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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위기로 치닫는 미국 중국 대만의 불안한 삼각관계

미 하원 통과한 ‘대만안보강화법안’ 파장

  • 김정원 세종대 부총장·국제정치학

위기로 치닫는 미국 중국 대만의 불안한 삼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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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은 대만이 중국대륙의 일부라는 주장을 한번도 굽혀본 적이 없다. 중국은 대만문제가 야기된 근인(近因)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중국침략과 혁명과정에서의 국공(국민당·공산당)내전이며, 1949년 이후에 대만이 중국대륙에 귀속되지 못한 것은 서방국가들의 내정간섭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중국에 있어서 양안(兩岸)의 통일은 민족 통합, 자주권 회복, 영토 보존이라는 중차대한 의미가 있다. 홍콩 귀속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국양제(一國兩制)’도 원래는 대만문제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었다.

홍콩에 이어 지난 연말 제국주의 침략의 잔재였던 마카오 반환이 성사되면서 중국 정부의 관심은 대만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도 덩샤오핑(鄧小平)체제 출범 이후부터는 대만 통일을 평화적·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양안 통일에서 외세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여기서 외세란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이다. 또 ‘하나의 중국’ 정책이란 “세계에서 중국은 오직 하나이고 대만은 중국과 불가분의 일부분이며, 중국의 중앙정부는 베이징을 뜻한다”는 의미다. 대만의 실체는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이 자신의 영토인 대만에 무기를 공급하여 중국 본토에 총부리를 겨눌 법적 장치인 대만안보강화법안에 발끈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인권을 앞세워 대만문제에 개입하는 미국의 처사를 ‘주권 침해’로 치부하면서 ‘패권주의’를 정면 비난하고 있다. 대만해협의 위기를 미국이 촉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은 도이치 벨제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위협의 주범이 중국이라고 지목했다. 리덩후이 총통은 역사적 법률적 근거를 들어 조리있게 설명했다.

“1949년에 중공이 수립된 이후, 중화민국이 관할하는 4개섬을 그들이 통치한 일은 없다. 대만정부는 1991년 헌법을 개정, 헌법의 효력이 미치는 지역을 대만으로 한정하고 대륙에 대한 중국정부의 통치권을 인정했다. 아울러 민의 대표기관 참여자를 대만주민 내에서 선출하고, 총통이나 부총통도 대만 주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하기 때문에 국가권력 통치의 정당성은 중국 대륙과 무관하다. (…중략…) 1991년 개헌 이래, 양안관계는 국가 대 국가, 적어도 특수한 국가와 국가관계이지, 합법정부와 반란단체 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같은 ‘하나의 중국’의 내부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대만을 부속물로 취급하는 베이징의 주장은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대만을 기만하는 행위다.”

대만정부는 스스로 서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자유민주주의의 보루라는 점을 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밀접한 경제무역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방세력의 지지와 협조 속에서 자신의 정치체제와 독립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만문제 개입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 미국은 중국의 확대정책을 대만을 통해 저지하면서, 아시아지역의 주요 전략거점을 독점할 수 있다. 대만의 자유와 시장경제체제를 보호한다는 명분도 살리고, 대만과의 무기거래로 경제적 실익도 챙길 수 있는 다목적 국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국 국방대학의 장사오쭝 교수는 양국론으로 촉발된 대만해협 문제를 ‘대만 제2 코소보 시나리오’로 분석해 화제를 모았다. 장교수는 최근의 대만해협의 긴장을 ‘대만의 의도’로 보고 있다. 인권 수호를 위해서 단행된 코소보사태 공식을 대만에 적용하여 대만을 제2의 코소보로 부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에서는 리덩후이 총통의 발언처럼 ‘대만은 독립국가’라는 이론적 근거를 내세워 공민자결(公民自)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만 사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다.

2단계에서는 양국론을 거부해온 중국에 의해 군사적 대치상황이 조정되고 무력행동의 전 단계에 진입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3단계에서는 대만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이 개입하고 대만은 ‘인권’과 ‘자주권’ 침해를 호소한다. 일단 대만이 코소보처럼 이슈로 부각되기만 하면 대만의 고독한 투쟁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만으로서는, 모든 시나리오가 무위로 돌아가더라도 대만의 수준을 독립국가 단위로 올려놓으면 중국과 통합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홍콩이나 마카오와는 달리 국가 대 국가로서 유리한 협상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만안보강화법 파문이 1996년처럼 대만해협위기로 이어질 것인가.

조지 테넷 미 CIA국장은 2월3일 상원 정보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오는 3월18일에 실시되는 대만의 총통선거를 계기로 대만해협에서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테넷은 총통당선자가 리덩후이 총통의 양국론 입장을 어떻게 계승하느냐에 따라 군사충돌 여부가 결정되리라고 전망했다.

대만해협 위기는 재발될 것인가

중국은 지난해 10월, 50만 명을 동원하고 3억 위안을 투입해 건국 5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이 행사에서 중국은 북미를 사정거리 안에 두는 이동식 ICBM인 DF-13을 공개하고, 90-II와 같은 전술미사일이 대만보다 우위임을 보여줌으로써 대만과 미국에 무언의 압력을 넣었다.

전쟁을 해서라도 대만독립을 막겠다는 중국정부의 생각은 확고하다. 지난 여름부터 “중국정부가 대만해협 전역에 잠수함을 공격 위치로 배치했다” “중국정부가 대만의 군사행동에 대비, 예비군을 해안지역으로 이동시켰다”는 뉴스가 산발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법안이 논의과정에 있던 지난해 11월에도 홍콩 명보(明報)는 중국인민해방군의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이 내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세력이 집권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내년 가을과 겨울 사이에 인민해방을 위한 무력 사용을 예고했다.

대만해협의 군사충돌 가능성에 대해 릴리 전 대사는 이렇게 논평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중국이 현재 대만과 매우 강한 경제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고, 대만사람들이 중국 내에서 3만개 이상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투자 규모가 10억 달러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그런 이익을 버리고, 국제적인 비판을 감수하면서 전쟁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

릴리는 이번에도 중국이 손익을 가려 실용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표면적으로 분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만안보강화법안 입법이 오래 전부터 예상된 일인데다가 실제로 법이 실행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대만과의 군사적 관계를 유지, 사실상 두 개의 중국정책을 펴왔고, 중국도 이에 노련하게 적응해 왔다. 중국도 미국에 강경과 온건, 대립과 타협이라는 이중적 대미전략을 사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향후 중국은 성급하게 무력 대결을 시도하기보다는 ‘주권 침해’를 무기로 미국에 맞대응하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거래를 준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1972년 2월21일. 닉슨과 마주 앉은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수상은 “우리에게 다른 점이 있어도 그것이 전쟁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한 마디로 20여년간 계속돼온 미·중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역사적인 데탕트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대만 앞바다는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원수가 내일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냉전이 종결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냉전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과연 미국이 2차세계대전 이후 50여 년 동안 구축해온 아시아 방위의 정점인 대만을 포기할 수 있을까. 중국이 민족 통합, 자주권 회복, 영토 보존의 보루인 대만이 미국의 어깨에 기대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볼 수 있을까. 대만은 50여 년 동안의 부단한 노력으로 일궈온 대만의 번영과 자유를 포기하고 사회주의 중국에 편입할 수 있을까. 이들은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는 자국의 국익을 위해 합종연횡을 계속할 것이다.

대만해협에서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 아시아 패권과 세계 패권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온전하게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지 않는 한 대만·중국·미국의 삼각관계는 해결될 수도 없고,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중국과 미국과 대만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깊게 맞물려 있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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