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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이트|‘바꿔’ 열풍의 테크노전사 이정현

“정치 얘기요? 하품 나와요”

  • 김보선 자유기고가

“정치 얘기요? 하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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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이 탈출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험해요?

“그럼, 험하지 않아요?”

─뭐가 그리 험하죠?

“너무 많잖아요. 대학입시도 그렇고, 공해문제도 그렇고. 하다못해 내가 일하고 있는 연예계도 그렇고….”

─별을 그렇게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뭘 좋아하는데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어야 하나요. 내가 엄마나 아빠를 그냥 좋아하는 것과 같은 거죠. 해외여행을 자주 갔는데 그때마다 하늘의 별을 보고 그 별에 가까이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아프리카 밤하늘의 별은 예술이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돼요. 진짜 예뻐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으면 내가 그 별에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집에 전체 망원경도 있다면서요?

“썩 좋은 것은 아니에요. 이번에 바꿀 거예요. 제가 좀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외롭거나 그러면 혼자 옥상에 올라가 별자리를 감상했어요.”

─얼마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미팅을 했던데 상대 남자가 별에 대한 조예가 깊더군요. 별자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하던데 왜 퇴짜(?)를 놨죠?

(이정현은 그 프로그램에서 네 명의 대학생 중 별자리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일류대생 대신 시청자들의 예상을 깨고 다른 남자를 데이트 파트너로 선택했다.)

“준비된 멘트였어요. 내가 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미리 준비해 왔던 거죠. 인간적으로야 그분도 좋지만 준비된 멘트는 싫어요.”

자신은 가식이 너무나 싫고 성격 또한 솔직한 편이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그는 사진기자가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이건 꾸미는 거잖아요”라며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촬영할 것을 요구했다.

‘니키타’ 또는 ‘메트릭스’의 여성판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네요?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기회만 나면 다녔어요. 지금까지 10여개 국은 다녔을 거예요. 너무 너무 좋아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기분전환엔 너무 좋아요. 인도 아프리카 유럽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진짜 많이 다녔어요. 여행은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데 최고예요.

그렇다고 제가 돈이 많아 다닌 것은 아니에요. 돈이 없어도 여기저기서 돈을 긁어모아 다녔어요. 전 하고 싶은 것은 기어코 하는 성격이거든요. 저번에 유럽여행을 갔을 때는 저녁 먹을 돈은 없어도 마음껏 거리를 돌아다니며 제가 좋아하는 인형을 사고 그랬어요. 때로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런 만큼 좋은 추억거리도 많이 만들었어요. 그게 음악 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정현은 현재 중앙대 연극영화학부 연출 전공 3학년에 재학중이다. 작년에는 가수활동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지만 2학년까지는 학점도 3.0이 넘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물론 같은 과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름대로 즐거운 대학생활을 했다. 이정현은 영화연출을 전공한데다 영화 ‘꽃잎’으로 화려하게 데뷔를 해서 그런지 영화, 특히 우리나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한국영화의 제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준비된 멘트’인 것처럼 정색을 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슨 내용이죠?

“예측 불허의 상상 이야기요. 굳이 따지자면 공상과학 영화라고 할까? 생각나는 대로 다른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영화로 제작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제가 연예계에서 제대로 자리잡으면 영화 감독으로 변신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영화 출연제의도 쏟아지고 있지요?

“그것 때문에 정말 머리가 아파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작품은 없어요. 이 영화다 하고 끌리는 영화가 없어요. 영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신중히 결정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분위기에 휩싸여 쉽게 결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데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영웅이 되는 영화는 만들지 않죠. 항상 남자가 영웅이잖아요. 여자가 영웅이 되는 영화라면 단번에 결정하겠는데.”

─그렇다면 페미니스트 영화를 말하는 건가요?

“그런 어려운 말 저는 잘 몰라요. 굳이 찾자면 여성 킬러가 주인공인 ‘니키타’나 ‘매트릭스’의 여성판 같은 거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을 텐데요.

“우리 영화계를 보면 화가 날 정도예요. 항상 사회 전체의 흐름에 따른 흥행만 생각하잖아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괜찮은 신인감독도 많은데 제작자들은 그들을 쓰지 않아요. 흥행성이 없다고요. 신인 감독들도 나중에는 제작자들의 요구에 맞춰 타협을 하고 말고요. 자기 의지를 버리죠. 시나리오도 처음에는 괜찮다가도 제작자나 흥행성에 맞춰 처음 의도를 잃어버리고, 주인공들도 인기 있는 사람들만 캐스팅하려고 하잖아요. 한쪽이 붐이라고 하니까 그쪽으로만 몰리잖아요. 언젠가는 내가 제작비 대고 신인을 키워 내 방식의 영화를 만들고 말 거예요.”

“영화진흥기금, 3억원이 뭐예요”

제작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싫어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이정현은 멈칫했다. 그러나 곧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화에서는 흥행도 중요한 요소 아닙니까.

“물론 그래요. 하지만 내가 영화를 만들 때는 관객이 나와 우리가족뿐이라도 개의치 않을 거예요.”

영화연출전공이라는 그에게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넌지시 영화 진흥기금 문제를 물어봤다.

─정부에서 영화 진흥기금으로 제작을 지원하는데?

“그게 얼마나 된다고 그래요. 경우 3억원 가지고. 그것도 없애느니 마느니 말이 많잖아요.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영화 제작비가 30억∼40억원이 넘는데 그 정도는 대학생들이 단편영화를 제작할 정도밖에 안돼요. 영화 발전에 투자를 한다면 편당 20억∼30억원 정도는 지원을 해야죠. 문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하잖아요. 김대중 대통령 아저씨는 문화에 관심도 많고 영화도 자주 보신다는데, 문화발전을 위해 그 정도는 투자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이정현씨가 직접 말을 한 번 해보죠?

“그럴 기회가 있겠어요? 예전에 대통령 아저씨가 ‘꽃잎’을 보셨다는데 저는 그때 필리핀에 가 있어서 만나지 못했어요. 설령 제가 만난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는 문화를 담당하는 분들이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수 데뷔 전 이정현이 댄스그룹 구피와 ‘게임의 법칙’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을 때다. 그녀의 노래실력을 알아본 현재의 소속사(예당음향)가 그녀에게 1억원이 든 돈 가방을 덥석 안겨 줬다. 음반녹음 계약금이라며. 뿐만 아니라 1집 녹음이 끝나자마자 또 다시 1억원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한다. 총 2억원. 아무리 ‘꽃잎’의 이정현이라고 하지만 가수로는 신인에 불과한 그에게 그런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 모험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신인에게는 많아야 계약금으로 500만원 정도 지불하는 음반업계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파격도 이만저만한 파격이 아니다.

데뷔 4개월만에 32억원

도대체 그 기획사는 이정현의 자산가치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그런 모험을 한 것일까?

정확한 계산은 힘들겠지만 이정현은 데뷔 4개월 남짓 만에 무려 32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지난해 9월말 데뷔한 이래 최근까지 음반판매량만 60만장을 기록, 24억원을 챙겼다. 데뷔앨범에서 60만장을 기록한 가수는 이소라가 유일한데 지금의 상승세라면 한달 안에 이 기록마저 깰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4개 제품의 CF계약으로 8억원을 벌었다. 연예인 중 유례가 없는 기록적인 매출(?)이다. 최근에도 4∼5개 기업에서 CF출연 요청을 받고 있어 당분간 신기록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웬만한 벤처기업의 대박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떤 보도에 따르면 단 몇 개월 사이에 3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고 하던데요?

“정확히 얼마를 벌었는지는 몰라요. 중요한 일도 아니고요. 사실 한번도 계산해 본 적 없어요. 용돈도 안 써요. 쓸 일도 없고 시간도 없어요. 밥값은 매니저가 내고 돈을 만져보지도 못해요. 번 돈은 통장 안에 있을 거예요. 남들처럼 쓰고 즐기는 재미는 없어요.”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벌었는데 가장 먼저 돈을 쓰고 싶은 곳은 어디죠?

“앞서도 말했지만 먼저 천체 망원경을 성능 좋은 것으로 살 거예요. 컴퓨터로 조종되는 망원경이 있다고 해서 벼르고 있어요. 그렇다고 전문가나 쓰는 망원경을 사겠다는 건 아니에요. 일반 천체 망원경만 해도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요.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어요.”

이정현의 로드매니저는 이정현의 부탁으로 용산전자상가에 다녀왔다. 컴퓨터와 연결된 최첨단 천체 망원경을 주문했다고 한다. 요즘 이정현이 별이 잘 보이는 산 속으로 이사가겠다고 우기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형 모으기가 취미니까 새 인형도 사야죠. 바비 인형 세트를 봐뒀어요.”

기자가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긴 머리 인형이냐고 아는 체를 하자 그건 바비가 아니라 미미라고 핀잔을 준다.

“지금도 바비 인형에게 옷을 갈아 입히며 노는 게 낙이에요. 바비 인형 값도 만만치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인형은 조금 싸지만 외국에서 만든 것과 달리 손목이나 발목이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않아요. 인형이나 천체 망원경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예요. 이번에 2주 정도 쉬니까 외국 여행도 갈 거예요. 이번 여행은 전처럼 여행만 하려고 가는 것은 아니에요. 다른 음반작업을 위해 이것 저것 알아보려고 해요.”

바비인형과 함께

사생활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도 했다.

─학교 생활은 어떤가요?

“가수활동을 하기 전에는 누구 못지 않게 대학생활을 즐겼어요. 공부도 열심히 했구요. 그런데 당분간은 할 일이 많아 휴학을 할까 해요. 작년에 학교를 너무 많이 빠졌어요. 학교 친구들한테 제대로 연락을 못해 친구들이 난리예요.”

─남자 친구는 많습니까?

“우리 과에 여자가 2명밖에 없어 남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하지만 남자 복은 없는 편이에요. 아직 미팅도 한 번 못해 봤어요.”

─또래 젊은이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맘껏 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아주 가끔은 외롭고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외로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혼자 지내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방송활동을 하면서는 혼자 있을 시간이 없어 외롭지 않아요. 항상 막내 언니가 옆에 있고 고등학교 때부터 아주 친했던 친구도 늘 함께 다녀요(이정현의 언니와 친구는 그녀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언니는 곧 유럽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지만 친구는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을 거예요.”

이정현은 지난 13일 SBS ‘인기가요 20’을 마지막으로 TV 화면에서 사라졌다. 2집 앨범은 오는 9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대 영화과도 휴학한다. 데뷔 앨범 ‘내별로 가자’에서 한껏 자랑했던 ‘끼’와 솜씨를 더 닦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직접 해보겠다고 벼른다. 마음 맞는 뮤지션들로 벌써 팀도 다 짜놨다.

“나도 스무살이에요! 이제 어른이에요! 어른은 혼자 일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거잖아요. 2집은 제가 다 할 거예요. 대중을 외면하면 안된다기에 1집은 음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GX 3394’ 같은 곡은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만요. 아직 장르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벌써 한 곡을 만들어 놓았어요. 기대하셔도 괜찮을 거예요.”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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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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