 수 없다. 그래서 IJ에게 JP는 1차 극복대상이다. 지역적 근거로 봐도 그렇고 전국적 혹은 세대로 보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다. JP를 극복하지 못하면 IJ의 미래는 없다.”

이인제는 DJ 가문 이으러 간 대속자



이인제 위원장을 잘 아는 한 정치평론가는 이위원장의 당내 미래와 DJ와의 관계 설정을 꽤 흥미롭게 분석했다.

“DJ 정부는 기본적으로 지역등권을 업은 소수파 정권이다. 그런데 DJ와 동교동계는 대를 이을 수가 없는 무정란(無精卵)에 비유할 수 있다. 지역갈등구조가 낳은 한국 정치의 비극이지만 동교동계는 DJ의 대권을 이을 수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인제 위원장은 대속자(代續子)로 DJ 가문에 들어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은 수혈 받은 혈액의 테스트 과정이다. 피가 잘 적응하는지 지켜 보고 있는 것이다. 대속자가 잘 되려면 대속자는 종손(從孫)들을 포용하고 종손들은 대속자를 지원해야 한다. 이번 총선이 그 첫 시험대이다.”

이인제 선대위원장은 2월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구(논산-금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위원장은 DJ로부터 출마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려 왔다. JP와 일전을 벌여도 좋다는 내락을 받은 셈이다. 그 뒤에는 박병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대전 서갑) 등 그와 함께 이인제 벨트를 형성할 신진 인사들이 배석했다. 민주당은 다음날에도 속속 충청권 공천자를 내정하는 등 본격적인 충청권 공략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위원장을 축으로 남재두·송천영 전 의원(대전 동구), 박병석(대전 서갑), 송석찬 전 유성구청장(대전 유성), 이원성 전 대검차장(충북 충주), 이용희 전 의원(보은·옥천·영동) 등으로 충청권에 ‘이인제 벨트’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자 충청지역에서는 JP의 지역구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벌써부터 긴장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그럴 경우 JP와 이인제뿐만 아니라 자민련과 민주당의 정면 충돌도 예상된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자민련이 여당의 ‘공멸’ 우려가 있는 충청권 대격돌을 피해 대타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충청권 독자출마를 포기하고 자민련을 지원하는 대신 자민련은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연합공천을 성사시켜 공동여당의 공조를 실현하는 정치적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도 “이인제 선대위원장은 평소부터 논산·금산 출마를 원해온 만큼 당에서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김 명예총재와 이한동 총재권한대행이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이 지역에는 공동정부간 정치적 예우 차원에서 공천하지 않을 방침이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또 여권 일부에서는 “이위원장이 충청지역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발휘하면 JP도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3월 초순께 연합공천을 포함한 두 여당의 ‘선거공조’ 문제가 다시 물위로 떠오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귀염둥이’ 이인제 꽃놀이패

정치권 정보를 다루는 호사가들은 이인제를 ‘귀염둥이’로 표기한다. JP는 분명 지난 대선 집권의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이인제 역시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여야 정권교체의 숨은 공신이다. 그래서 그를 귀염둥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귀염둥이는 JP뿐만 아니라 예산을 고향으로 내세우는 이회창 총재에게도 눈엣가시이다. 세 사람은 모두 중원(中原)의 근거지(충청권)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이다. 이인제 카드는 두 사람을 한꺼번에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이니 DJ에게는 여간 기분좋은 꽃놀이패가 아닐 수 없다.

JP의 총리 시절에 국무총리실 웹사이트에 개설한 김종필 국무총리의 홈페이지인 ‘휴먼 JP’에는 그의 약력과 가족관계, 인생관, 성격과 취미, 건강상태와 신체조건, 심지어 별명이나 첫사랑, 그리고 애정관에 이르기까지 JP의 모든 것이 상세하게 들어 있다. JP는 이 ‘휴먼 JP’에서 자신의 인생 고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① 4·19 전후 정군운동으로 구속, 강제 예편되었을 때

② 5·16 혁명

③ 3선 개헌 당시 일체의 공직사퇴

④ 1980년 5·17로 구금, 정치활동 규제

⑤ 1995년 민자당 탈당

사실상 팽(烹) 당한 것으로 알려진 다섯 번째 고비를 그는 ‘민자당 탈당’이라는 ‘능동형’으로 적고 있다. 수동과 피동 그리고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고집스런 일면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이제 여섯 번째 인생 고비를 맞고 있다. 이 ‘어지럽고 혼란스런’ 국면을 그가 어떻게 돌파할지 궁금하다. 다만 JP의 인생 행적에 비추어 분명한 것은 그가 이 난국 돌파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그의 의지보다는 4·13 총선을 향해 째깍째깍 움직이는 ‘이인제 시한폭탄’의 파괴력에 달려 있다는 수동적인 국면이 JP한테는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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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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