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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민화 벤처기업협회장

국내 벤처연방 모아 손정의그룹과 겨루겠다

  • 안기석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국내 벤처연방 모아 손정의그룹과 겨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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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즉 벤처기업가 입장에서는 선택의 기회가 있든 없든 손정의 사장의 투자를 받게 되면 좋은 일 아닙니까.

“손정의 사장의 투자를 받으면 손정의의 생태계 안에 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코리아인터넷홀딩스와 같은 다른 투자지주회사가 있으면 벤처기업은 선택이 가능한 겁니다. 두 군데 모두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어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겁니다. 건전한 발전은 다양한 선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군데로 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이민화 회장은 손정의 사장의 대한 투자선언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손 사장의 투자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위기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다.

“손정의 사장의 인터넷 사업이란 옛날 같으면 제철산업과 자동차산업에다가 철도와 도로사업까지 합친 규모입니다. 엄청난 규모입니다. 제철소 철도망 도로망 등 전부가 다 선택의 기회 없이 한 군데로 넘어가게 됩니다. 한 개의 그룹이 전체를 다 지배한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일입니다. 한 군데가 지배하지 못하게 견제 세력을 둬야죠. 국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일인데 국부가 한꺼번에 유출되면 안되죠.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코리아인터넷홀딩스사입니다. 코리아인터넷홀딩스가 생겨 대한민국 사람들중에서 손해보는 사람이 있습니까.”

―메디슨은 이 회사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습니까.



“여기에서 메디슨의 지분이라는 것이 20%도 안됩니다. 그것 가지고 메디슨사가 코리아인터넷홀딩스사를 좌지우지하겠어요?”

―이회장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는 몇개입니까.

“투자하고 있는 업체는 30개 될 겁니다. 의료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메디다스가 있는데 인터넷에서 진료해주는 사이버호스피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이외에도 심전도 모니터를 만드는 바이오시스 등이 있는데 모두 메디슨과 관련이 있는 업체들입니다. 의료 이외의 업체에는 투자한 것이 없습니다.”

―한글과컴퓨터에 투자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것은 투자하려고 해서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한컴에 어려워서 투자한 것인데 그후에 이상하게 잘 됐지요. 국민주를 모집했는데 100억원이 모여야 회생이 가능한데 마지막날 보니 20억원이 모였어요. 국민들이 그 정도라도 모금해준 것은 고마운데 회사를 정상화하려면 모자란단 말입니다. 만약 20억원밖에 모금하지 못했다고 공표하면 금융기관들이 달려들어 그동안 진 빚을 다 뜯어가려고 하지 않겠어요. 간신히 막아놓았는데…. 그래서 할 수없이 우리가 50억원을 내놓고 대외적으로는 70억원 모금됐다고 발표한 겁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시대에 민족적인 것을 내세우며 ‘글’을 팔지 못하게 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 회장이 가장 반대를 했는데 그 이유는 한글과컴퓨터에 이미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는 비난도 있는데… .

“그것은 예전의 한글과컴퓨터 주주 명부를 보면 알 수 있죠. 전혀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그리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글을 인수하려 한 것에 반대한 것은 외국 자본이기 때문이 아니라 불공정거래를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글을 인수해서 없애버리려 했기 때문에 반대한 겁니다. 불공정거래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경쟁 제품을 사들여 그것을 없애버리는 겁니다. 불공정거래는 소비자들의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동안 글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로 바꾸려면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메디슨도 외국인 투자가 40% 정도 되는데 외국인 투자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닙니다. 메디슨 사업의 80%가 해외사업입니다. 우리 국내 사업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 사겠다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아요. 글을 사서 없애겠다니까 문제를 삼은 겁니다. 만약 없애게 되면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1조원이 되는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2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했거든요. 비교가 됩니까.”

열변을 토하는 이민화 회장이 한숨을 돌리자 인터넷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이민화 회장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며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각 조직과 분야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겪는지 마치 강의를 하듯 자세하게 설명했다.

“시장경제를 놓고 보면 자본주의는 전체 부의 절반이 유통에서 나옵니다. 유통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 첫번째 한 일입니다. 그래서 거대한 산업변화가 일어났죠.”

대학원 사라져

―교육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고 봅니까.

“교육이야말로 물질이 필요없는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대표적인 인터넷 산업이지요. 교육의 기능은 길어야 5년안에 인터넷으로 넘어갑니다. 기존의 캠퍼스는 교육을 위한 장소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류 경영대학원들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하버드대 등 명문대에서는 MBA 코스의 경우 대부분 인터넷에서 강의하니까 구태여 2류 경영대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지요.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이 바람이 불 것이고 유명 교수 몇 명 외에는 일자리가 없어집니다. 최고의 명강의를 하는 교수의 강의를 지금까지는 큰 강당에서 400~500명이 들었으나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수만명, 수십만명이 동시에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면 교수가 한명 한명씩 개별적으로 가르치는 것처럼 가르칠 수 있어요. 이것을 누가 먼저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대학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까요.

“대학과정은 존속할 겁니다. 대학까지는 여전히 얼굴을 보며 교육해야 하니까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학원은 사라집니다. 그러면 대학원은 어떻게 변하느냐. 예전에 군산복합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산복합체가 등장할 겁니다. 대학원은 지식산업단지로 바뀝니다.”

―지식산업단지로 바꾸면 대학 안에 공장이 생긴다는 얘긴데….

“전국의 대학교들은 이제 그 대학 캠퍼스 안에 지식산업단지를 함께 가지고 들어가야 됩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가는 나라가 핀란드입니다. 핀란드의 대학들은 전부가 지식산업단지입니다. 벤처기업들이 대학으로 들어가는 거지요. 이것을 보고 제가 재작년에 열심히 만들어놓은 것이 실험실 벤처입니다. 대학교에서 교수들이 직접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아주 많은 데서 하죠. 저의 올해 목표가 1700개의 실험실 벤처기업을 만드는 것인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전통적인 상아탑으로서의 대학은 사라지는 겁니까.

“앞으로 대학들은 전부 인큐베이터(창업 준비 공간)를 중심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우스운 논쟁 중에 하나가 상아탑 논쟁이예요. 신성한 대학에서 웬 산업이냐는 거죠. 지금의 한 달은 예전의 1년인데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이 안타까워요. 개화기 때 개화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논쟁을 벌였듯이…. 학원산업에서 대규모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것은 오프라인 모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지식만 전달하면 되니까요. 인터넷으로 강의하면 쌍방향 수업이 가능합니다.”

―의료 분야의 전문가이신데 이쪽에서는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의료교육시스템도 달라집니다. 그동안 의료교육의 대부분이 암기였는데 인터넷에서 키 하나만 누르면 필요한 처방이나 진단이 나오기 때문에 암기하는 것이 필요없게 됐어요.

―환자를 직접 상대해야 할 터인데… .

“해부도 직접할 필요가 없어요. 버추얼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해부하면 시뮬레이션 게임하듯이 해부를 할 수 있어요. 버추얼 리얼리티 시뮬레이션에서 잘못 해부를 하면 피가 튀어요. 그러면 평점이 나빠지지요. 전쟁에서도 시뮬레이션 게임을 많이 한 미군이 현장에 나가 직접 훈련한 러시아군보다 나아요. 그리고 의료처방이나 진찰 자료 등은 인터넷을 통해 교환이 가능하니까 이제 병원을 옮길 때마다 엑스레이 검사 등을 구태어 다시 할 필요도 없습니다. 법률서비스나 행정서비스도 모두 인터넷으로 받을 수 있어요.”

기업 경계 불명확해져

―이미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만 기업문화도 격변을 겪을 터인데….

“기업간의 경계선이 없어집니다. 기업간에 융합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우리 기업인지 불분명해집니다. 계속해서 전략적 제휴를 하고 아웃소싱을 하니까…. 옛날에는 안과 밖이 분명했지만 이젠 뫼비우스띠처럼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재벌을 해체하는 반면 외국에서는 거대 기업들이 합병하는 추세인데… .

“재벌의 해체는 필연적입니다. 그것은 비관련 다각화이기 때문에 자원의 효율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대기업들이 제휴하는 것은 서로 관련이 있는 겁니다.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거지요. 국경을 넘어 지구차원에서의 합병은 지식산업의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서로 주식을 주고 받으면서 시너지를 올리는 겁니다. 기업가정신도 살리고 혁신성도 살리는 거지요.”

―재벌은 문어발 확장을 해서 문제라는 겁니까.

“공정한 게임의 룰이 문제예요. 재벌이 문어발 확장을 해서 망하든 성공하든 기업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상호지급보증 등은 공정한 게임 룰이 아닙니다. 상호지급 보증을 하게 되면 자원이 무한하니까 마음대로 확장하는데, 이걸 제한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쪽으로만 집중하게 되는 거지요.”

―산업화시대엔 재벌들의 연합체인 전경련이 중심이었지만 벤처산업이 중심인 시대에는 전경련의 역할은 끝난 것으로 보이는데… . 이헌재 재경부장관도 전경련 해체를 주장했고… .

“부작용을 막자는 거겠죠. 전경련과 벤처기업협회는 비교의 대상도 되지 않아요. 다만 전경련은 열린 조직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전경련 회원사의 이익을 지키는 데 주력했어요. 심하게 이야기하면 정치자금은 많이 냈지만 공익을 위해서는 별로 한 것이 없지 않나 싶어요. 우리 사회와 선순환을 못했죠. 가령 재단을 만들더라도 편법상속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면이 있단 말입니다. 산업화시대의 주역이면서도 대우를 못받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벤처기업협회는 열린 조직이 되어야겠다는 겁니다. 오해하는 분도 계시지만 제가 공정 과세를 이야기하고 국민엔젤펀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열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벤처여야겠다는 겁니다.”

―벤처기업들의 경제적 비중이 커지는 만큼 정치적 욕구도 있을 터인데….

“정치권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정책적인 요구는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고, 정치자금을 낼 이유도 없어요. 다음 대선부터는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미디어선거까지는 돈이 들지만 인터넷선거는 별로 돈이 들지 않아요. 다음 대선인 2002년까지는 우리 인터넷인구가 3000만명을 돌파하게 될 겁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선거운동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오라말라 하며 밥 사줄 이유도 없어요. 인터넷을 통해 시민단체들이 엄청난 일들을 할 거예요. 인터넷이 정치를 바꾸고 국회의원들이 할 일도 줄어듭니다. 대의정치라는 게 직접민주주의를 못해서 만들게 된 것인데 인터넷으로 직접투표가 가능하니까 직접 국민투표가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정책에 대한 투표가 그날 해서 그날 결과가 나옵니다.”

이민화 회장은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그러나 인터뷰 예정시간이 넘자 결재서류가 밀리는 것 같았다. 비서들이 독촉하자 이 회장은 “벤처업계에서는 ‘잘못된 결정’이 ‘미루는 결정’보다 낫다”는 말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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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석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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