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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법률상담 변호사들의 무료서비스 경쟁

  • 하태원 scooop@donga.com

인터넷 법률상담 변호사들의 무료서비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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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무료로 진행되는 법률상담인지라 상담에 응하는 변호사들이 ‘금전적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무료법률상담의 미래를 다소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는 변호사들은 일종의 공인이므로 일반 대중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명분이 무료법률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00여명 이상의 참여변호사를 자랑하는 대부분의 사이버 로펌들의 경우도 실제로 온라인 상담에 참여하는 변호사는 많아야 30% 정도다. 나머지는 그저 발족 당시 이름만 올려놓고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일부 무료법률상담 사이트의 경우 참여 변호사가 대거 이탈하거나 상담의뢰된 사건에 응답하지 않은 채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겨둬 의뢰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오로지 공익을 추구한다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지난해 4월 ‘온라인 직접상담’ 코너를 폐지한 것도 변호사의 공적 사명감에 의존하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하는 실례다. 87년 서민층의 법률구제를 위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서울지역 본부와 5개 출장소, 전국 12개 지부 35개 출장소를 갖춘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그동안 무려 139만4000여건의 컴퓨터 상담을 실시한 무료법률상담의 원조. 하지만 폭주하는 상담수요를 감당할 만한 인력을 대지 못해 무너지고 말았다. 공단 관계자는 “수요자의 요구를 알고 있다”며 조만간 인력을 확보해 온라인 무료법률 상담을 재개할 의사를 나타냈다.

‘사이버 상담료’를 지불하지 않는 사이버 로펌들은 변호사들에게 무료법률상담은 결국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당근’으로 제시한다. 즉 당장은 아니지만 ‘상담‘이 ‘수임’으로 직결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중앙일보 김진원기자는 상담과 수임이 직결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김씨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로클리닉에 상담 변호사로 참여한 박모(여) 변호사 때문이다. 2달간 131건을 상담한 박변호사는 실제로 몇 개의 사건을 수임했다. 또한 법률상담이 자신을 널리 알리는데도 큰 몫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김씨는 “9월에 미국에 연수를 떠나는 박변호사는 ‘잠재적인 고객과 계속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싶다”며 미국에서도 계속 무료상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자원 봉사로 운영하는 로클리닉인데도 단 한명의 변호사도 이탈하지 않는 것도 무료법률상담에 참여하는 변호사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필수는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상담의 유료화 논쟁

물론 ‘상담=수임’이라는 모델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법률상담 내용이 대부분 소송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작은 분쟁일 경우가 많고 소송으로 발전하더라도 소송가액이 1000만원도 채 안 되는 소액재판이 대부분이라는 것. 즉 수임 가능성도 희박한데다 큰 돈벌이도 안되는 사건 하나 맡으려고 변호사들이 컴퓨터에 붙어 앉아 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로가이드의 김진성 사장은 우리 사회의 ‘연고(緣故)의식’ 때문에 상담과 수임은 직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김사장은 “사이트를 운영해본 결과 전문변호사를 선호하기보다는 자신과 연줄이 있거나 소송이 시작됐을 때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상담을 실컷 한 뒤 다른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고 말했다.

법률상담도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므로 용역제공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철학(?)’하에 법률상담을 유료화한 곳도 있다. 예스로의 경우가 그것. 지난해 11월부터 3달간 무료로 법률상담을 하던 예스로는 올해 2월부터 ‘도우미 변호사’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상담 1건당 1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법률상담을 한다는 것. 예상대로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접속 건수도 크게 줄었다.

예스로의 김효열 부사장은 “돈 1만원을 받고 상담을 해주면서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지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김씨는 “무료상담이라는 점을 악용, 장난스러운 질문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상담의 질이 떨어지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적은 돈이지만 1만원을 내고 상담을 함으로써 질문하는 사람도 신중해질 수 있고 답변하는 변호사도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는 목적으로 시도한 유료화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것이 자체판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스로는 참여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률포럼을 구성할 계획이다. 즉 예스로에서 맡고 있는 전문분야별로 학술 모임을 가져 변호사들 자신도 전문영역을 강화시키는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상담의 질도 높이겠다는 복안. 특이한 것은 예스로의 경우 참여 변호사들로부터 50만원씩의 가입료를 받는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해주며 변호사 개개인에 대한 홍보를 해주는 대가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하지만 법률상담 등 각종 서비스에 대한 유료화를 선뜻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이버 로펌’들은 예스로의 유료화 조치에 대해 ‘성급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 즉 상담변호사의 수나 답변의 신속성, 상담의 전문성 등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예스로측이 빈약한 서비스를 토대로 성급하게 유료화로 간 것은 스스로의 수명을 단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사이버로펌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 가입한 한 변호사는 예스로에도 복수로 가입하고 있는데 우리 사이트에서는 한달에 평균 80여건을 상담하지만 예스로에서는 단 3, 4건을 상담하는데 그치는 등 활동이 미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이버 로펌의 미래

가장 최근에 사이버 로펌시장에 참여한 ‘디지털로’는 참여 변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열의를 가지고 무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나름대로 구상했다. 벤처식 경영기법에서 해답을 구한 것. 법무법인 한결의 안식 변호사는 “디지털로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지분을 균등하게 나눠갖는 방식을 채택,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이는 한편 디지털로에서의 상담실적을 계량화해 연말에 스톡옵션을 주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률상담의 경우 상담한 실적은 물론 상담속도에 따라 가산점을 주어 경제적으로 보상하는 것.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400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하는데 그중 서울에만 2000여명의 변호사가 밀집돼 있다. 그중 오프라인에서 재래식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사이버 로펌 등 인터넷 법률상담을 병행하는 변호사는 700여명으로 추산된다. 즉 18% 정도의 변호사가 정보화 물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이버 변호사들의 수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법조 정보화 운동은 공급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던 재래시장을 탈피해 이제는 철저히 법조서비스라는 용역을 사는 수요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옮겨가는데 크게 기여하고있다. 미국에도 ‘사이버 로펌’이 있지만 미국의 사이버 로펌은 법률상담을 하는 곳이 아니라 법률 전문가를 위한 자료창고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 로펌에 상담기능이 없는 것은 오프라인 변호사들이 이미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 언제든 간편하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프라인 변호사가 부응하지 못한 법률상담 기능을 사이버 로펌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어야 할 법은 그동안 법률지식을 독점한 일부 계층이 법률지식을 갖지 못한 다수를 괴롭히는 수단이 돼왔다. 변호사수의 급증과 정보통신 혁명은 사이버 로펌의 출범과 법률정보의 대중화를 촉진했다. 이제는 사이버 로펌의 증가가 온라인 법률정보 수준을 한 단계 높여갈 것인지 주목된다.冬

신동아 200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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