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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대사 특별기고

‘고려인의 나라’ 카자흐스탄이 떠오른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자원부국

  • 최승호 주카자흐스탄 대사

‘고려인의 나라’ 카자흐스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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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1월 카자흐스탄과의 공식외교관계 수립 이전에 이미 한·카자흐간 교육협력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 이에 따라 1991년 8월22일 알마티 한국교육원이 설립되었다. 현재 한국교육원은 총 면적 6065㎡, 연건평 4565㎡에 강의실 16개, 550석 규모 극장, 컴퓨터실, 멀티미디어실, 어학실, 시청각실, 기숙사(40~60명 수용), 도서실(장서 1만2000 여권), 고려인 및 카자흐스탄 역사연구실, 언어. 문화 연구실, 무용실(216㎡), 식당(54명 수용 규모)을 갖추었다.

알마티 한국교육원은 단순한 한국어 교습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컴퓨터 및 여타 기능교육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교육문화와 직업교육을 하는 종합교육센터다. 지방의 25개 지역센터에 한글학교용 교과서, 참고도서 등 각종 학습자료 및 시청각 기자재를 지원해서 교육 환경 개선을 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선생 8명과 현지인 선생 7명이 550여명의 한국어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어 수강생에게 우선적으로 컴퓨터 강좌, 영어 강좌, 미용강좌등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전국 199개 학교에서 6300여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11개 대학 362명이 제1외국어로, 15개 대학 292명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많은 수의 슈꼴라와 일반학교에서 한국어를 정규교과 과목과 특별활동 과목으로 지도하고 있다. 한국어 수강자는 94년 1400여명, 96년 4700여명, 98년 5800여명, 작년에 6200여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교사와 교수요원을 확보하지 못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어 수강 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한국어교사 양성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다.

한·카자흐스탄 친선병원

우리 정부가 120만 달러 상당을 지원하여 설립한 알마티 한·카자흐스탄 친선병원이 지난 2월 개원하였다. 여기에는 정부 파견 한국인 의사 3명(외과, 내과, 한방과)이 카자흐 의사들과 함께 현지인들에게 의료시술을 하고 있다.



특히 한방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소개하고 있다. 카자흐 의료인들의 교육, 훈련에도 이 병원이 크게 활용될 것이다.

이 곳을 찾는 환자들은 우수한 한국인 의사들의 의료시술에 감사하고 한국산 의료 기자재와 장비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곳에 있는 외국 대사관의 공관원들도 자주 찾고 있으며, 한국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한국인 의사가 원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으며, 3년 후에는 모든 시설물과 장비를 카자흐 측에 넘기도록 되어 있다.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와 유럽의 중간 지점에 있다. 흔히 중앙아시아(CentralAsi a) 또는 유라시아(Eurasia)라고 부른다. 지리적으로는 그렇지만 정치·경제적으로는 아시아보다는 유럽쪽과 더 가깝다. 우선 카자흐스탄은 유럽안보회의(OSCE) 회원국으로, 유럽과 정치·외교적 연계가 강하다.

그리고 경제도 유럽과 관계가 깊다. 이는 카자흐스탄 동쪽, 아시아 쪽에 위치한 알마티에 취항하고 있는 항공 교통량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카자흐항공 이외에 독일 루프트한자가 주5편, KLM이 주4편, 터키항공 주4편, 브리티시항공 주3편 등 유럽 국적기들이 쉴새없이 승객을 나르고 있는데 반해 한국이나 일본에서 오는 국적기는 단 한편도 없다. 아시아나가 주1회 서울-알마티를 운항하다가 금년 호주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면서 비행기를 일단 그쪽으로 돌렸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카자흐항공만이 주1회 서울-알마티를 연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곳에서는 ‘중앙아시아’보다는 ‘유라시아’라는 용어가 친근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은 아시아의 중요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유럽과의 길목에서 두 대륙을 잇는 가교 구실을 기대하면서 아시아인 내방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가 통일되거나 북한과 교통이 트일 경우, 중앙아시아와의 연계는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거대한 나라, 새로 태어나 기지개를 켜고 용틀임을 하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해 장기적 안목에서 미리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88올림픽과 고려인들의 눈물

1989년 동구에서 공산정권이 줄줄이 무너졌고, 한국은 이들과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필자가 1990년 체코에 부임하여 대사관을 개설하고 근무하면서 체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이 88올림픽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작년 9월 카자흐스탄에 부임한 이래 고려인들을 포함하여 이 곳 사람들에게 유심히 물어보는 것 중 하나다. 절대다수의 대답은 대체로 이러하다.

―88올림픽 이전에는 한국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지독히 가난하고, 깡패 같은 군사독재 체제 아래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사실상 미제국주의 식민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북한도 별반 호감이 가지 않는다. 한국도 북한과 오십보 백보아니겠는가. 좌우지간 코리아라면 남쪽이든 북쪽이든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TV에 비친 88올림픽 현장과 시민생활의 모습은 환상적이고 문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인 것 같았다.

―공산체제가 얼마나 엉터리이며 국민들을 기만해왔는가를 생생하게 깨닫게되었으며, 이는 매우 충격이었다.

필자는 88올림픽이 공산체제 붕괴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려인 100명에게 물어보면 90명쯤은 감동과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대답하고 있다. 특히 88올림픽 당시 중장년층이던 고려인 중에 TV에 비친 한국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대답하지 않은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이러한 반응은 체제 문제에 관한 충격 때문이라기 보다는 민족 감정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며, 이러한 정서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어찌 끌어안지 않을 수 있겠는가.冬

신동아 200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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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주카자흐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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