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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입체분석 4·13 총선의 핵심변수

인터넷은 지금 선거혁명중 N세대의 정치의식

  • 김상현 동아닷컴 기자

인터넷은 지금 선거혁명중 N세대의 정치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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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신당이 어부지리를 안겨주기 때문에, 현실 정치의 벽 때문에, 능력부족으로… 등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홍의원이 정치를 시작한 게 언제입니까. 신민당 시절입니다.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야당 생활을 했지 않습니까. 참으로 실망이 큽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포기하면 누가 합니까.

얼마 전 정운영의 100분 토론 때 우리는 얼마나 통쾌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졌는지 모릅니다. 오늘 이 홈페이지를 보니 참 문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리고 홍의원의 명저 ‘지금 잠이 옵니까’를 다시 한 번 보았습니다. 차라리 무소속으로 돌아오십시오. 그리고 우리 같은 후배에게 본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치를 떠나 하늘에 부끄럽지 않은 자연인 홍사덕이 되길 소망합니다.


‘홍의원 실수한 거요’라는 제목으로 40대의 김기환씨가 올린 위와 같은 글이나 20대의 신광민씨가 올린 다음과 같은 글은 ‘양반’에 속한다.

지역정치 타파, 정책정치니 뭐니 하더니 결국 한나라당 가기 위한 몸값 올리기 작전이었군요… 21세기의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무지개 연합이니 뭐니 하더니 결국 한나라당 선대위원장 자리 받으려는 언론플레이였군요… 며칠 후 정형근과 두 손 맞잡고, 두 팔 번쩍 들어 만세 부를 당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배신감보다 측은감이 앞섭니다.

육두문자까지 써가며 감정에 북받쳐 내뱉듯 올린 글도 적지 않다. 30대의 ‘프라우다’라는 이가 올린 아래 글은 그 제목 -‘정치윤락녀 홍사덕, 이회창한테 원조교제 하러 갔다’-부터 민망하다.



오늘 홍사덕이 하는 꼴을 보고서 나 정말 실망했다… 장기표와 함께 만들었던 신당 홈페이지 한 달 사용요금도 내기 전에 그래, 말을 뒤엎어?? 참 정말 지조없는 인간이구나… 야!! 정말 골때린다… 선거 때 신한국당 안기부 출신 정형근이로부터 온갖 방해를 다 받은 당신이 어떻게 그런 정치범법자들과 함께 할지… 참으로 이넘의 정치판 정말 아이러니하다… 당신 그 배신으로 인간적 남은 정마저도 뒤틀린다. 잘 해처먹고 잘 살아라, 이 쓰레기야, 퉤……

홍사덕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한 정치 혁명의 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가능성은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용인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특유의 쌍방향성, 혹은 대화적 특성을 잘 활용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홍의원측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네티즌들의 비난과 공격에 대해 해명이나 반박 등 적절한 대응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즉자적이고 감정적으로 여과되지 않은 표현을 마구잡이로 쏟아부은 네티즌들도 문제다. 인터넷이 아무리 즉자적이고 발빠른 매체라지만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견해로는 바른 대화나 토론을 할 수가 없다. 네티즌들에게 좀더 성숙한 의식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인터넷은 ‘제5부’

그러나 인터넷이 가진 잠재력, 따라서 시민의 요구와 생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현실 정치판을 개혁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정치참모인 딕 모리스는 ‘보트닷컴(Vote.com): 어떻게 대자본의 로비스트와 미디어가 영향력을 잃고, 인터넷이 국민에게 권력을 주었는가’라는 책에서, 신문매체는 제4부로서의 권력을 잃을 것이며, 인터넷이 제5의 권부에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급기야 국민으로 하여금 그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의 ‘급진적인’ 주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의 확산이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와 같은 형태의 전자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인터넷 덕택에 국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중간매개체인 국회와 언론의 역할은 약화되며, 심지어 정당정치의 일반적인 메커니즘과 공천 과정, 여론조사 등도 인터넷에 그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그의 견해대로라면, 지금 국내에서도 그와 같은 정치적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상은 모리스의 전망으로부터 여전히 멀리 있는 듯하다. 현실 정치의 벽은 여전히 두텁고 높으며, 몇몇 계파 보스에게 독점되어 있는 공천권 또한 안녕하다. 시민단체의 낙천자 명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선 정당들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려 하지 않는 행태 또한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모리스의 주장에는 비현실적인 대목이 적지 않다. 예컨대 “인터넷은 메이저리그 야구의 자유계약선수와 같은 제도를 언론 분야에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온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몇몇 자유계약선수처럼 소수 스타급 언론인들은 고액 연봉자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독립적인 언론기관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 환경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디어 소유권을 줬다는 주장은, 따라서 옳은 것이 아니다. 선거 자체가 인터넷으로 이전될 것이라는 주장도 아직 허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수많은 웹사이트들을 통해 진행되는 즉석 여론조사를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웹사이트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기 투표, 연예인 관련 여론 조사 등은 보안성이나 공정성, 대표성 등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일정 부분 여론을 수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를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까지 확대 적용하기까지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

물론 이러한 한계가 모리스가 전망한 인터넷의 위력이나 파장을 현저하게 축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생활 필수품으로 쓰기 시작했고-남궁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올해 말까지 국내 인터넷 이용자를 20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호언했다-따라서 이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거나 토론을 벌이는 일, 정부나 정치인들에 대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일 등은 점점 더 일반적인 현실로 자리잡아갈 것이다.

그와 함께 인터넷상의 표현의 한계 문제, 사이버 스페이스의 익명성을 악용한 각종 음해성 루머나 유언비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 문제 등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그늘에 대한 보완 또한 더없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혁명은 성공할 것인가

이번 4·13 총선의 결과도 이른바 ‘인터넷 선거혁명’의 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상당 부분 인터넷으로부터 그 동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여론조사에서는 낙천·낙선운동을 지지한다고 해놓고 실제 투표에서 마음을 바꾸거나, 아예 투표조차 하지 않을 경우 이는 실패한 혁명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무슨 나라가 이러나. 걱정이다.”

총선시민연대에 의해 ‘명예로운 정계은퇴’를 강요받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측근들로부터 ‘낙천 대상’에 포함됐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렇게 탄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현욱 자민련 총장은 “이(시민단체의 발표)는 법을 떠난 민중선동적 행태로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이며, 이 나라를 이만큼 잘 살게 만든 근대화 세력과 이 강토를 지켜온 보수세력의 숨통을 끊으려는 급진 진보세력의 음해이자 공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웃기지 마라. 너희는 보수가 아니라 수구세력이며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구악에 다름아니다. 이제 새로운 시민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그런 역사적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너희 시대는 이제 끝났다.

‘무슨 나라가 이러나’가 아니라, 이제 나라꼴이 되어가는 것이다.(Zeroguy_18@hanmail.net)


신동아 200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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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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